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스턴 티 파티'라는 조세 저항

작성일 : 2021-04-17 21:49조회 : 1,748

'보스턴 티 파티'라는 조세 저항

미국 독립의 아버지로는 인디안 전쟁의 영웅이며 독립군 사령관을 지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하버드를 졸업한 보스턴의 저명한 변호사인 2대 대통령 존 애담스, 윌리엄 앤드 매리를 졸업한 버지니아의 농장주이며 당대의 지식인인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그리고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조지 워싱턴의 참모와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산더 해밀튼,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하원의원으로 조지 워싱턴의 신임을 샀고 국무장관과 4대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매디슨을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미국 독립의 불을 당긴 장본인은 조금은 의심스러운 직업을 가졌던 보스턴의 두 부자(富者)였고 이들이 행동에 나선 계기는 영국이 미국의 식민주에 부과한 세금이었다.

존 행콕(John Hancock : 1737~1793)은 부친이 빨리 사망해서 해운업을 하는 삼촌 집에서 성장했다. 하버드를 졸업한 그는 삼촌이 사망하자 사업을 이어 받아서 크게 성공해서 동북부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고 불렸다. 행콕이 큰 돈을 빨리 벌게 된 계기는 영국 세관을 피해서 밀수를 했다는 것인데, 그를 요주의 인물로 본 영국 해군은 그의 선박을 나포해서 막대한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행콕은 보스턴에서 영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일으켜서 영국군이 비무장한 시위대에 발포하는 일마저 생겼다. 1773년 5월, 영국 의회가 차법(茶法 : The Tea Act)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은 영국 동인도회사가 미국 식민지에 면세로 차를 수출할 수 있는 특혜를 주어서 존 행콕 같은 식민지의 무역/해운/밀수업자들은 불이익을 받게 됐다.

그 해 12월, 존 행콕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무역업자/밀수꾼들을 불러 모으고 군중을 동원해서 항의 시위를 하고, 보스턴 항구에 들어와 있는 선박에 인디언 복장을 한 사람들을 보내서 영국 배가 싣고 온 차(tea)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이것이 유명한 보스턴 티 파티(Boston Tea Party) 사건이다. 나쁘게 말하면, 미국 밀수꾼들이 영국 세관에 대항해서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식민지 내에서도 영국 선박에 쳐들어가서 차(茶) 상자를 바다에 버린 행동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 때 새무얼 애담스가 이 사건은 폭동이 아니라 정당한 반대 의사 표시라고 존 행콕과 폭도들 편을 들었다.

새무얼 애담스(Samuel Adams : 1722~1803)는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서 하버드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혼자 사업을 하다가 잘 되지 않자 부친이 하던 몰트(위스키와 맥주 원료인 맥아) 공장을 운영해서 큰 돈을 벌었고, 매사추세츠 식민주 의회 서기와 의원을 지냈다. 나중에 초대 부통령과 2대 대통령이 되는 존 애담스는 새무얼 애담스의 6촌 동생이다. 당시 식민지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들은 영국 당국의 규제와 세금을 싫어했는데, 양조장을 경영하던 새무얼 애담스도 물론 그러했다. (사실 사업가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규제와 세금을 싫어한다.)

새무얼 애담스는 부두에서의 폭동을 일으키도록 직접 사주하지는 않았으나 일단 사건이 발생하자 그것은 정당한 반대 활동이라고 지지해서 여론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밀수업자들의 난동’이 ‘대표 없이는 과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the representation)는 당시 식민주 의회의 논리에 근거한 ‘애국적 행동’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새무얼 애담스는 독립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소집된 대륙회의에 매사추세츠 대의원으로 참가했고 나중에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냈다. 존 행콕도 대륙회의에 매사추세츠 대표로 참석했고 그 의장을 역임했으며, 나중에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냈다. 보스턴 티 파티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람들은 티(홍차)는 더러워서 안 먹겠다고 하고 커피를 마시기 시작해서 오늘날 미국이 ‘커피 제국’이 되는 계기가 됐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에 남북전쟁도 자신들의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를 원한 북부와, 목화 담배 등 농산물 원자재를 유럽에 수출하고 완제품을 수입해야 하기에 자유무역을 원한 남부가 충돌한 것이다. 이처럼 세금은 폭동을 일으키기도 하며 혁명과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니 세금 때문에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세금 문제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백가지도 넘는다.

오늘날 새무얼 애담스는 프리미엄 맥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말에 보스턴에서 생산하기 시작해서 초창기에는 주로 동북부에서 팔렸는데, 오리지널은 쌉쌀한 맛이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새무얼 애담스 맥주회사 창업자는 새무엘 애담스 가계와는 무관하지만 이 브랜드는 대단히 성공했다. 보스턴에는 존 행콕의 이름을 붙인 오래 된 보험회사가 있다.

- 사진 : 왼쪽이 존 행콕, 오른 쪽이 새무얼 애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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