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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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충원 검은 옷 행렬
작성일 : 2022-01-01 21:27조회 : 2,269


현충원 검은 옷 행렬


정치권에 몸을 담다 보니 동작동 현충원에 검은 옷 입고 참배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오늘 같은 1월 1일은 각 정당 지도부가 시차를 두고 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한다. 나도 여러 번 했지만 그 때마다 이게 과연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들이 떼를 지어서 1월 1일에 국립묘지에 참배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어느 나라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정치는 뭐 같이 하면서 검은 옷에 검은 타이 매고 떼를 이루어서 참배하는 것은 뭐하는 것인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1월 1일 뿐만이 아니다. 창당을 했다거나 당 대표가 됐다거나 하면 검은 옷 입고 현충원에 가서 향불을 피운다. 그래 봤자 선거에 패배하면 그만 둘 당 대표인데 말이다. 더 웃기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임전태세를 다진다면서 현충원에 가는 경우다. 현충원에 잠든 영혼의 대부분은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경우인데, 이상한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은 정치인들이 검은 양복 입고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현충원에 분향하는 모습도 웃기는 장면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정치인들이 검은 옷을 입고 떼 지어서 참배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 미국 대통령이 알링턴 무명용사의 무덤에 참배할 때도 평상시 양복 차림이다. 검은 옷을 입고 집단으로 참배하는 관행이 혹시 일본에서 유래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일본 극우 정치인들도 진한 양복에 통상적 넥타이를 매고 있으니 현 시대 일본에도 그런 관행은 없는 것 같다. 검은 옷에 검은 타이 매고 떼로 다니는 모습이나, 실내에서 회의하면서 울긋불긋한 싸구려 비닐 점퍼 입는 모습이나, 이제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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