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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좌파인가요 ? (2008-07-11 게시판으로부터)

작성일 : 2008-07-12 13:35조회 : 1,963

( * 지나가는 사람 님이 게시판에 올려 주신 글을 보다 많은 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앞으로 옮겼습니다. 앞에 걸리는 글이라서 몇군데 표현에 약간의 손을 보았습니다. 필자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상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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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좌파인가요?

지나가는 사람 2008-07-11

“미 쇠고기는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비과학, 몰상식에 근거한 집단반응에 의해 시종 왜곡되어왔기 때문에”라고 말씀하고 계신 분이 있는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특히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특히 SRM관련 부위)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반대하는 시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과학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대다수 시민이 ‘전문적’인 논문을 읽고, 수치와 도표를 보고, 그 과학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며 시위를 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충분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일간지 등을 통하며 제공되었다고 생각되며, 단순히 선동적이고 감정적인 구호에 의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사실 광우병은 아직도 미지의 질병임이 틀림없습니다. 어떤 식으로 병이 생기는지, 전염되는지 정확한 기전을 확립하고 설명하기엔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많은 것이 밝혀질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들이 기우였음이 밝혀질 수도 있고, 지금의 예방적 조치가 그다지 효과가 없음이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정확히 그 질환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고, 발병 확률이 낮다고 해서 분명히 ‘안전’하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어서, 지금까지라도 밝혀져 있는 지식에서나마 최대한 질병의 발생 및 확산을 막는 사전적 예방 조치가 필요함은 분명합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기준에 따르면, 저의 경우에는 지금 헌혈보류 대상자입니다. 영국에서 일정기간이상 체류한 적이 있어서, 헌혈에 의한 vCJD의 전파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헌혈할 수 없답니다. 확실한 전파경로 및 안정성 문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헌혈금지 대상자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전적 예방 조치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즉 제가 ‘확률적’으로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겠죠. 만일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면 이런 사전 조치를 현재 시행하고 있겠습니까?

‘쇠고기’가 진보좌파 세력 및 언론에 의해 정치적 도구가 되었다는 취지의 글도 읽어봤는데, 제가 보기엔 정치적 도구가 된 것이 아닙니다. 쇠고기를 ‘먹이는’ 문제가 바로 정치적 문제 자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될 것 아니냐’ 라는 뜻의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마는 국내 소비자가 먹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였을 때 과연 자신의 자유의사에 의한 결정대로 안 먹을 수 있는 ‘신뢰할만한’ 유통 구조를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어떤 분들은 유통 과정에서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 많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그러한 증거가 없으므로 단정 지어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도되지 않았지만, 표기 ‘실수’에 의해서 소비자가 잘못 선택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 살코기는 큰 저항감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산 쇠고기 부산물인 뼈나 창자로 만드는 설렁탕이나 곱창 등을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상수도 불소화 사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각 가정에 공급되어 식수도 사용되는 물에 일정 농도의 불소를 포함해 물을 마실 때 체내에 일정량의 불소가 흡수되도록 하여 충치예방을 하려는 사업입니다. 큰 비용이 필요하지 않고 정수장에서 일정량의 불소만 투입해 주는 방식으로 충치를 많은 비율로 예방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충치예방법입니다. 불소의 부정적인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또 투여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다면 목표수준보다 짙은 농도의 불소화가 된 위험한 수돗물이 공급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부정적인 의견은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렇게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 사업의 시행을 저는 찬성할까요? 아닙니다. 저는 반대하는 견해입니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괄적으로 불화된 수돗물을 공급하게 되면 사회적으로는 큰 이득이겠지만, 선택을 하고 싶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강제로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득이 되고, 효과적인 사업이라고 해도 분명히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누구에게나 100% 공급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통해서 강제로 섭취하도록 할 권리는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엔 쇠고기 문제는 좌파, 우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사상에 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 멋진 이론으로 정치 사회적 문제를 명쾌하게 파악하고 알기 쉽게 설명할 재주도 없습니다. 저는 우파일까요, 좌파일까요? 저도 궁금한 질문입니다. 살아오면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만 봐왔습니다. 한겨레 신문은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신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지금은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소위 ‘보수 우파’ 신문을 보고 있으면 참 답답합니다.

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현재의 수입조건은 반대합니다. 민영화는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무조건 찬성하는 것도 아닙니다. 효율의 측면에서 민영화가 필요한 곳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절대로 민영화가 되어서는 안 될 곳도 있을 것입니다. 대운하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잘은 몰라도 FTA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 조건하에서의 쇠고기 수입 반대 의견이 있으면 반미, 좌파라고들 이야기하더군요. 먹기 싫은 것을 먹기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국가를 위기에 처하게 한다는 논리라면 그런 이야기가 나오도록 만드신 분들이 국가를 위기에 처하게 한 것이 아닐까요? 저는 사회의 안정을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더 부강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좌파인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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