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홈피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기까지

작성일 : 2008-06-29 00:24조회 : 2,309

홈피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一波萬波)를 일으키기까지

이상돈 (2008년 6월 28일)

촛불 시위를 보고 홈피에 올린 진솔한 나의 글이 일파만파(一波萬波)를 일으켰다. 이제 그 파문도 웬만큼 수그러들었으니, 도무지 어떠한 경위로 이런 일이 벌어졌나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신문이 원고를 청탁해 오면 아무래도 표현이나 논조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다. 반면 자기 홈피에 싣는 글은 진솔하게 되기 마련이다. 홈피가 공개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런 것이고, 그 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가 6일과 10일 촛불시위를 직접 보고 느낀 점을 나의 홈피에 글을 올린 것도 그런 진솔한 것이었다. 사실 나의 홈피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주로 나를 아는 사람들이 들러서 “이 사람이 요새 어떤 생각을 하는가”하고 보는 정도다. 나 자신도 내가 썼던 서평 등 원고를 정리해 놓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잘 아는 데일리안의 윤경원 기자는 나와 전원책 변호사의 홈피를 이따금 들러서 우리들의 생각이 어떤지를 요약해서 보도하곤 했다. 윤 기자는 6월 12일자 데일리안에 내 홈피에 나타난 글을 기초로, 내가 동아일보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했던 점에 초점을 맞추어 기사를 썼다. 그러면서 내가 촛불 시위의 위세에 대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하지만 나는 이 기사를 며칠이 지난 후에야 읽었는데, 동아일보를 헤드로 뽑은 것은 당혹스러웠다.

6월 12일 내가 잘 아는 최 아무개가 휴대폰 메시지로 프리존에 나의 홈피 글을 왜곡해서 나에 대한 비난을 유도하는 기사가 올랐다고 알려 줬다. 그래서 들어가 보았더니, “이상돈 “촛불 시위 확실한 배후 없는 것 같아(?)”라는 제목의 기사 톱으로 떠 있었다. 부제로는 “촛불 시위 10-30대 바다, 여학생 파워 대단 극찬”이라고 썼다. 그 기사는 내가 아는 김필재가 쓴 것이었다. 순간 나는 대단히 고약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위에 곤혹스러워 했지, 결코 시위를 찬양하거나 칭찬하지는 않았다. 원문 전체를 흐르는 맥락을 무시하고, 부분만 생선 회 뜨듯이 떠서 나에게 상처를 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어 보였다.

6월 13일, 뷰스앤뉴스는 “한 보수 논객의 고백 -‘보수는 패배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아침부터 오후까지 톱으로 올렸다. 부제로는 ”전대미문의 현상에 곤혹“ ”배후? 있는 것 같지도 않아“라고 했다. 박태견 기자가 쓴 상당히 긴 기사인데, 나의 글을 원문 그대로 충실히 인용했다. 이 기사가 일파만파(一波萬波)를 일으켰다. 뷰스앤뉴스는 후속으로 두 건의 기사를 역시 톱으로 올렸다.

나는 뷰스앤뉴스의 박태견 기자를 모른다. 박 기자가 내 홈피를 알 리도 만무하다. 아마도 박 기자는 전날 프리존에 나온 기사를 보고 내 홈피를 찾아서 기사를 쓴 것으로 생각된다. 그 후로 내 홈피의 올라 있는 글에 대한 클릭이 부쩍 늘었다. 그 전까지는 일주일이 지나야 70건 정도 클릭 하던 것이 하루만에 100건을 훌쩍 넘겼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대체로 보아 호의적인 내용이었다. 내 글은 여기저기 수많은 사람들의 블로그에 올라서, 나는 별안간 ‘화제의 인물’이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명색이 보수를 지향한다는 프리존 등은 타격을 입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은 나를 상처 내고자 했던 12일자 프리존 기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프리존 기사가 없었으면, 뷰스앤뉴스 기사도 없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날 프리존의 위상과 영향력은 뷰스앤뉴스의 그것에 한창 못 미친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할 정도다. 홈피에 올라 있는 원문과 프리존의 기사, 그리고 뷰스앤뉴스의 기사를 비교해서 읽으면, 뷰스앤뉴스가 나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한 것이고, 프리존 기사가 의도적 왜곡임을 알게 될 것이다. 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야 언론이다. 내가 홈피에 올린 글도 ‘사실’이다. ‘사실’을 입맛대로 가공해서 실으면 그것은 이미 신문이 아니다.

프리존 뉴스는 뉴욕의 한 유명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미국 사람들이 쇠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다는 현지 르뽀 기사를 올린 적도 있다. (6월 4일자 기사 ‘맛있는 미국산 스테이크’) 참으로 창피하고 부끄러운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유치하게 뉴욕까지 가서 스테이크 하우스를 들여다보고 그런 기사를 쓸 필요는 전혀 없다. 이명박 대통령,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등이 워싱턴 방문시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오찬에서 몬태나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으니 미국 쇠고기는 절대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쇠고기 중 스테이크(T-본이 아닌 한)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부위라는 것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줄로 알았는데,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또 있었던 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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