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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29 선언과 개스턴 시규어
작성일 : 2020-07-21 16:33조회 : 1,784
6월 30일 ·
6.29 선언과 개스턴 시규어 1924-1995
1987년 6.29 선언이 없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지에 대해선 여러 가지 가설이 가능할 것이다. 6.29 선언에 있어선 미국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보기에 따라선 마지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잊어서는 안되는 인물이 개스턴 시규어 Gaston Sigur, Jr.이다.
루이지애나 출신인 시규어는 미시건 대학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나왔는데, 동아시아 역사를 전공했다. 그 후 아시아 재단에 근무하면서 일본, 아프가니스탄 현지 사무소에서 일하기도 했다. 1972년에 조지 워싱턴대 교수가 됐고,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자 국가안보회의의 아시아담당관으로 일 했고, 인도네시아 주재 대사로 나가는 폴 월포위츠 후임으로 1986년 3월에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로 임명됐다.
1986년부터 우리나라는 민주화 운동으로 긴장이 높아졌다. 하지만 백악관이나 국무부는 한국 문제를 우선으로 다룰 상황은 아니었다. 따라서 시규어 부차관보와 새로 부임한 제임스 릴리 James Lilley 1928-2009 주한 미국대사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국 상황을 일선에서 챙겨야 했다.
1987년 2월 6일, 개스턴 시규어는 뉴욕에서 한국 군부가 이제는 정치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당시 국무장관이던 조지 슐츠의 승인도 없이 엄청난 발언을 한 셈이다. 슐츠 장관은 처음에는 불쾌하게 생각했으나 나중에는 시규어의 발언을 수용했다.
그 해 6월 들어서 상황은 더욱 급박해져갔고, 계엄령이 선포될 거라는 등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6월 13일에는 제임스 릴리 대사가 외무부장관을 만나서 명동성당에 경찰이 진입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그 즈음 워싱턴에서는 시규어 부차관보와 국방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 등이 모여서 서울 사태를 논의했는데, 여기서 한국정부의 민주화 조치를 촉구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서신을 전두환에게 보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런 뜻은 조지 슐츠 국무장관에게 보고됐고, 슐츠 장관은 김경원 주미대사를 만나서 이런 계획을 조율했다.
6월 19일, 릴리 대사는 전두환과 직접 만나서 레이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한편 워싱턴에서는 조지 H. W. 부시 부통령의 서울 방문을 추진했으나 한국 정부는 곤란하다는 반대의견을 보내왔다. 그 대신 개스턴 시규어가 서울에 와서 6월 24일에 부차관보 급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청와대를 방문해서 전두환과 90분간 대담을 했다. 그리고 나서 시규어는 여야 지도자를 만나고 귀국했다. 며칠 후 6.29 선언이 발표됐다.
레이건 대통령이 퇴임하자 시규어는 다시 조지 워싱턴 대학으로 돌아왔고, 오늘날 조지 워싱턴 대학에는 동아시아의 정치발전을 위해 헌신한 그를 기리는 연구센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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