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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레지던트와 수술
작성일 : 2024-08-15 23:06조회 : 254
레지던트와 수술
우리 대학병원의 전공의가 수술을 할 기회가 없어서 외국에 가서 수술을 해보고 온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기사가 과연 맞는지, 아니면 일부의 경우를 일반화해서 쓴 것인지는 나로선 알 수가 없다. 시니어 레지덴트는 당연히 진료도 하고 수술도 하지만 다만 담당 교수의 관장(supervise)을 받는 것으로 나는 알아 왔다. 2010년대 초에 대학병원에서 교수 진료에 추가적으로 붙던 특진료가 폐지되기 전에는 시니어 레지던트가 진료도 하고 수술도 했던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특진료가 폐지되기 전에 대학병원에선 간단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교수 진료는 대기가 있고 사안이 큰 것도 아니어서 예약이 쉬운 일반 진료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 의사를 시니어 레지던트라고 알았다.
그러다가 2010년대 들어서 교수 진료에 붙는 특진료가 불공평하다고 해서 복지부가 특진제도를 없애 버렸다. 그 후 대학병원에선 오직 교수들만 진료를 하고 수술을 하는 것으로 바뀌지 않았나 한다. 수가가 워낙 낮기 때문에 교수 특진으로 인한 수입은 해당 교수에 대한 인센티브도 되고 그러한 수입의 상당부분은 병원 운영에 요긴하게 쓰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특권이라고 해서 없애 버렸으니 이 역시 우리 사회에 팽배한 균등주의(egalitarianism) 정서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교수들은 과다하게 진료에 매달려야 하고 레지던트는 진료와 수술의 기회를 상실해서 외국으로 수술을 해 보려 나가는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는 단지 나의 추론이다.)
얼마 전에 이 자리를 빌어서 1981년 3월 30일에 있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피격 사건에 조지워싱턴대학 병원이 어떻게 대응했나를 상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 그날 총에 맞은 사람은 레이건 대통령, 제임스 브래디 공보비서, 티모시 매카시 경호원, 그리고 워싱턴 DC 경찰의 토머스 델리한티 경찰관으로, 모두 4명이었다. 1급 응급병원(Level 1 Trauma Center)인 조지워싱턴 병원도 한꺼번에 총상 환자 4명을 수용하기가 어려워서 총탄이 뒷목을 스쳐가는 부상을 입은 델리한티 경찰관은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레이건 대통령이 조지워싱턴 병원에 도착하자 그를 맞은 사람은 간호사 2명과 인턴 2명이었다. 이어서 시니어 레지던트 두 명이 달려 나와서 레이건을 인수했다. 응급외과과장 조셉 지오다노 교수가 달려와서 직접 응급조치를 했고 이어서 외과과장인 벤자민 아론이 호출되어 납작해진 상태로 심장 부근 폐에 박힌 총탄을 힘들게 제거할 수 있었다.
총탄이 머리를 관통한 제임스 브래들리 공보비서는 시니어 레지던트 2명이 담당했으나 워낙 심각한 상태라서 신경외과 아서 코브린 교수가 직접 수술을 했고, 브래디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가슴에 총상을 입은 티모시 매카시 경호원은 시니어 레지던트인 폴 콜롬바니가 수술을 해서 총탄을 적출했고 매카시는 그 후 아무런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매카시의 수술을 담당한 폴 콜롬바니는 레지던트 마지막 연차로 당시 29세였다. 폴 콜롬바니는 그 후 존스 홉킨스 의대 교수가 되어 오랫동안 외과의사로 이름을 날린 후 은퇴했다.
- 사진 (1) : 티모시 맥카시 경호원이 저격범 앞으로 몸을 날려서 피격되는 순간이다. 뒤에 경호과장이 레이건 대통령을 리무진으로 밀어 넣는 모습이 머리 부분만 보인다.
- 사진 (2) : 레이건 대통령을 응급처치한 당시 레지던트 데이비드 젠스와 폴 콜롬바니. 조셉 지오다노 교수가 레이건 응급조치를 담당하게 되자 폴 콜롬바니는 옆 수술실로 가서 티모시 매카시 경호원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했다. 사건 발생 후 30년 만에 두 사람이 만나 당시를 회고하는 장면이다. 데이비드 젠스는 메릴랜드 의대 교수를, 폴 콜롬바니는 존스 홉킨스 의대 교수룰 지냈다. 아마도 이들은 연봉 15억 원 정도는 받았을 것이다. 이들이 30여 년 동안 생명을 구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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