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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의 의사들

작성일 : 2024-07-31 23:12조회 : 360

레이건의 의사들

1981년 3월 30일 레이건 대통령 피격은 여러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다. 죽음과 가까이 갔었음을 알게 된 레이건은 자기가 그런 시련을 당하고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의 뜻’(God's Will)이라고 생각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召命)을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원래부터 하나님을 신봉했던 레이건은 더욱 종교적인 인간이 됐다.

레이건이 살아날 수 있었던 데는 선임 경호원 제리 파르(Jerry Parr 1930~2015)가 레이건을 리무진에 태우고 곧장 조지워싱턴 병원으로 갔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는 레이건이 총을 맞은 줄은 아무도 몰랐으나 제리 파르는 레이건이 기침을 하면 선명한 피를 입술에 묻히는 것을 보고 조지워싱턴 병원으로 향했고, 조지워싱턴 병원 응급실의 간호사와 전공의들이 즉각적으로 응급처치를 해서 레이건은 수술대에 올라 살아날 수 있었다. 제리 파르는 그러한 행동으로 의회표창을 받는 등 유명해졌으나 그는 그날 자신의 행동은 자기 의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이끌려졌다고 생각했다. 1985년 경호실에서 은퇴한 그는 로욜라 대학에서 신학석사를 하고 목사가 되어 그 후 교역(敎役)과 사회봉사로 헌신하다가 2015년 85세로 사망했다.

총성이 울리자 자기 몸을 날려서 총탄을 대신 맞고 대통령을 보호한 티모시 매카시(Timothy MacCarthy 1949~) 경호원은 1993년까지 경호실에서 근무하고 퇴직해서 고향 시카고 근교의 작은 도시의 경찰국장을 지내는 등 여러 공직을 역임한 후 은퇴했다. 머리에 총을 맞은 제임스 브래디(James Brady 1940~2014)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그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그는 더 이상 백악관에서 일을 하기 어려웠으나 레이건 대통령은 자기 임기 만료까지 8년 동안 브래디를 공보비서로 유임시켜서 그를 배려해 주었다.

조지워싱턴 병원의 응급외과 과장으로 레이건에 대한 응급조치와 수술을 지휘했던 조셉 지오다노(Joseph Giordano) 교수는 2010년에 은퇴했다. 그는 1968년에 조지워싱턴에서 전공의로 시작해서 외과 교실을 이끌기까지 40년 동안 외과의사를 지냈다. 그는 수술대에 올라 있는 레이건에게 “대통령 각하. 오늘 우리는 모두 공화당원입니다”("Today, we’re all Republicans, Mr. President")라는 역사에 남을 명구(名句)를 남겼으나, 정작 그는 민주당원이었다. 레이건의 폐에 박혀 있던 납작해진 총탄을 적출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벤자민 아론(Benjamin Aaron)은 당시 58세로 조지워싱턴 병원 흉부외과장이었다. 현직에서 은퇴하고 샌디에이고에 정착한 그는 골프를 즐기면서 여생을 보냈다.

레이건을 치료하고 자주 만나서 돌보았던 응급 외과의 5년차 시니어 레지던트 데이비드 젠스(David Gens)와 폴 콜롬바니(Paul Colombani)는 그 후 훌륭한 외과의사로 이름을 남겼다. 당시 31세이던 데이비드 젠스는 메릴랜드 의대 교수를, 당시 29세이던 폴 콜롬바니는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를 지내고 은퇴했다. 2011년 레이건 피격 30주년에 즈음해서 만난 두 사람은 당시 레이건이 매우 위험했었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납작하게 눌려서 칼처럼 된 총탄은 심장 바로 근처에서 박혀 있었고 내출혈이 많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평소에 훈련받은 대로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고 70세 노인으로 생각하고 다루었다고 돌아보았다.

레이건이 피격 당했을 때 대통령 주치의(Physician to the President)는 대니얼 루지(Daniel Ruge 1917~2005)였다. 대통령 주치의는 전통적으로 장성급 군의관이 맡아 왔으나 레이건 대통령은 저명한 신경외과의(Neuro-Surgeon) 대니얼 루지를 주치의로 임명했다. 루지는 그날 대통령 리무진이 조지워싱턴 병원으로 향한다는 연락을 받고 뒤따라서 조지워싱턴 병원에 도착했다. 대니얼 루지는 조지워싱턴 의료진을 신뢰했으며, 그들이 레이건 대통령을 책임지고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의료진이 다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숙련된 신경외과의로서 그는 응급의사들이 저명인사(VIP)를 치료할 때는 그를 평범한 환자로 인식해야만 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루지가 그날 조지워싱턴의 의료팀이 아무런 외부영향을 받지 않도록 한 점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대니얼 루지는 노스웨스턴 의대를 나왔고, 레이건 대통령의 장인인 로열 데이비스(Loyal Davis 1896~1982)는 그의 은사였다. 노스웨스턴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친 그는 모교 교수로 남아서 신경외과, 그 중에서도 척추신경외과를 이끌었다. 로열 데이비스의 아들인 리차드 데이비스(Richard Davis 1926~2021)도 노스웨스턴 의대를 졸업했는데, 그는 대니얼 루지 교수 아래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신경외과 교수가 되어 30년간 봉직했다. 리차드 데이비스는 로열 데이비스와 그의 첫 번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고, 생모가 사망하자 10대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Nancy Davis Reagan 1921~2016)는 생모 이디스(1888~1987)와 첫 남편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는 금방 이혼했고 이디스가 로열 데이비스와 결혼함에 따라 동생 리차드와도 가까이 지냈다.

이처럼 대니얼 루지는 레이건의 처가와 각별한 사이였다. 대니얼 루지는 노스웨스턴 의대 교수직을 떠나서 보훈처(Veterans Administration)에서 일하다가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 주치의가 돼서 저격 사태를 맞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대니얼 루지와 친하게 지냈으나 루지는 대통령 주치의가 별로 하는 일도 없고 지루하다고 느껴서 1기 임기가 끝나고 보훈병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레이건은 그의 후임으로 전립선 수술 등 자신의 비뇨기과 주치의였던 남가주 대학 의대 교수 버튼 스미스(Burton Smith)를 임명했다.

- 사진 (1) : 레이건 대통령과 대니얼 루지.
- 사진 (2) : 레이건 대통령과 벤자민 아론.
- 사진 (3) : 조셉 지오다노.
- 사진 (4) : 데이비드 젠스와 폴 콜롬바니. 2011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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