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이건 퇴원하다

작성일 : 2024-07-31 08:04조회 : 355

레이건 퇴원하다

레이건 대통령은 가슴에 막힌 총탄을 제거하는 수술이 끝난 후 회복실로 옮겨졌다. 집도(執刀)를 한 벤자민 아론은 쉴 틈도 없이 근래에 심장 밸브를 교체한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서 그 환자 수술을 이어서 해야 했다. 아론은 지난 24시간 중 14시간을 수술실에서 보냈다. 조지워싱턴 의대의 진료담당 학장인 데니스 오리어리(Dennis O'Leary)가 기자회견을 통해 레이건의 상태를 공식적으로 브리핑했다.

레이건이 수술을 마쳤다는 소식을 듣고 세계는 안심했으나 정작 레이건의 상태는 좋지만은 않았다. X-레이는 레이건의 왼쪽 하부 폐엽(肺葉)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 레이건의 혈액의 산소 농도도 좋지 않았다. 오후 7시 30분에 레이건이 마취에서 깨어났다. 낸시 여사와 아들 론이 잠시 들러서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는 레이건을 만나 보았다. 통증을 느끼는 레이건에게 모르핀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레이건의 폐가 기능을 회복하기를 기대했으나 레이건은 여전히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말을 할 수 없는 레이건을 위해 메모지와 펜을 준비해서 필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레이건은 호흡 곤란을 호소했으나 상태는 점차 호전되고 있었다. 잠시 잠 들었던 레이건은 깨어나자 “Am I Alive?"(”내가 살아 있나 ?“)라고 메모에 써서 간호사에게 주어서 모두들 웃었다.

레이건의 폐 기능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기도(氣道)로 이어진 튜브에 염수(鹽水) 용액을 투입해서 억지로 기침을 유도해서 가래를 뱉어내도록 하고 이어서 석션으로 가래를 뽑아냈다. 그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레이건을 “차라리 필라델피아에 살겠다”(“I rather be in Philadelphia")라는 유명한 시(詩) 구절을 메모에 써서 고통을 표현했다. 회복실을 책임지고 있는 헤드 간호사 데니스 설리번(Dennis Sullivan)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레이건은 ”우리에 대해 낸시가 알고 있나?“(”Does Nancy know about us?")라고 메모에 써서 대통령의 그 같은 유머를 두고 모두들 웃었다. 하지만 경호원은 이런 메모를 압수해서 유출되지 않도록 했다. 레이건은 설리번 간호사에게 자기 외에 다른 사람도 다쳤나고 물어보았고 설리번은 다른 두 사람이 다쳤으나 심각하지 않다고 알려주었다. 대니얼 루지 주치의는 다른 사람 상태에 대해 레이건에게 상세하게 말하지 말라고 의료진에게 주의를 주었다.

밤 2시 45분, 레이건은 인공호흡기를 떼고 산소 마스크를 썼다. 이제 레이건은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새벽 4시 30분, 레이건은 잠들었고 벤자민 아론은 옆의 들것에서 눈을 붙였으며 레지덴트들은 회복실과 그 옆방에서 새우잠을 청했다. 새벽 6시 15분, 레이건은 중환자실(ICU)로 옮겨졌다. 잠에서 깨어난 레이건은 회복실에서도 간호사들과 유머 섞인 농담을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캐롤린 라모스(Carolyn Ramos) 간호사가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에게는 올해 몇 년이고 여기가 어디며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어서 인지 능력을 테스트하는데 대통령한테 마지막 질문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하자 레이건은 웃었다. 라모스 간호사는 얼마 전에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에게 미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 영화 배우 .. 지미 스튜어트”(“That actor fellow... Jimmy Stewart")라고 답한 적이 있다고 하자 레이건은 많이 웃었다.

화요일 늦은 오전, 대니얼 루지는 레이건에게 제임스 브래디가 위독하다고 알려주었다. 레이건은 그 소식에 충격을 받고 가슴아파했다. 그 날 오후에 왼쪽 폐가 정상으로 팽창했음이 확인돼서 의사들은 걱정을 덜었다. 화요일 밤부터 경호실은 레이건이 머무는 방에 방탄 유리창을 설치하는 등 레이건이 병실에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수술이 끝나고 48시간 만에 의료진은 레이건에 대한 항생제 투입을 중단했다. 레이건은 제임스 브래디의 부인 새러 브래디를 만나 위로했다. 새러 브래디는 남편이 예상보다는 잘 회복하고 있다고 레이건에게 이야기했다. 4월 1일 수요일, 위험한 단계가 지나갔다고 생각한 의료진은 레이건을 돌보는 의사를 벤자민 아론, 샘 스파놀로, 그리고 시니어 레지던트인 데이비드 젠스와 폴 콜롬바니로 제한했다. 하지만 레이건은 기침을 하면서 피가 섞인 가래를 뱉어내야만 했다. 그를 돌보는 데이비드 젠스가 “오래된 피(old blood)를 뱉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말하자 레이건은 “그들은 선거기간 동안 내 몸은 늙은 피로 차있다(full of old blood)고 이야기 했어”라고 해서 또다시 웃었다.

목요일 밤부터 레이건은 고열에 시달려서 타일레놀을 먹었으나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 금요일에 찍은 X-레이는 레이건에게 폐염 증상이 있음이 나타나서 의료진은 다시 긴장했다. 벤자민 아론은 레이건의 폐에서 출혈이 그치지 않으면 다시 수술을 해서 문제의 좌측 폐엽 부분을 제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의사들은 레이건이 박테리아에 감염됐을 가능성에 대비해서 페니실린과 아미노글리코사이드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레이건이 더 악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었으나 4월 7일 화요일부터 레이건의 체온은 떨어지기 시작해서 수요일에는 정상으로 안정됐다. 조지워싱턴 병원에 온 후 9일 만에 레이건은 회복된 것이다. 레이건은 병실 복도를 걷는 연습을 하면서 만나는 의사와 간호사와 농담을 나누는 등 정상을 찾았다.

4월 11일 토요일 이른 아침, 레이건의 의료 팀은 흉부 방사선과장 데이비드 록오프(David Rockoff)의 사무실에 모여서 X-레이 사진을 보면서 회의를 했다. 이들은 이제 레이건이 퇴원을 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레이건과 가장 많이 접촉을 한 시니어 레지던트 데이비드 젠스와 폴 콜롬바니는 병실로 레이건을 찾아가서 작별인사를 했다. 레이건은 두 사람과 악수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두 사람은 낸시 여사도 찾아서 인사를 했다. 낸시 여사는 복도에서 새러 브래디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낸시는 두 레지덴트의 빰에 키스를 해주었다.

오전 10시 30분, 레이건은 낸시가 가져온 붉은 색 가디건을 방탄조끼 위에 입고 낸시와 함께 병실을 나와서 리무진이 기다리는 출구로 향했다. 복도에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직원들이 작별인사를 하러 나와 있었고 레이건은 이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건물 밖으로 나온 레이건 부부는 기다리는 취재진과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리무진에 올라 백악관으로 향했다. 백악관에는 그의 귀가를 환영하는 큰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 사진 (1) : 조지워싱턴 병원을 나서면서 취재진에 인사하는 레이건 부부.
- 사진 (2) : 병원 스태프의 환송을 받으면서 퇴원하는 레이건 대통령. 레이건 오른쪽은 딸 패티. 패티는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 사진 (3) : 병실 창가에서 거리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서 답례하는 레이건 부부.
- 사진 (4) : 백악관에 도착한 레이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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