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하 하디드

작성일 : 2021-04-20 21:45조회 : 1,712

자하 하디드

오세훈이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이 되어서 그가 시장 시절에 시작한 동대문디자인 플라자(DDP)가 다시 평가 될지 궁금하다. DDP는 2014년 3월에 개관되어서 박원순 시장은 전임 시장이 시작한 것을 그다지 홍보하거나 평가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DDP를 설계한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 1950~2016)는 2016년에 급사했다. 자하 하디드가 남긴 작품을 보면 DDP를 시작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 헤이다 알리에브 센터, 광조우 오페라 하우스, 베이징 갤럭시 소호가 바로 그 시기에 같이 진행됐다. 과감한 곡선을 적용한 자하 하디드는 구겐하임 빌바오를 설계한 프랭크 게리가 시작한 포스트모던 건축을 보다 발전시켰으나 한창 일을 할 나이에 사망했다.

DDP는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세워졌는데, 내가 보기엔 주변 건물에 파뭍혀 있는 감이 있어서 전체 모습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DDP 같은 나즈막한 건축물은 한강변이나 언덕 위에 자리 잡았어야 훨씬 돋보였을 것이다. 제시카 스튜어트라는 건축 평론가가 뽑은 자하 하디드의 대표 건축물 10개 중에 DDP는 끼지 못한다. 10개는 시기 별로 열거한 것으로 보이는데, DDP와 같은 시기에 세운 헤이다 알리에브 센터(6번), 중국 광조우 오페라 하우스(8번), 베이징에 있는 갤러시 소호(9번)가 모두 Top 10에 들어있다.

* Zaha Hadid’s Legacy and Her Top 10 Architectural Masterpieces
By Jessica Stewart on February 20, 2018
1. VITRA FIRE STATION, WEIL AM RHEIN, GERMANY (1993)
2. MAXXI, ROME, ITALY (1998–2010)
3. PHAENO SCIENCE CENTER, WOLFSBURG, GERMANY (2005)
4. OLYMPICS AQUATICS CENTRE, LONDON, ENGLAND (2005–2011)
5. SHEIKH ZAYED BRIDGE, ABU DHABI, UNITED ARAB EMIRATES (2007-10)
6. HEYDAR ALIYEV CENTER, BAKU, AZERBAIJAN (2007–12)
7. BROAD ART MUSEUM, EAST LANSING, MICHIGAN (2007–2012)
8. GUANGZHOU OPERA HOUSE, GUANGZHOU, CHINA (2010)
9. GALAXY SOHO, BEIJING, CHINA (2009-12)
10. PORT HOUSE, ANTWERP, BELGIUM (2016)

자하 하디드의 대표작으로 아제르바이젠의 수도 바쿠에 있는 헤이다 알리에브 센터를 든다. 자하 하디드도 이 센터에 대해 자부심이 많다. 나는 지난 2018년 9월 바쿠(Baku)에서 열린 아시아정당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헤이다 알리에브 센터를 가 볼 수 있었다. 가을은 국회가 바쁠 때라서 간단하게 발표를 하는 회의만 참석하고 돌아왔지만 아제르바이젠 같은 나라에는 웬만해서 갈 일이 없으니 좋은 기회였다.

아제르바이젠은 소련 연방의 구성국이었다가 1991년에 독립했다. 소연방 시절의 KGB 지국장 출신인 헤이다 알리에브(1923~2003)가 1993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어서 10년 동안 통치했고, 2003년에 사망하자 그 아들인 일함 알리에브(1960~ )가 대통령을 이어 받아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러니까 부자가 벌써 30년째 통치를 해 오고 있다. 석유를 수출하는 산유국이라서 이런 통치가 가능할 것이다. 카스피 해에 접해 있는 바쿠의 도심은 옛 유럽식 건물이 정비되어 있어서 유럽 도시를 연상케 하는데, 군데군데 초현대식 고층 건물이 생겨서 전통과 현대성이 어울려 있다. 부유층이 사는 도심의 수퍼마켓은 유럽의 최고급 수퍼를 방불케 했다.

중동의 산유국과 마찬가지로 아제르바이젠도 21세기 들어서 최첨단 현대식 건물을 많이 지어서 건축가의 드림 플레이스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희림종합건축이 설계한 지상 40층짜리 국영석유회사(SOCAR) 빌딩은 시내 한복판에 우뚝 서있다. 바쿠를 대표하는 건물은 우리가 회의를 하고 숙박했던 플레임 타워(Flame Towers)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헤이다 알리에브 센터(Heydar Aliev Center)이다. 바쿠를 대표하는 두 건물은 2013년에 완공되었다. 회의를 끝나고 마지막 날 헤이다 알리에브 센터를 가 볼 수 있었다.

자하 하디드는 헤이다 알리에브 센터를 ‘믿을 수 없는 건축물’이라고 표현했다. 드넓은 언덕 위 부지에 건축가의 상상을 그대로 펼쳐서 설계를 했으니 스스로 그런 표현을 할만도 했다. 하지만 건물 명칭부터 국부(國父)격인 대통령 이름이고, 그 아들이 장기 집권 중인 현직 대통령이라서 개인 숭배적 요소가 진한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자하 하디드가 이 프로젝트를 맡을 때 윤리 문제가 거론됐던 것이다.

실제로 들어가 본 알리에브 센터는 내부가 엄청 넓다. 황당할 정도로 넓다. 그런데 텅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없고, 사실 별로 볼거리가 없었다. 헤이다 알리에브 대통령의 생애를 소개하는 코너, 바쿠 시내를 미니아추어로 만들어 놓은 코너, 그리고 민속물을 전시해 놓은 코너가 있었다. 메인 로비에 전시해 놓은 헤이다 알리에브가 대통령 시절에 탔던 소련제 최고급 방탄 승용차 몇 대가 제일 볼만 했다. 여하튼 간에 이 건물은 자하 하디드의 대표작으로 뽑힌다. 21세기 초에 지어진 이 아이코닉한 건축물이 보다 유용한 역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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