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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직권남용 권력남용
작성일 : 2020-12-19 09:16조회 : 98


직권남용 권력남용

적폐청산이 필요하다고 해도 현 정권 들어서 검찰이 직권남용죄를 너무 남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끝내는 부작용을 초래했을 뿐더러 현 정권이 오히려 부메랑을 맞고 있다. 우리 형법에 있는 직권남용죄는 구성요건이 모호해서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었다. 미국법에선 직권남용죄는 존재하지 않고 비슷한 개념이 있다면 권력남용(abuse of power)이다. 권력남용은 그 자체로선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quid pro quo' (something for something)가 있을 때 그 대가성 행위 때문에 유죄가 될 뿐이다. 말하자면 부패행위가 있고 그것이 권력남용으로 이어졌다면 부패행위가 범죄로 단죄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사법절차를 방해하면 그 자체가 범죄가 되는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와는 다르다. 미국법에선 무거운 범죄인 사법방해죄는 우리 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무장관이 어떤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나 경찰관에게 수사하지 말 것을 명령하면 미국법에선 사법방해죄를 구성한다. 그러니까 우리 법에는 미국에선 중대범죄로 처벌하는 사법방해는 범죄가 아니고, 미국법은 처벌하지 않는 직권남용은 법조문 상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범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부터 검찰이나 법원은 직권남용죄롤 적용하는데 매우 소극적이었다. 만일에 부패와 무관한 권력남용 또는 직권남용이라고 해서 기소하고 처벌한다면 공직자들은 그것을 우려해서 일체의 재량적 행위를 하지 않거나 위원회나 용역연구 등 자기가 면피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서 비로소 정책을 결정하거나 처분을 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권력남용은 탄핵의 사유가 된다. 1974년 7월 말,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는데, 그 조항은 세 개였다. 첫째는 사법방해로,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한 괴한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통령 권력남용으로, 헌법을 수호하고 법을 집행할 의무를 위반하고,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정부기관의 사법기능을 저해했으며, 셋째는 의회 모독으로, 의회의 조사에 불응함으로써 의회 절차를 지연시켰다는 것이었다. 하원 법사위는 27대 11, 28대 10, 21대 17로 각각 통과시켰다. 캄보디아 폭격 등 전쟁권법 위반은 12대 26으로 부결됐다.

하원 본회의가 법사위의 결의를 따라서 통과시킬 것이 분명하고 상원도 탄핵안을 가결할 것으로 보이자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과 공화당 상·하원 원내대표는 백악관으로 가서 닉슨 대통령에게 의회의 입장을 통보했고, 며칠 후 닉슨은 사임을 발표했다.

닉슨에 대한 두 번째 탄핵사유인 권력남용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와 비슷하다. 헌재는 “최서원(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하였고, 최씨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파면 결정을 내렸다. 특히 '헌법수호의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닉슨에 대한 두 번째 탄핵사유와 비슷한 권력남용을 언급했다.

그러니까 권력남용은 탄핵 사유는 될망정 형사책임을 묻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윤석열 검찰은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과 몇몇 고위법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는데, 법원은 직권남용에 대해선 대개 무죄로 판결을 했다. 윤석열 검찰은 똑같은 잣대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을 기소했고, 탈원전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결국 정치적 책임을 추궁하면 충분했을 사안을 무리하게 검찰을 통해 직권남용죄로 처리하려다가 이런 혼란한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한다. 현 정권 들어서 시작된 직권남용죄 남용은 정권과 검찰 사이의 싸움이라는 희대(稀代)의 활극(活劇)을 초래하고 말았다. 

검찰은 기소하고 항소하면 그만이지만 피고인들은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1심에 2심, 3심, 또 파기환송심까지 험난한 과정을 가야 한다. 국가공무원인 검사들은 편안하게 항소하고 상고하지만 그 때 마다 피고인들은 피눈물 흘리면서 대응해야 한다. 피고인들은 변호사 비용으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이다. 몇 년간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변호사 비용을 10억 원 이상 쓰고 무죄가 확정되면 검찰은 “대법원 판결을 승복할 수 없다”는 논평을 내고 그만이지만, 당사자들의 삶은 이미 회복할 수 없게 무너진 후이다. 이런 것을 개혁해야 검찰개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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