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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엔주재 대사가 된 조지 H. W. 부시
작성일 : 2021-07-06 10:21조회 : 1,737
유엔주재 대사가 된 조지 H. W. 부시
“내가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모두 해 보아서 아는데, 상원의원이 치킨 샐러드라면 하원의원은 치킨 똥(shits)이야.”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고향 텍사스로 내려 온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 1908~1973)이 자신을 찾아와서 진로를 상담한 하원의원 조지 H. W. 부시한테 한 말이다.
조지 H. W. 부시(1924~2018)는 1966년 휴스턴 근교 지역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1968년에도 여유있게 당선됐다. 1970년 선거에도 하원의원에 출마하면 당선은 확실했지만 부시는 과연 하원의원을 계속할지, 다른 도전을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린든 존슨을 만났더니 이런 말을 들은 것이다.
그래도 확신을 할 수 없었던 부시는 닉슨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존슨한테서 들은 말을 전했다. 그랬더니 역시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모두 지낸 바 있는 닉슨 대통령은 반가워하면서, 다가오는 1970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텍사스에 출마해서 지긋지긋한 민주당 상원의원 랠프 야보로(Ralph Yarborough 1903~1996)를 제발 떨어트리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닉슨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혹시 잘못되더라도 걱정 말라고 했다.
텍사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아성이어서 공화당원은 하원의원도 당선이 쉽지 않았다. 1966년에 휴스턴 근교 부유한 지역구에서 조지 H. W. 부시가 하원의원에 당선된 것이 전국적 뉴스가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1960년 대선에서 상원의원이던 린든 존슨이 부통령으로 당선된 후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원인 존 타워(John Tower 1925~1991)가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따라서 1970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조지 H. W. 부시가 당선되면 텍사스 출신 상원의원 두 석을 모두 공화당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랠프 야보로는 지나치게 진보 성향이라서 보수적인 텍사스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희망에 부푼 부시에게 뜻밖의 일이 생겼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야보로 의원이 정치신인 로이드 벤슨(Lloyd Bentsen 1921~2006)에게 패배한 것이다. 벤슨은 야보로 보다 훨씬 젊고 진보적 성향이 아니었으니, 이미 텍사스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을 갖고 있는 텍사스 유권자들이 공화당원 부시를 상원의원으로 지지할 이유가 없었다. 부시는 큰 표 차이로 낙선하고 말았다. 부시는 물론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부시의 가능성을 알아 본 닉슨은 부시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선거가 끝난 후 한 달이 지난 12월, 닉슨 대통령은 부시를 유엔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 부시는 상원 인준을 마치고 1971년 3월에 유엔 주재 대사로 부임했다. 부시에게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부시는 1973년 1월까지 유엔주재 대사로 있었는데, 그 기간 중 대만이 유엔회원국과 안보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당하고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부시는 대만이 유엔 회원국으로 머물고 안보이사국 지위만 중국에게 내어주는 방식을 선호했지만 닉슨과 키신저가 중국 측과 이미 약속을 한 사안이어서 다른 도리가 없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임기를 마치고 방송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던 로널드 레이건은 닉슨 행정부가 대만을 유엔에서 축출한 조치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미국이 대만을 유엔에서 축출할 때 부시가 유엔 주재 대사였다는 점은 공화당내 보수파들이 부시를 싫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1988년 대선에 당선된 부시는 존 타워를 국방장관에 지명했으나 상원에서 인준이 거부당해서 하원의원이던 딕 체니가 국방장관이 됐다. 타워는 1991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부시를 상원의원 선거에서 떨어뜨린 로이드 벤슨은 1988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마이클 두카키스의 러닝메이트로 나왔고, 클린턴 행정부 초기에 재무장관을 지냈다. 린든 존슨은 술 담배를 오래해서 심장이 나쁜 탓에 65세 나이로 빨리 사망했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피로감이 존슨의 수명을 단축시킨 것이다. 부시가 딕 체니를 국방장관에 임명한 일은 이라크 전쟁이란 역사적 과오의 첫 단추였다. 이어서 쓰기로 한다.
- 사진은 1970년 12월, 닉슨 대통령이 조지 H. W. 부시를 유엔주재 대사로 지명함을 발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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