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보수를 위한 변명 (게시판에서)
작성일 : 2008-07-03 08:13조회 : 2,314
(* 나팔꿏 님께서 게시판에 좋은 글을 오려 주셨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앞으로 옮겼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이상돈 올림)
================================================================================================================================
보수를 위한 변명
나팔꽃 2008-07-01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이번 촛불국면은 한국의 보수층이 노인들밖에 남지않았다는 증거를 비쥬얼하게 보여주었다. 광장에 모인 50대 이상의 보수군중은 그들이 이사회에서 얼마나 동떨어진, 고립된 존재인가를 재확인시켜준다. 보수정권하에서도 여전히 이념적 주류의 위상을 유지하고있는 이땅의 진보들은 상대를 조롱하는 천부적 재능을 갖고있는바, 그들을 지칭하여 "수구꼴통"이라고 호명한다. 그호칭 뒤에는 길다란 수식어가 생략되어있다. 친일,매국,부패,종미.. 이런 부정적 가치를 내포하는 개념들이.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세대를 시대체험이나 세대적 가치를 기준으로 분류해본다면, 6,70년대까지의 반공세대, 80년대 민주화투쟁세대(소위 386) ,90년대 이후 등장한 신세대로 나눌수있겠다. 이사회의 이념갈등은 세대교체에 따른 통념적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판단되는데 그 이유는 앞에 열거한 세그룹 중 허리에 해당하는 386 세대가 전후(前後)세대 사이에서 악역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386 세대에 대한 혐의를 설명하는 많은 서술들은, 그들이 주사파의 불온한 영향을 받아 왜곡된 이념을 소지한데서 모든 뒤틀린 사회갈등이 유래되고있다는 사실을 진단한다. 만약 한반도 분단이라는 현실이 없었다면, 북한에 김씨왕조같은 사악한 체제 대신 보다 합리적 정권이 존재했다면 386 세대의 자기정체성은 전혀 다른 내용과 양태를 띄었을것이다. 악의 입김이 그들의 정신을 전도(轉倒)시켜 소피스트sophist 와 흡사한 형상에 이르게 했다.
사이비종교에 빠진 광신도 집단은 일상에서 분별을 유지하는 보통사람이 삿된 논리나 신념에 현혹되어 합리적 이성을 상실할수있다는 예증을 제시한다. 그들 광신도는 지능이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이급시민이 아니지만 사이비종교와 조우함으로써 덫에 빠지게 된것이다.
386 세대는 주사파가 제조한 불량이념에 심하게 노출된 탓에 대체로 타율적 정체성을 갖고있다. 원래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그정신이 좀 부박한 경향이 있어 소위 튈수밖에 없는 심리구조를 갖고있는데, 북녘의 김씨왕조가 386 세대의 불타는 통일욕구와 맞물려 눈에 띄었고 어떤 삘을 받아 감화된 그결과물이 이를테면 "내재적 접근법"이나 "전환시대의 논리"같은 주장이다. 대동강에서 뱃놀이를 한다든지 혹부리 영감을 알현하는것만으로 진보애들의 취약한 감성은 감격의 눈물과 함께 널부러지고 만다. 한때 위수김동을 소리높이 외쳤던 주사파들은 북한인민의 참혹한 고통을 외면한채 김씨부자의 사악한 카리스마에 매혹된 광신도를 자처했다.
이제사 진보진영의 일부세력이 종북주의자들과의 오랜 동거를 청산하고 살림을 따로 차리는 지경이니 소위 "빨갱이"를 우선 면했다해도 그 삿된 이념의 잔재가 도처에 남아있는것 또한 여전히 사실이다. 그 잔재위에서 외쳐대는 목소리 중의 하나가 "수구꼴통"이라는 터무니없는 모함이다.
진보는 한국근대사에서 친일과 독재를 거론하면서 손쉽게 그혐의를 보수에 뒤집어씌운다. 일제피식민시절에 누가 친일을 했는가 를 가려서 정죄(定罪)하지않았고, 대한민국 건국과정에서 친일세력들이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한채 지배층이 되었다는 것이다. 친일행위는 이싯점에서 사실입증이 어렵고 개인에 부당한 낙인을 찍기쉬우며, 정략적 남용의 여지가 있다. 진보가 친일청산에 접근하는 태도에는 보수의 기반을 공격해서 뿌리째 타도하겠다는 헤게모니적 의도가 내포되어있다는것은 잘알려진 분석이다.
역사는 사실과 주관이 뒤섞일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몽타쥬의 한계를 갖는다. 재구성된 역사와 실제역사 사이에는 메울수 없는 간극이 자리한다. 역사에 겸허하게 접근하고 소박한 해석에 만족치않는다면 역사는 소설이나 에세이로 둔갑하고 말것이다. 한국의 진보세력은 자꾸만 자신들의 입맛에 맛는 친일소설을 쓰려고 한다.
한국에서 보수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은 친일이나 독재와는 아무 상관없는 선량한 시민이다. 그들은 식민시절에 왜정의 압제에 시달렸고 건국이후 독재정권 하에서 제한된 자유에 구속당해야 했던 성실한 일반인이다. 진보세력은 이들 평범한 삶을 영위해온 보수를 향해 "친일수구꼴통"같은 터무니 없는 수식어를 날린다. 근대사의 영욕 속에서 부당한 기득권을 유지한 극소수 인사들도 있겠지만, 그런 이미지는 보수일반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진보측은 혐의를 씌우며 보수를 도매금에 넘기는 것이다.
개인의 이데올로기는 일관되게 고정될수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 이념이 엇갈릴수도 있다. 친일문제를 어떻게 다룰것인가 와 관련하여, 부당한 낙인찍기의 가능성이 있고 다 지난일이니 거론하지 말자는 보수층일반의 관념이 진보와 대조해 보다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층이 한국근대사를 대하는 입장은 삼국유사에 전하는 <처용가>에 비유할수 있다.
"동경 밝은 달에/밤드리 노닐다가/들어와 자리 보니/다리가 넷이어라/둘은 내 것이런만/둘은 뉘 것인고/본디 내 것이다만/빼앗긴 걸 어찌하릿고."
외출에서 돌아온 처용은 아내와 역신(疫神)이 동침한것을 목격하고 위와같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물러났다. 처용의 급진성(?)은 역신을 감동시켜 후대에 축귀(逐鬼)신앙을 남기게된다. 친일청산을 기필코 해내어 역사를 바로잡고 근대사의 정통성을 자신들의 수중에 넣겠다는 진보세력의 증후적 집착은 첫날밤에 신부의 과거를 캐묻는 남편에 비유하는게 어떨까.
" 우리의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자, 남자관계를 다 얘기해봐.. 용서해줄깨, 응? 어서말해" 이남편(진보)은 아내(보수)의 성편력(친일)을 규명하는일이야말로 자신들의 행복한 결혼의 기초를 놓는 필수과정이라고 확신한다. "말해봐, 응? " "뭘 말해요..아무일 없었단 말이에요."
며칠후 이 신혼부부는 이혼에 전격합의한다. 세상엔 때로는 덮어두어야 할일도 있고, 명백하게 판명되지않는 사실,윤리의 사례들도 많은데 원리주의자들(진보)은 그 모호함이 참을수없어 부질없는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나쁜 정당이라고 학생들까지 훈육당한 모양이지만 그건 사실무근이다. 한나라당은 중도우파를 지향하는 정당일뿐이다. 차떼기, 고소영, 강부자.. 이런 부정적 가치를 의미하는 호칭들은 중도좌파 십년 동안에 일어난 부정한 사건들에도 마찬가지로 명명가능한 수준에 불과하다. 단지 우파는 작명을 해서 상대를 조롱하는 품위없는 짓거리를 좋아하지 않았을뿐이다. 병풍,BBK..이런 추잡한 스캔들에 엄청난 정치적 대미지를 입으면서도 보수정당은 작명같은 유치한 고안을 의도한 적이 없다. 보수는 대체로 점쟎다.
"조중동 찌라시"는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호칭이지만 이것 역시 전혀 가치근거를 갖지못하는 천박하고 악의적인 유언비어에 다름아니다. 주사파식의 전술을 즐기는 저질진보세력들이 보수타도를 위한 주타겟의 하나로 보수신문을 지목한탓에, 음해를 목적으로 세간에 유행시킨 삼류루머 rumour 다. 이념을 배제하고 객관적 가치평가를 했을때 조선,동아의 언론가치는 70점 쯤 되는것같고( 외국 저명언론을 100으로 할때) 한겨레,경향은 50점 쯤 된다. 나머지 프레시안, 오마이 뉴스 등은 언론이 아니라 반정부 선동매체(보수정권시)로 간주된다. 나온김에 하는말이지만 한국언론의 편파성은 시급하게 고쳐야 할 악습이다. 조선동아나 한겨레나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문제다. 촛불시위를 촉발시킨 방송미디어는 말할것도 없다. 교정의 핵심은 "정권흔들기" "동업자 매도"를 하지말고 건강한 비판에 만족하라는 것이다.
보수의 수구냉전적 대북관이 남북통일에 악영향을 준다고 진보측은 지적한다. 북한에 보다 유연한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햇볕정책"처럼 일방적 유화책이 반드시 옳다고 증명된바 없다. 현재의 남북상황은 역사적 선례에 비추어 그 전도가 매우 불투명하다. 기존의 역사를 확률로 환산한다면 북한정권의 연착륙 가능성은 0 에 가깝다고 볼수있다. 평화통일을 전제한 햇볕정책에 고착된채 북한의 비합리적 행동에 끌려다닌 지난 십년을 반성한다면 보수정권이 냉전적 사고를 개량한 새 대북정책을 시도하는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볼수도 없다. 단기적 긴장은 높아지겠지만 보수정권의 북한 길들이기는 그들의 본질에 근본적 압력을 주는 효과도 있다.
보수어르신이 흔히 하는 "빨갱이"라는 수사는 진보측이 내뱉은 "수구꼴통"이라는 모욕을 상쇄한다는 점에서 자위적 가치를 확보한다. 어르신들이라고 그냥 젊은애들에게 일방적으로 욕을 얻어먹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빨갱이는 매우 포괄적인 가치를 내포한다. 꼭 간첩질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진보측의 불온한 사상들을 싸잡아 욕하는 말이라고 번역하면 된다.
노무현이 외국 나가서 "북한도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을때 사실 나도 화가 났었다. 비슷한 발언이 진보진영에서 숱하게 나왔었다. 북한핵은 남한을 겨냥한게 아니다. 정치적 무기에 불과하다. 통일되면 우리꺼다. 심지어 북한이 핵무기 300개쯤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다니는 진보 누리꾼도 보았다. 이런 미친 소리를 해대는 민족주의 망령에 신들린 녀석들에게 "빨갱이"라는 호칭은 너무 소박하고 점쟎지 않은가? 유사시에 북한핵은 미국(던지기엔 실력부족)이나 일본(남한에 던지기에도 바쁜데)이 아닌 바로 우리 머리위에 떨어질것은 명백하다. 버섯구름이 서울상공에 피어오르는 모양을 보아야 북핵을 제멋대로 해석한 녀석들은 정신을 차릴른지.
좌파도 국가나 민족에 따라 품격이나 인성이 다른것일까.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내가 접한 해외 좌파지식인들을 국내와 대조하면 현저한 간격이 느껴진다. 국제좌파를 지향하는 A.네그리는 그의 저서 '제국'에서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토탈시스템으로써 수많은 자율적 소그룹의 전지구적 연계를 주장하고 있었고, 맑스주의자를 자처하는 T.이글턴이나 F.제임슨은 정치(精緻)한 사유와 문장미학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언어가 국제적으로 유통되면서 독자의 신뢰를 쌓고 있을때, 한국의 좌파지성인들은 촛불시위에 감동한 나머지 헛소리나 해대고 있었다. 진중권은 시위의 안정적 발생시스템을 제안했고 서울대 법대 조국교수는 촛불시위가 한류로써 해외에 수출될만한 가치를 갖고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좌파는 민주화투쟁의 영예를 부당하게 독식하고 아마추어의 일천한 정치기량을 가진 주제에 헤게모니를 틀어쥘 욕심으로 보수를 뿌리채 부정하는 큰실수를 저질렀다. 첫단추를 잘못 꿰었으니 이땅의 정치문화가 정상구동될리 만무하다. 허구헌날 무익한 보혁갈등, 제닭잡기에 골몰하면서 이념에 느슨한 국민들까지 니전투구(泥田鬪狗)에 끌어들이는 정국이 십수년째 지속되고 있는것이다.
세대상(世代相)이라는 개념을 상정해본다. 반공세대, 즉 보수어르신들은 수난의 숙명을 타고난것 같고 386 세대는 투쟁의 업보가 깊어보인다. 신세대는 밝고 가벼운 열린 심성을 지녔지만 바로 윗세대인 386들의 끈적끈적한 이념세례를 받고 함께 동질화되고 말았다. 촛불시위에 나와 해맑은 얼굴로 MB퇴진을 외쳐대는 십대는 때이른 훈육이 청소년의 취약한 영혼을 사로잡은 결말을 서글프게 보여준다.
식민피지배와 6.25 전쟁, 우파독재의 압제를 인고하면서 살아남은 보수세대는 이념과잉의 386 세대가 드러낸 낯선 증오앞에 뜬금없이 낙인찍힘으로써 그들의 수난이 명분없이 지속되는 현실에 경악한다. 386 후배세대가 죄없고 가난해서 못배운 보수어르신들을 향해 수구꼴통이라고 욕하면서 아웃!을 외칠줄은 몰랐던 것이다. 386세대는 윗세대를 부당하게 윤리적으로 비하하고 아랫세대를 불온한 훈육을 통해서 동질화하는 양면 플레이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순항을 방해하고 목도하는바 세대간, 이념간 극렬투쟁의 국면을 초래하였다.
보수는 진보(386)세대로부터 욕먹을 하등의 이유를 갖고있지않다. 하므로 한국의 진보,보수는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상호비방을 접고 건전한 정책대결을 지향해야 마땅하다.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는 훈육과정에서 교사들은 보수층을 근거없이 매도하고 낙인찍는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짓거리를 중단해야 한다. 지금처럼 보수는 악, 진보는 선이라는 편향된 주관이 청소년부터 주입되는 정파적 훈육구조를 타파하지 않는다면, 향후 한국사회는 특정 정치세력이 장기집권하는 파쇼의 길을 걷게될 개연성이 높다.
다음글
COPYRIGHT ⓒ 이상돈닷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