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혁담론, 주사파 등

작성일 : 2008-08-06 21:40조회 : 2,257

( * 한마디 님과 살아있는중달 님이 ‘토론 광장’에 올리신 글을 일자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이미 사이트의 초기화면에서 밀려 버려서, 보다 많은 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앞에 다시 올립니다. 원래 올린 글에 대해 맞춤법 오류 등을 시정했으며, 또한 읽기 쉽도록 문단을 조정했습니다. 필자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원문과 다른 분들이 올려 주신 의견은 모두 ‘토론 광장’에 그대로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이상돈 올림 )==============================================================

한국 근대사와 보혁담론(保革談論)

(한마디) 2008-08-03

- "빨갱이"라는 화두

요즘 한국사회의 이념적 분위기는 어디 가서 "빨갱이" 소리하면 시대착오적이라고 조소(嘲笑)의 대상이 되는 그런 수준이다. 세대가 바뀌고 시민의식도 변했기 때문에 어느덧 반공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면 시대상황과 동떨어졌다는 혐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진보진영의 사유(思惟) 일반을 단지 빨갱이라는 일면적 잣대로 측정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의 진보사상의 기원이 주사파(主思派)에서 비롯한다는 태생적 사실과 현재 남북이 군사적 대치를 지속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빨갱이라는 척도는 낡았지만 여전히 유효한 현실 독해의 수단이다. 보수 어르신들이 말하는 ‘빨갱이’라는 호명은 북녘의 사악한 독재체제가 소멸하는 날까지 이념의 대척점으로 기능할 것이다. 진보진영을 향한 무분별한 욕지거리나 포괄적 정의로 남용되지만 않는다면, 이 호칭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다.

우리와 유사한 분단의 역사를 경험했던 독일이 통일 이후 밝혀낸 간첩관련 내력들은 참조할만한 가치가 있다. 서독에서 활개쳤던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는 서독 의회 안에 거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수의 의원을 정보요원으로 한때 심어 놓고 있었다. 슈타지에 포섭된 비밀정보요원(간첩)들은 통일 전까지 40여 년간 서독 안에서 3만 여 명이 암약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계, 경제계, 노조, 학계, 종교계, 학생운동 등 서독사회 구석구석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슈타지 문서보관소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후베르투스 크나베 씨는 자신의 책 ‘슈타지 문서의 비밀’에서 “슈타지가 서독에서 활개 칠 수 있었던 것은 1960년대 이후 동독 편을 들어주고 동독을 인정해야만 ‘진보적’이라는 서독 지식인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동독 공산당이 40여 년간 장기독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 부분 이러한 서독 지식인들의 방조에 책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크나베씨의 서독 지식인 사회와 관련한 언급은 지난 십 수년간 이 땅의 지식인 사회에서 목격한 체험과 너무 흡사해서 매우 인상적이다. 소위 "투신"이라고 해서 빨갱이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침투해서 주요지위를 확보하고 암약한다는 북의 대남 사상적화 전술은 잘 알려져 있지만, 증거를 잡기가 어려워 그 개연성만 인정되는 실정이다. 한국사회의 좌편향은 간첩 같은 불순분자들의 체계적 활동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주사파에 영향받은 진보진영의 자생적 이념유포 쪽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는 게 객관적 분석이다. 진보이념이 우파의 그것과 큰 편차를 보이며 현실인식이나 역사관에서 첨예하게 충돌하는 이유는 진보의 태생적 불순성에 있는 것이다. 진보측이, 북한의 친일파 청산이 실은 김일성의 집권을 위한 무자비한 숙청의 범주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애써 간과한다든지, 대한민국과 우파의 정통성을 시종 부정하는 무리한 분별오류를 범하는 것도 종북(從北)적 사유에 근거하는 탓이다.

- 고령화(高齡化)된 보수

젊은이들이 장,노년층에 비해 보다 진보성향을 띄기 쉬운 개연성이 인정된다면 그건 아마 생물학적 근거에 기인하지 않나 추측해본다. 한국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좌편향되는 추세는 너무 압도적이어서 상례를 크게 상회하는, 특이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것은 진보의 보수를 향한 지속적 네가티브 전술의 참혹한 성과이다. 지난 대선에서 BBK 광풍이 불어칠 때 온국민이 MB를 범죄자로 추정했듯이, 네가티브는 진실에 상관없이 일정한 "루머효과"를 나타내기 마련이어서, ‘보수=악’이라는 공식은 보수측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청장년 세대의 부정적 보수관 형성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지금 청소년들의 부모가 이념세대로 불리우는 386들이라 가부장적 체계 내에서 좌파 이데올로기 전수가 행해질 개연성이 높고, 전교조에 장악된 학교현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회활동이 약하거나 은퇴한 노년층 위주의 보수 이데올로기는 허리에 해당하는 386 장년세대의 'Left Wall' 에 막혀 이념전수가 거부 당한 채 고립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영화, 예술, 출판 등 문화분야도 좌파 우위의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민이데올로기가 좌,우 어느 쪽으로 편중되는가 하는 것도 하나의 시대적 추세나 유행으로 볼 수 있지만 한국사회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건강치 못한 "정치적 악의"의 개입이 감지된다. 386들은 최근에 와서 종북주의를 비판하고 그들과 거리를 두는 등 합리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지만 주사(主思)적 태생성에 기인하는 불량이념의 폐악을 청산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그들의 추동력은 각 분야에 스며들면서 전통보수의 가치관과 이념을 양화(良貨)가 악화(惡貨)를 구축하듯 몰아냈다. 좌,우파의 개념은 정권의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차이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좌파가 우파를 매도하는 정치적 수사로 변질된다. 프롤레타리아의 복지를 위해서 좌파의 집권은 당위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일부시민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구상의 정권은 좌파일색이었을테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 동일시(同一視)의 오류

보혁갈등은 근대사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놓고 첨예해진다. 시장주의냐 분배와 복지를 강조할 것인가 하는 순수한 이데올로기 선택과 관련한 정치세력 간의 힘겨루기보다는, 이런 이념외적 범주에서의 갈등이 국민화합을 해친다는 점에서 훨씬 해악이 크다. 이를테면 보수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의 역사를 선해석(善解釋)하는 "자긍사관(自矜史觀)"을 지지한다. 독재정치의 어두운 체험이 있었지만 식민지배 이후 이렇다 할 예비단계 없이 바로 민주주의를 시작한 후발국가에서 그 정도의 정치적 시련은 성장통과 같은 것이며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등, 과(過)보다 공(功)이 크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반면에 진보는 건국이 친일파 청산 없이 이루어졌으며 부정한 집권세력이 민중에 압제를 가한 역사를 강조하는 "자학사관(自虐史觀)"을 주장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보혁(保革)간 역사 해석의 편차는 매우 심해서 일반시민들이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과거의 사실로 남아있는 사료(史料)를 놓고 학문적 해석의 폭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직관적으로 판단한다면 그것은 비유컨대 '하늘에 뜬 달이 보름달이냐 아니냐' 하는 정도의 미세한 차이에 불과 할 것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는데 있어 상반되거나 기발한 해석은 상식에 비추어 성립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 상식이 근대사 해석에 임하는 한국 보혁 진영 사이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기념관을 세워 마땅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진보측에선 남한 단독정부를 주장하여 통일을 무산시키고 독재를 자행한 늙은 친미주의자 쯤으로 폄하된다. 보수측이 '위대한 지도자'로 숭상하는 박정희는 진보입장에선 의심스런 친일전력에 지루한 장기독재를 행한 ‘나쁜놈’일 뿐이다. 시민에 올바른 사관을 제시해야할 정치인, 지식인들이 이런 상반된 역사해석으로 혼란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근대사를 보는 보수의 전통사관은 기실 별로 흠 잡을 데가 없다. 역사를 찌그러트리는 진보의 자학적 시선은 동어반복이지만 "주사(主思)컴플렉스"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다. 진보의 전신(前身)인 주사파가 그들 최초의 내부논리를 제조할 때 제1항은 물론 '위수김동(威首金同)'이었고, 제2항이 보수가 주도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자국역사에 침을 뱉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유는 북한의 관점에서 남한을 재단하는 일면해석에 기인한다. 주사파가 남한민중의 외면을 받고 도태된 지금 '제1항'은 폐기되었지만 '제2항'의 정신은 근대사관이나 보수층 매도 같은 범주에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역사와 상대정파에 대한 진보의 이해 속에는 이 같은 근본오류가 내장되어 있는게 명백한 사실이다.

한편, 과거 우파정권이 저지른 독재나 인권탄압, 부정부패를 들어 현재의 보수층을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시간적 연좌제를 적용하는 오류라고 볼 수있다. 박정희가 장기독재를 했든, 전두환이 인권탄압을 했든 지금의 보수층과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진보가 보수를 향해서 독재, 부패, 친일에 연루된 양 욕을 하는 행태는 전혀 근거 없는 '동일시의 오류'에 불과한 것이다. 역사를 하나의 유기적 연속체로 간주하고 조상의 죄는 후손에 계승되어야 마땅하다 는 식인가? 흔히 진보는 자신들이 윤리와 정의를 독점한양 으시대면서 보수의 부도덕성을 지탄하지만 그것은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진보든 보수든 도덕지수는 비슷하다고 본다. 소위 그 놈이 그 놈인 것이다.

- 페어플레이

만약 한반도에 북한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보혁 지형은 지금과 사뭇 달랐을 것이다. 주사파에 영향받은 이상한 변종이념이 진보의 영혼을 좀먹는 불행한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보수와 진보는 성장이냐 분배냐 같은 순수이념의 범주에서 건전한 정책을 견주고 정치적 비전을 경쟁하는 서구수준의 정치지형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진보는 삿(邪)된 이념의 망령에서 벗어나 페어플레이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보수의 신뢰를 담보하는 새로운 진보의 정체성이 전제된다면 진보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의 집권을 불온시하고 마다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부당한 취급을 받아온 보수의 명예회복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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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절망스럽습니다.

(살아있는 중달) 2008-08-04

- "빨갱이"라는 화두

"북녘의 사악한 독재체제가 소멸될 때까지"라는 ‘빨갱이 화두’의 유효기간은 판매자의 당기순이익증대를 위해 소비자의 건강 따위는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린 상업주의적 선택에 다름 아니다. 알러지 반응은 괜찮을 줄 알고 먹었다가 배탈 난 수많은 소비자에 의해 이미 검증되었기에 나타난 자기방어적 신호이기도 하다. 4대 군사노선이 완성된 것이 수십 년이며, 군사력/경제력측면에서 균형의 추가 넘어간 것 또한 수십년에 이른다. 주사파는 한 줌 되지도 않는 머저리들이어서, 뉴라이트에서 활개치고 있다. 적어도 동구권의 몰락 이후 빨갱이는 오직 무분별한 욕지거리와 포괄적 정의로만 쓰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어느 곳에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주장하는 세력이 있어 과거 동란(動亂)의 아픔을 간직한 어르신들에게 상처를 주는 세력이 존재하는가? 그나마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도 아닌 일가족 전제독재체제를...

서독에 암약했던 고정간첩이 얼마가 되건, 그 암약간첩에 의한 사회적분위기가 어찌되었건간에, 분단과 대치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그 시점에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그것은 분단 상황이 해소된 이후에 역사학자들이 과거 현상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데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통일 이후에 그것을 밝혀내는 것은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는 전혀 쓰일 수 없는 고장난 물건의 매뉴얼일 뿐이다. 언젠가 남북의 대치상황이 존재하지 않는 때, 암약간첩의 근거가 밝혀질 경우 그들을 처벌하고 다시는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그 자들을 찾아내어 처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남겨 보존하고 연구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그때 해야 한다. 지금 이 사회에서 그 많을 지도 모르는 암약간첩을 밝혀내지 못해서 위대한 역사의 대한민국은 좌초하는가? 그들을 찾아 밝혀내면 저 독재정권이 무너지겠는가? 저 암약간첩들을 잡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공안적 사유가 우리 사회의 체제 안정에 주는 이익은 쥐꼬리 만큼이고, 우리 사회의 자유와 건강성, 우리체제 우월성을 해하는 손실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저 극악한 정권의 독재를 방조할 수 있는 우리 사회내의 사유체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진보사유(思惟)의 태생은 서구의 그것과는 그 본류가 다르다. 서구의 진보사유는 분배의 문제와 2차 대전의 연원인 파시즘에 대항함으로서 출발한다. 볼셰비키는 서구라고는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러시아에서 일어났다. 볼셰비키는 사회체제에 대항한 진보적 체제가 아니라 우발적 사건에 교조적 이론을 적용하여 형성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정부분의 분배가 기존체제 내에서 복지라는 형태로 구현되고 난 후, 구라파 진보의 화두는 소수자에 대한 집단의 폭력 쪽으로 그 촛점이 이동하게 된다. 자본의 집중을 견제할 수단으로 환경문제를 제기하거나, 마초이즘에 대한 거부로 동성애의 대폭적인 수용 등이 그 예일 것이다. 한국사회의 진보사유는 도덕성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를 매매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세력들이 포진해있는 정파에 대한 반대가 그 근본이다. 이승만 우익마저 토지무상몰수, 무상분배를 검토했던 사실에서 보듯이 분배는 우리의 사유체계가 아니다. 도덕적 흠결을 가진 자들이 분배를 거부함으로서 전선(戰線)이 형성되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전제주의 독재정치가 분배라는 떡고물로 도덕성을 선점할 동안 부패세력은 총칼로 위협하며 자유주의를 자신들에 맞게 이리저리 손보아가며 누더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 고령화된 보수

인간은 근본적으로 보수화된다. 살아온 기간의 체제가 내 삶과 고착화되어가는 나이가 되면 진보라는 것은 생살을 떼어내는 듯 아플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고착화되기 전에 자신을 반성하고 끊임없는 사유를 요구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어르신들에게 요구하기에 역사가 너무 엄혹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가 요구하는 최저선(最低線)을 넘어버린 지도자를 루머일 뿐이라며 법적판단에 모든 것을 맡겼다. 이러한 행위는 그들이 단지 보수적일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것에 눈을 감는 수준의 추악한 늙은이라는 것을 규정해버린다. BBK 정도의 사안은 그 진실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의혹만으로도 서구 선진국에서는 퇴출될 사안이다. 이런 지도자는 아프리카의 독재정부나 남미의 군사쿠데타 빈번한 허약한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젊은 부모들의 Left Wall이 문제가 아니다. 어린 친구들의 판단에 조국은 자랑스럽디. 월드컵에선 4강을 이루며, 세계최고의 기술수준을 누리며,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향유하고 있다. 이런 조국에 저 후진국 스타일의 지도자가 나타나는 것을 그들은 철저히 거부한다. 쪽팔리니까. 정말 불편한 한국적 현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보수 계층들이 ‘김 미ㅤ초콜렛’하던 시절의 열등감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자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이지... 운운하면서...

영화, 예술, 출판 등의 문화분야의 사정은 철저히 보수주의자들이 공부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들은 책을 읽지도 않으며, 연극관람을 하지도 않고, 음악을 듣지도 않는다. 좌파들은 반공영화를 비판하기위해 반공영화를 보고, 조선일보를 비판하기위해 더 많은 논리를 학습한다. 억압과 통제의 틀을 벗어나고 싶어 은유(隱喩)의 노래를 작곡한다. 보수들은 철저히 게으르며 머리마저 나쁘다. 종북(從北)의 아킬레스 건(腱)을 보완하기 위해 발목을 끊어버리는 진보의 아픔을 보수들은 각오하지 않는다. 좌.우파의 개념은 정권의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차이를 넘었고 정치적수사의 틀도 뛰어 넘었다.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고집과 아집, 독선으로 우는 수렴하고 있다. 당연히 가진 그 어떤 것도 내놓을 수 없기에 다른 이의 자유마저 침해하는 반(反)자유주의자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정권은 아닐지언정 선진화되고 건강한 사회는 우파가 좌파와 대화하며 학습하고 서로에게 협력한다. 또한, 학습하고 변화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 동일시의 오류

보혁갈등이 이념외적 범주까지 펼쳐져서 사관(史觀)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분명있다. 그러나 소리쳐 묻는다. 누가 자긍(自矜)사관이고 누가 자학(自虐)사관인가? 보수가 요나누끼음계의 뽕짝을 부를 때, 진보는 자진모리를 쳤고, 보수가 턱시도를 차려입고 관람석에서 졸 때, 진보는 봉산탈춤을 추며 관객이 창작자가 되고 창작자가 관객이 되는 마당을 열었다. 독재정치의 어두운 체험이 있었다는 말을 예의상 꺼내어 보호하고자 하는 - 고도경제성장의 공이 큰 주체를 정권으로 보는 시각은 오만하다. 고도성장을 이루고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것이 우리 사회 모두라고 한다면, 진보는 분명 박정희를 일부분 긍정한다. 진보는 자학사관을 가진 것이 아니라 독재정권을 학대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는 철저히 자학사관 안에서 자기정권을 보호하고 수비할 뿐이다.

역사연구는 역사 참여자 모두를 보아야 한다. 너무도 오래되어 사료조차 찾기 힘든 역사는 지도자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연구해야 하지만 대한민국의 근대사는 그 사료들이 시골촌로의 입에서도 툭툭 튀어나오고 기밀해제 된 정부의 문서에서도 찾아진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마저 있다. 남한단독정부를 주장하지 않고 통일을 원했으며, 독재를 반대하는 수많은 사회구성원에 반하여 분열과 압제를 부추긴 세력이 이승만을 이용했고, 이승만은 분명 거기에 협력했다. 도대체 무엇에서 이승만을 기념해야하는 가? 3.1운동 직후 ‘엠퍼러 오브 코리아’ 명함을 파고 다닌 것을 기념해야 하는가? 그렇다. 그 나쁜 놈 박정희에 대해서 시민 대중 상당수가 긍정하는 것을 진보는 곤혹스러워하고 힘겨워한다. 어떻게든 더 많은 흠결을 찾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흠결만으로도 충분히 나쁜데 여전히 더 찾아야하는 현실이 힘겹다. 앞으로도 찾아내고 해석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좋아하는 구라파 역사를 보면 박정희 정도는 정권을 잡기 전 군복무 시절에 목이 뎅겅 잘려 나갔다.

위수김동을 부르짖는 그 꼴통 주사들은,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뉴라이트 안에 있다. 종북(從北)이라고 비난받는 민노당 조차 꼴통주사들이 발견될 때마다 살충제 뿌려가며 잡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자... 그러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것은 자학에서 시작된 자들이 아니다. 그들이 침을 뱉어대는 대상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기회주의정권과 기회주의자들이다. 설사, 한때 대한민국을 적극부정하며 우리역사에 자학적 시선을 보내던 자들이 있어 진보의 사관에 영향을 끼쳤다 하더라도 특성상 진보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화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태극기를 친숙해하는 축구장의 붉은악마의 응원가 CD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들어있다. 암약간첩이 붉은악마에 숨어들었다고 말한다면 정말이지 이 긴 글을 쓰고 있을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 진보는 반성하고 변화한다.

마지막 문단에서 모든 기운이 빠져버렸다. 만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현재의 보수와 관계가 없다면... 현재의 진보는 빨갱이랑 아무 관련이 없다. (원글 쓰신 한마디님께 하는 욕은 아니지만 님의 인식과 글쓰기에 분노한다)

- 페어플레이

현재의 진보는 서구수준의 정책담론을 펴고 있다. 민노당이 ‘코리아 연방제’ 같은 얼빠진 소리를 떠들고는 있지만 민노당 조차 정책에 대한 연구와 담론을 제시한다. 삿된 이념의 망령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빨갱이를 외치고 있지 않나? 민노당의 논평에서 한나라당에게 이명박붙잡고 박정희 세력 운운하는 논평을 한 적이 있는가? 박근혜야 박정희를 책임져야하는 사람이다. 논외다. 한나라당의 논평은 틈 만나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라는 문장을 아예 접두어로 사용해버린다. 부당한 취급을 당한 진보는 명예회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명예회복과 생존에서 어떤 페어플레이를 말할 수 있는가? 더군다나 반칙은 보수가 하고 있지 않는가?

*저 역시 비난의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분 분노합니다.

저는 진보도 보수도 아닙니다. 친북 반북을 논한다면 반북이고, 단지 전략적으로 북의 붕괴/해체를 위해 친북의 전술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절대 자유주의자입니다. 자유주의라는 보수의 고결한 가치가 진보에 의해 보호된다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저는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사회당.시민단체를 지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초적 품성을 가득 안은 이성애자인 저이지만, 자유의 가치 아래 동성애자의 자유를 누구에게 부탁할지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님의 글을 볼 때 절망하고 이 사회의 보수에 침을 뱉습니다. 자유라는 이 위대한 가치를 정당의 이름에 넣어봅니다. 자유당. 민주자유당. 자유선진당. 역사적으로 정말이지...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정파적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보수이시라면, 다시 되돌아보십시오. 본인의 인식에 문제가 없는지... 온라인에서 마구 적어대는 관계로 문장이 매우 매끄럽지 못하며 난잡한 점은 이해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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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파(主思派)를 잘 모르시는 분들 참고하세요.

살아있는중달 2008-08-05

보수가 변화하고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할 정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진보/주사(主思)에 대한 정보성 글입니다. 보수만 모르지 일반시민들은 상당히 알고 있습니다. 그저 정보만 적고 싶은 데, 제 주장도 조금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글이 조금 격하거나 불쾌해질 수 있음을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80년대 중반 이전까지 주사파는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간첩"은 꽤 있었을 것입니다. 주사파의 존재는 우발적/자생적 사건입니다. 박정희나 이병도의 자기 컴플렉스에서 나온 민족주의적 교육이 80년대 금서(禁書)읽기 열풍의 시대에 ‘강철서신’의 필자 김영환 등과 융합하면서 나타난 세력입니다. ‘강철서신’의 김영환의 경우는, 집구석에서 단파 라디오 몇 번 듣고 '웹사이트에 몇 자 휘갈기듯' 대충써댄게 ‘강철서신’이 되었다고 본인이 고백합니다. 현재 뉴라이트의 선두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의 정신적 지주는 뉴라이트에서도 정신적 지주가 되었고, 운동권들이 대거 제도권정치에 들어갈 때 나와바리 배정 못 받은 떨거지 주사파들도 현재 뉴라이트의 중간관리자질들을 하고 있습니다. 신지호/차명진도 대표적 예이겠지요.

어쨌거나 그 전부터 있었던 NL운동권의 대다수가 이때 주사파로 전향(?)하여 주사파 전성시대를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전대협의 경우가 주사파에 의해 상당부분 장악되었다고 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북한측에서는 오히려 깜짝 놀라 주사파들을 만나고 싶어 안달하고는 했습니다. 주체사상을 좀 더 확고하게 수정하고 보완할... 그리고 남한내부에서의 친북적 분위기를 고조 시켜줄 전위세력으로 키우고 싶어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주사파 자체는 실체라기보다는 매우 특이한 사건이어서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와해되었습니다. 자기반성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서 몰락마저 우발적 사건으로 일어나지요. 북한도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꼴이 되었고, 국제환경이 자기들 먹고 살기도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어버렸지요. 북의 지령에 의한 암약세력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이 시기가 도래하기 직전에는 북이 84년 수해 때 남쪽에 쌀도 보내고 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결국 뭐... 진보가 원래 신념이 강해 한동안 그 찌끄레기들이 남아있긴 했고, 그 끝은 96년 한총련 사태입니다.

북한체제가 대단한 철학을 만들어내고 사상적 흐름을 유지해나갈 사회체제가 되지 못합니다. 공산/사회주의 초기부터 저변에 존재하는 국제주의, 보편주의에 반대해 내부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내세웠던 주체사상은 매우 감정적 차원의 저열한 민족주의에 다름 아니었는 데, 오히려 남한 쪽의 살붙임에 의해 ‘주체사상’이라는 해괴하고도 거대한 철학사상으로까지 발전합니다. 고대인이 빗살무늬토기 하나 만들어 두었더니, 수천 년 뒤의 종교지도자가 "빗살무늬 갯수가 몇개다. 이 빗살무늬는 우주의 생성원리를 나타낸 것으로 우리조상은 우주를 생성한 것이 틀림없다."식이 된 겁니다.

저는 반북인(反北人)이지만 저 북한의 정권을 유지시키는 것은 친북인사들이 아니라, 주사파/빨갱이를 언급하며 북한이 대단한 사상적 역량을 가져 남한의 사람들을 지배/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북을 놀랍게 바라보게 하고 체제를 공고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핵문제에서 바라보는 북의 외교력도 사실 북이 대단한 외교적 전략을 가지고 추진해서 벌어진 게 아니라, 아니면 말고 식의 벼랑끝 도박일 뿐입니다. 그런데, 남쪽의 반북(반북)인사들이 치밀한 북의 외교라는 등의 언급으로 남한과 미국의 외교협상력을 떨어뜨리고 북의 주장을 경청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더군요. 이거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북을 자꾸 멋지게 보이도록 만드는 건 극렬한 반북인사들입니다.

그저 북한은 쌩까고 돈이나 쥐어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제풀에 지쳐 정권몰락으로 간다는 게 제 시각입니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를 긍정한다면 [김정일의 사주와 주체사상의~]라는 말은 참 안 어울립니다. 대한민국 정도의 건강성(부패인사와 친일역사의 현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이라면 북한에 휘둘릴 나라가 절대 아닙니다. 주변 4대강국과의 조율로 우리가 북을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걸 왜 인정하지 못하는 지... 아니 왜 이해하지 못하는 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표현이 있었죠. 북은 칼을 목에 겨눈 강간범이고, 남은 협박당하는 여성인질이다. 상당부분 수긍합니다만, 대한민국은 그저 약하디 약한 처자가 아니라 상당히 머리가 좋으며 호신술도 대단한 처자입니다. 주변의 시민들이 서로 도와주고 싶을 정도의 미모를 갖추고 있고 기지를 발휘해 강간범을 어르고 달랠 줄도 압니다. 그런데 주변시민들한테 강간범이 못생겼고 음험하며 나는 너무도 약해서 휘둘리기 쉽다고 떠들어 버리는 것은 오히려 강간범의 성욕만 자극하게 되고 주변시민들의 관음증만 더 키울 뿐입니다.

솔직히 인문학적 지식이 부족하고 열성적인 투표성향을 보이는 어르신들을 자꾸 자극해서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려는 한나라당 계열들이 이러한 현실을 애써 눈감고 있거나, 아니면 한나라당 계열들이 무식해서 아예 이 정도의 전략적 사고도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자라면 매국버릇 개 못준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고, 후자라면 정치 그만두고 조폭질이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신)
"진보가 어딘지 모르게 음험한 북녘삘이 난다. vs 보수가 어딘지 모르게 추악한 매국삘이 난다." 이 두 명제를 국민투표해보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진보에게서 혐의를 벗기고자 하는 게 아니라 보수들에게 현재의 위기상황을 알려보고 싶습니다. 자꾸 제 이야기를 하게 되는 데, 제가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자유라는 가치가 사회에서 구현되기 위해선 진보의 힘도 필요하겠지만 보수가 변화해 건강해져야 합니다.

진보신당의 민노당 분가는 몇 년 전이 아니고 지난 대선직후/총선직전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진보정당인 민노당은 PD계열 노동운동가(친북이라고 보기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민족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보이는 인사들도 많습니다)이 주류로, 주사를 포함한 NL계열이 비주류로 연합하여 탄생했는데, 민노당의 원내진출이후 NL계열의 대거입당으로 당권을 친북/종북인사들에게 빼앗기자 분당된 것입니다. 초록은 동색인 게 맞는 데..., 주체사상이나 김일성 따위를 이념으로 공유한 것은 아니고, 같이 진보정당운동을 했던 그 투쟁의 기간을 공유한 것이죠. 사실 한때 동지였던 것을 생각하면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민노당 비판을 하고 있더군요. 민노당 시절에도 박노자나 진중권 같은이들은 "꼴통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입에 거품 물고 욕지기 해대고 그랬습니다. 진보신당의 경우 현재 명실상부한 정당이 아닙니다. "진보신당 연석회의"라는 임시적 체제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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