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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 많은 꽃들은 어디로 갔나”
작성일 : 2021-12-31 10:09조회 : 3,966
“그 많은 꽃들은 어디로 갔나”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는 최고의 반전(反戰) 가요는 “그 많은 꽃들은 어디로 갔나?(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이라고 하겠다. 피트 시거(Pete Seeger 1919~2018)가 작곡 작사한 이 노래는 베트남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나온 평화를 추구하는 노래였다. 작곡자가 저작권을 포기했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노래는 많은 가수들이 1960년대에 불렀다. 우리나라에선 내가 고교 대학 다닐 시절인 1960년대 후반기와 1970년대 전반기에 남성 3중창 그룹인 The Kingston Trio, 남녀 혼성 3인 그룹인 Peter, Paul and Mary, 남성 4중창 그룹인 The Brothers Four, 그리고 Joan Baez의 노래로 알려졌다.
포크 송이라서 따라 부르기도 좋고 가사도 단순하고 분명해서 그 시절에 가장 많이 불렸던 노래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은 베트남 전쟁 기간과 정확히 겹친다. 특히 Joan Baez가 통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모습은 그 시절 많은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 Joan Baez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에 여러 번 앞장을 섰고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노래 가사에는 전쟁에서 죽은 많은 젊은이들이 무덤에 묻히는데 왜 그 교훈을 배우지 못하느냐는 구절이 있다. 도무지 전쟁을 왜 그렇게 반복하는가 하는 무거운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무덤과 꽃,, 그것처럼 극명한 비교가 되는 것도 없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미국 사람들은 다시는 그런 잘못된 전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그러나 전쟁을 직접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통령과 부통령을 하더니 또 다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기도 부족하고 전략도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 이라크 전쟁은 10년간 지속됐고 아프간 전쟁은 20년간 지속됐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미군 전사자 묘역만 늘어났고 많은 군인 가족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살게 됐다. 그래서 또 다시 “그 많은 꽃들은 어디로 갔나?”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아프간 전쟁에는 큰 차이가 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인의 전쟁이었다. 별안간 징집돼서 낯선 정글에서 싸우다가 전사하는 사람이 주변에 발생하자 사람들은 무엇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을 두고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부모와 그 아들 딸이 싸우는 경우가 흔했다. 젊은 여대생들이 자기 오빠 또는 남자 친구가 베트남에 가게 되자 반전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의 자녀, 심지어 국방부와 국무부 고위 관료의 아들 딸이 반전 시위에 참여하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필립 하트(Phillip Hart)라는 진보성향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있었다. 2차 대전 때 노르망디에서 싸웠던 그는 베트남 전쟁이 의미가 있는 전쟁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대학에 다니던 그의 딸이 아버지와 싸우고 베트남 전쟁 반대를 내걸고 대선에 출마한 유진 매카시 의원의 선거 캠프에 가담을 했다. 하트 의원의 부인은 가까운 친구의 아들이 베트남에서 전사하자 충격을 받고 워싱턴에서 반전 시위가 열리기만 하면 앞장을 섰는데, 경찰에 체포돼서 뉴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 기간 중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징병제가 폐지돼서 국회의원의 아들 딸, 고위 관료의 아들 딸이 전쟁에 나갈 일이 없으니 전쟁의 고뇌와 아픔은 오로지 군인과 군인 가족의 몫이었다. 오늘날 미군은 고도의 전문적인 군인 집단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평균적 미국인과는 분리되어 있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평균적 미국인과 달리 군인과 그 가족은 교회를 많이 나가며 아이들을 많이 낳고 부대 기지 인근에 집단적으로 살고 있으며 공화당을 많이 지지한다. 모병제가 가져 온 또 다른 사회적 문화적 문제라고 할 것이다. 나는 그래서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하자는데 찬성하지 않는다.
- 아래는 킹스턴 트리오의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인데,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의 아픔을 담았다. 시청을 권한다.
https://video.search.yahoo.com/search/video;_ylt=Awr9IlMrVs5hw_gAkNRXNyoA;_ylu=Y29sbwNncTEEcG9zAzEEdnRpZAMEc2VjA3BpdnM-?p=where+have+all+the+flowers+gone&fr2=piv-web&fr=ymyy-t-s#id=8&vid=88cb1911b7fbfbe9160101bf4933ccc3&action=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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