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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수 역사학자의 실패
작성일 : 2020-12-16 16:48조회 : 93


보수 역사학자의 실패

최근에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를 지낸 빅터 데이비스 핸슨 Victor Davis Hanson (1953- )이 쓴 <The Case for Trump>라는 책이 번역되어 나왔고, 몇몇 신문이 이를 지면에 소개했다. 작년에 나온 이 책을 번역 출판한 출판사는 이번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제 형사 소추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고 그의 사업체는 완전히 파산할 것이니, 이 책을 구태여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핸슨 교수는 스탠포드에서 고대 그리스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하고, 전쟁사에 대해  많은 책을 펴냈다. 특히 1999년에서 2003년 사이에 <고대 그리스 전쟁>, <전쟁의 정신>, <대량살상과 문화>, <전쟁의 가을>, <전투의 잔물결> 등 전쟁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책을 집중적으로 펴냈다. 그의 성향은 전쟁은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고 인류는 전쟁과 같이 할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그는 이라크가 핵 무기를 갖게 되면 북한처럼 된다면서 이라크 침공의 당위성을 열렬히 주장해서 부시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 네오콘이라고 부르는 워싱턴의 브레인들도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다. <위클리 스탠다드>의 편집장이던 빌 크리스톨 Bill Kristol (1952- ),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버트 케이건 Robert Kagan (1958- ) 등이 그러하다. 하버드에서 박사를 한 빌 크리스톨은 네오콘의 대부라고 불리는 어빙 크리스톨의 아들이고, 예일과 아메리칸 대학에서 공부한 로버트 케이건은 그의 부친도 저명한 역사학자이다. 로버트 케이건은 2002년에 <천국과 힘>Of Paradise and Power를 펴내서 미국 단독으로 이라크에 군사 개입할 것을 주장해서 주목을 샀다.

캐나다 출신으로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데이비드 프럼 David Frum (1960- )은 1990년대 후반기에 보수 정치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펴내서 유명해졌는데, 그는 부시 백악관에서 공보비서 겸 스피치라이터로 일했다. 프럼은 부시의 유명한 ‘악의 축’ Axis of Evil 연설문을 작성한 장본인이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자 이 네 사람은 이란,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온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했다. 그런데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이 트럼프를 후보로 지명하자 균열이 생겼다. 로버트 케이건은 공화당을 탈당하고 힐러리 진영에 외교안보 자문으로 가담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세계가 아나키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고, 트럼프를 프랑케슈타인 같은 괴물이라고 비난했다.

데이비드 프럼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에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무조건 힐러리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당선되자, 프럼은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서 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크리스톨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화당원들’이란 단체를 만들어서 트럼프 낙선 운동에 앞장섰다.

그런데, 빅터 핸슨 교수만은 트럼프를 내내 지지했다. 그는 트럼프가 지금껏 하지 못한 일을 했다면서 2020년에도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면서 책을 펴냈는데, 이번에 번역되어 나온 바로 그 책이다. 물론 나는 이 책을 읽지도 않았고 읽을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아무리 민주당이 싫고 진보좌파가 싫어도 어떻게 트럼프를 찬양하는 책을 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존에 소개된 책 내용을 보니, 핸슨 교수는 트럼프의 문제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사업을 할 때 생긴 일이지만 힐러리의 문제는 그녀가 공인이 된 후에 생긴 일이라면서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또한 다른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는 자신이 자기 생각을 말한다면서 그의 지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참으로 황당한 궤변이 아닐 수 없으니, 저명한 학자가 말년에 망신을 자초한 꼴이다. 트럼프 이후 미국의 보수 지성계가 어떤 방향을 향할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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