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전공의가 사라진 세상
몇몇 전공의(사직을 했으니까 ‘전(前) 전공의’라고 표현해야 맞겠다)가 어떤 이유이든 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전공의를 비하하고 더 나아가서 의료 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언급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것을 경찰이 수사하려고 한다. 물론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하지만 전체 전공의가 병원을 사직한 이 거대한, 세계 역사에 처음 있는 사건에 비해서 몇 명의 일탈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수사를 하는가 ?
수사는 범죄 징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이런 글이 전공의 이탈을 야기했다는 말인지 알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해도 도무지 무슨 범죄를 구성하는가? 그것은 분명히 경솔한 발언이다. 그렇다면 의사를 늘리면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가 나온다는 ‘낙수(落水) 의사’ 발언은 어떤가 ? 그런 발언을 한 정부 당국자를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수사하거나 기소할 수 있는가? 2000명 증원을 열렬하게 찬성하는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서 그 무식함이 폭로된 몇몇 신문이 이런 지엽적인 사건을 콕 집어서 기사를 썼다. 자신들이 당한 망신을 보상 받고 싶은 심정인가 ?
이런 와중에 삼성병원의 전공의 대표를 지낸 한 젊은 의사가 경찰에 출두해서 진술을 했다. 그런 후 취재진과 한 이야기가 참으로 가슴 아프다.(아래 사진) 우연하게 페북에서 서울대 병원 외과 레지던트를 지내면서 지도교수와 함께 처음 집도를 한 여성 전공의가 ‘초도(初刀)’를 기념하면서 외과를 택한 자신의 각오를 피력한 짧은 글을 읽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이 사태가 벌어졌으니, 지금은 어떤 심정일지를 생각하면 역시 가슴 아프다. 도무지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
지금 언론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바로 이들이다. 이들이 병원을 떠나버리면 우리나라에선 정작 필요한 의료가 사라지게 된다. 문제는 그 이상이다. 이들이 병원을 떠나면 우리가 수련병원이라고 부르는 ‘Teaching Hospital’이 붕괴하는 것이다. Teaching Hospital은 그 나라 의료 시스템의 ‘린치핀(Linchpin)’이다. 린치핀이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Perfect Storm을 향해 다가가는 어선의 모습이다. 이러다간 ‘인명은 재천(在天)’인 나라, 저출산이 아니라 무출산(無出産)의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