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촛불의 배후는 논술이 아닐까 ?

작성일 : 2008-06-24 18:12조회 : 2,107

촛불의 배후는 논술이 아닐까 ?
(2008년 6월 24일)

이상돈

언젠가 지하철을 탈 때 딸 같이 예쁜 여학생이 옆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기에 무슨 책인가 하고 드려다 보았더니 그것이 홍세화 씨의 책이더군요. 씁쓸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언젠가 교보 문고에서 논술 공부에 필수적인 한국 지성의 명저(名著)를 전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영복 씨 등이 바로 그런 '지성'이었습니다.

물론 홍세화 씨나 신영복 씨가 나쁘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적어도 고등학생이라면 가급적이면 고전을 읽고, 또 시사성 있는 책을 읽을 때면 균형있는 독서를 해야 하는 법입니다. 우리나라엔 이것이 오래 전부터 고장나 있었던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책 시장을 아예 송두리째 내준 것 같았습니다. 번역 책 부분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카스트로 전기와 체 게바라 전기가 그렇게도 많이 번역됐는지 - - - .
나는 전부터 "우파는 결코 좌파를 이길 수 없다. 왜냐하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내 주변에선 이런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업, 공무원, 대학 등 제도권으로 진입하지 못한 386 운동권들이 대거 진입한 곳이 논술시장과 출판계 같습니다. 나이든 교수의 푸념 같지만, 어떻게 보면 논술 시험이 겉똑똑이를 만드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지만, 역사나 고전 같은 사실(facts)에는 약한 것 같은 기분을 교육 현장에서 느낍니다. 한편으론, 요새 젊은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획일적인 규제기준(봉사는 얼마를 해야 하고 등등)을 맞추어 생활하는 것도 힘들고, 품위 있는 직장(decent jobs)은 찾기가 어렵고 - - -. 무언가 분출구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

촛불시위에 온갖 기발한 슬로건을 들고 나온, 그 많은 거침없는 학생들을 보고 혹시 이것이 논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방송의 선동에 모든 책임을 지워야 하는 시점에선, 터무니없는 가정(假定)입니다. 그런데, 저의 이 같은 황당한 상상(想像)에 동의해 주시는 분이 게시군요. 바로 여기에 좋은 글을 주신 인문학도 님이십니다. 게시판에 올리신 글이지만, 여러분들이 볼 수 있도록 아래에 다시 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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