칼럼

로버트 케네디 2세

작성일 : 2021-12-28 12:03조회 : 2,145

로버트 케네디 2세

오바마 정부에서 주일 대사를 지낸 캐롤라인 케네디를 바이든 대통령이 호주 주재 대사로 임명했다. ‘케네디’라는 가문의 후광은 참으로 오래 간다고 하겠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케네디가 이상한 책을 써서 화제가 되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1925~1968)는 자녀를 열 한명이나 두었는데, 셋째이자 둘째 아들인 로버트 케네디 2세(Robert F. Kennedy, Jr. 1954~ )는 하버드와 버지니아 대학(UVA) 로스쿨을 나와서 11남매 중 공부를 가장 잘한 편이다. 하버드와 UVA 로스쿨을 나왔으니까 아버지가 다닌 학교를 그대로 따라 다닌 셈이다. 그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서 오래된 환경단체인 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에서 일하면서 대학에서 환경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로버트 케네디 2세는 점차 극단적인 환경논리를 펴서 주류 사회로부터 이상한 시선을 받았다. 그러던 중 그는 백신이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논리에 빠져들어서 2005년에 백신이 자폐증을 초래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백신을 반대하기 위한 ‘아동건강방어’(Child Health Defense)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케네디’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명성으로 인해 이 단체는 후원금을 많이 모으는 등 영향력을 갖게 됐다. 주류 과학자들은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지만 이것을 믿는 사람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케네디 2세가 <진짜 앤소니 파우치 : 빌 게이츠, 대형 제약회사 그리고 민주주의와 공중보건에 대한 지구적 차원의 전쟁>((‘The Real Anthony Fauci: Bill Gates, Big Pharma, and the Global War on Democracy and Public Health.’)이란 황당한 책을 펴냈다. 케네디라는 이름이 저자이다 보니 코비드 19에 대항하기 위한 백신은 파우치 박사와 빌 게이츠 그리고 제약회사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이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이 책의 출판 모임에는 백신에 반대하는 트럼프 지지자들로 성황을 이루었다고 하니, 세상에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케네디 2세의 이상한 행각을 비판한 쪽은 공화당과 보수 언론이었기 때문이다.

케네디 2세는 두 번째 부인 매리와 이혼으로 언론을 장식한 적이 있고, 매리가 2012년에 목매어 자살하자 그 책임을 두고 시끄러워 지기도 했다. 그는 자살한 전 부인의 시신을 제멋대로 옮겨서 매장하는 등 기행이 많았고 자기 아버지를 죽인 암살범 서한을 석방하라고 탄원해서 다른 케네디 형제 자매 조카들도 거리를 두어 왔다. 여하튼 이 책이 나와서 파우치 박사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고 하니 어쩌다가 미국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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