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새 유행하는 민중가요를 보며 (게시판에서)

작성일 : 2008-07-22 16:07조회 : 2,607

( * 게시판에 겨울이 님이 올리신 글을 보다 많은 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앞으로 옮겼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이상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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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행하는 민중가요를 보며...

겨울이 (2008-07-21)

오늘 야후꾸러기에서 '쥐 백마리' 라는 동요가 사라졌다고 어떤 분이 아고라에 글을 올려서 그 노래를 찾아본 후 갑자기 이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언젠가 진보는 문화전쟁에서도 이겼다, 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게 기억이 나서 거기에 대한 제 생각이랄까, 그런것을 올려보고 싶습니다..

어느날부터인가 촛불집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수록 촛불집회에서 불리는 노래들에 많은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촛불집회 현장이면 빠지지않고 주제가처럼 불리는 '헌법 제 1조', '임을 위한 행진곡' (이 곡은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5.18 기념식장에서도 불러 화제가 되었죠.) , 바위처럼, 광야에서 등등 많은 노래가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생방송 중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제겐 너무 생소했으나 -저는 안치환도 누군지 모르던 사람입니다- 귀에는 너무나 좋은 멜로디로 들렸고 특히 가사도 정말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특히 선동적이며 민중지향적인 분위기가 정말 시위에 제격이라 싶었습니다. 혹자는 좌파가 이런 감수성으로 대중을 선동한다 할지 모르나, 글쎄요.. 선동에 성공한다면 그것도 능력이지 않을까, 싶으네요.. ^^

어쨌든 그 이후로 재미있게도 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민중가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가서 눈팅하는 여성 커뮤니티 82cook에서도 그렇고 다른 블로그에서도 민중가요 추천이나 가사집, 악보를 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어디서 앨범을 살 수 있냐는 둥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게중에는 노래는 좋은데 간혹 가사에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며 주저하는 글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바위처럼' 같은 곡은 거의 동요처럼 들리지만 끝 부분 가사에 '해방세상'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요..

그러나 재미있게도 어느덧 촛불집회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어린이들이나 청소년까지 이 노래를 부르며 그 가사에 신경을 쓰지않는 분위기가 되어버렸죠.. 극보수분들은 이런 경향을 '죄경화'라고 부르실지도.. ^^ 그러나 80년대 혹은 90년대에 태어나 '민중'이란 말조차 생소한 아이들까지도 '민중가요' 에 눈을 뜨게 만들고(?), 운동가요를 열심히 따라 부르고 배우게 만드는 요즘 세태, 그것을 이 정부에 대해 감사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모든 배후는 역시 이명박 정부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어떤 분들은 집회가 문화제로 흐르는 것을 반대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노래 부르고 춤 추는 것이 좋아서 오히려 더 촛불집회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이거야 원.. ^^;;

그런데 재미있게도 촛불시위가 유행을 하고 그 곳에서 불리는 노래나 율동, 팔리는 티셔츠, 외치는 구호가 일상적이 되어가도 한 편에서는 그것을 계속 사시로 바라보며 몰이해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네이버에 존재하는 촛불반대 단체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시위에서 자주 불리는 그 노래, 꼭 공산당 노래같은데 그거 뭐냐구요.. 그 사람들은 '헌법 제 1조' 라는 노래자체도 잘 모르며 그 노래를 공산당 노래처럼 들린다고 폄하하더군요. 같은 노래를 듣는데 어떻게 저렇게 귀가 다를까, 의아했지만 어쨌든 그 노래의 작곡가가 어떤 경력을 갖고 있던 제 귀에 노래가 쏙쏙 들어오고 또 그노래가 시위 현장에 잘 맞는걸 어쩌겠습니까.. ^^

그래서인지 그 곳 나이 든 회원 한 사람이 이런 제안을 하더군요.. 우리도 '운동가요' 같은 거 하나 만들어서 집회때 사용하자구요.. 우리도 노래가 있어야 단합도 잘 되고 또 집회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필요하다, 면서요.. 그러니까 그런 보수단체도 집회에 문화적 요소가 중요함을 알기는 하는 거지요..그런데 그 다음, 그 회원이 올린 노래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 회원이 추천한 노래는 바로 '월남참전가' 였던 거지요... 제가 들어보지는 않았는데 가사가 좀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었던가 봅니다.. 그러자 그 회원은 가사는 개사하면 된다고 합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민중가요 중 어떤 곡들도 외국곡의 번안곡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군가를 보수단체의 운동가요로 부르는 자체가 조금 그들의 경직성이랄까, 지나치게 우경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역시 보수는 문화적 감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또는 그저 단순히 운동가요로 쓸 곡의 자원이 부족해서일수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6월에 있었던 보수단체 집회와 방송국 앞에서 벌였던 시위에서도 그들은 군가를 제창하며 구호를 외쳤죠.. 실제로 군복을 입기도 했고 지휘관이 명령을 내리자 군인들처럼 일사분란하게 이동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에겐 그것이 또 하나의 문화일지 몰라도 젊은층이 보기엔 그것은 전혀 멋있지 않고 조금은 구태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시위에 등장한 전대협의 일사분란한 모습에 쏟아지는 찬사(?)에 대비되어 참 의아하더군요.. 촛불시위대는 왜 전대협이나 예비군부대의 일사분란함에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할아버지들의 군복과 군가에는 야유를 보내는 것일까.. 물론 이것은 순전히 촛불시위대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군복과 군가가 낡은 사상의 상징처럼 여겨졌기 때문이겠지요.. 마찬가지로 그들이 대변하고 있는 이념 역시도 어떤 면에선 대다수 민중의 관심과 이익에 별로 부합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그들은 문화적으로도 민중에게 호소할 수 있는 도구들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풀뿌리 민중에게 파고들어야 할 절실성을 못 가진채 살아온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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