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지 H. W. 부시와 딕 체니

작성일 : 2021-07-07 15:27조회 : 1,864

조지 H. W. 부시, 딕 체니 그리고 럼스펠드

197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가 승리함에 따라 포드 행정부는 오래 가지 못했다. 1976년 공화당 대통령후보 예비선거는 현직 대통령이 우세하다는 관념을 깨뜨리고 로널드 레이건과 끝까지 경쟁하는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비록 포드 대통령은 간신히 공화당 후보가 되는데 성공했지만 공화당내 지지가 전폭적이지 않음을 보여 주었고, 결국 본선에서 패배했다. 반면에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조지 H. W. 부시는 CIA 국장이기 때문에 포드의 선거를 도울 수 없었다. 부시는 자기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III 1930~ )로 하여금 포드 선거캠프에 참여하도록 했다. 베이커는 포드 캠페인의 핵심 멤버 중 한명이었다. 프린스턴 대학과 텍사스 대학(오스틴) 로스쿨을 나오고 휴스턴에서 변호사를 한 베이커는 부시와 테니스 친구였다. 부시는 자기가 상원의원 선거를 나가면서 비어지는 자신의 하원의원 지역구에 베이커에게 출마할 것을 권했으나 베이커는 당시 부인이 암 투병을 하고 있어서 사양했다. 베이커는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과 재무장관, 그리고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내게 된다.

1976년 대선에 패배해서 공화당 멤버들은 모두 정부를 나오게 됐다. 헨리 키신저는 자기 이름을 내건 컨설팅 펌(The Kissinger and Associates)을 만들었고,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도 여기에 참여했다.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는 키신저와 가까웠지만 동시에 조지 H. W. 부시와도 가까웠다. 부시가 1년 남짓 동안 CIA 국장을 지낼 때 스코크로프트는 백악관 안보보좌관이었으니까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스코크로프트는 조지 H. W. 부시 백악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내면서 동유럽 공산권 붕괴와 걸프 전쟁 등 격동하는 국제정세에 매우 성공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딕 체니는 고향 와이오밍으로 내려가서 197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되어서 1989년 초 국방장관에 취임할 때까지 내리 5선을 했다. 딕 체니는 모든 면에서 로널드 레이건의 보수노선을 철저하게 추종했고, 하원에서 레이건을 가장 열심히 지지하는 의원으로 손꼽혔다. 말하자면 딕 체니는 포드에서 레이건으로 갈아 탄 셈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서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내게 된다.

도널드 럼스펠드는 G. D. Searle 이란 제약회사 대표로 취임해서 1985년까지 이 회사를 이끌었다, 1980년대 중반에 이 회사 대표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당시 문제이던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해 언급을 한 적도 있다. 럼스펠드는 그 후 TV 신기술 개발회사, 신약개발회사 대표를 역임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럼스펠드를 이라크에 특사로 보내서 후세인을 만나서 레바논 문제를 협의토록 하도록 하는 등 정부 일을 간간히 맡기기도 했다. 이처럼 24년 동안 주로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을 아들 부시가 갑자기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2018년에 타계하기 3년 전인 2015년 초, 부시는 자신의 전기를 집필하는 욘 미첨에게 체니와 럼스펠드에 대한 속내를 털어 놓은 바 있다. 정작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저자의 인터뷰 기사로 미리 알려져서 화제가 됐는데, 부시는 체니와 럼스펠드가 자기 아들을 잘못 보좌했다면서, 이것은 결국 아들인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했다. 체니에 대해선 자기가 대통령할 때 알았던 국방장관 체니와는 다른 매우 강경한 부통령이었다면서, 체니가 부통령실에 자신만의 국무부를 운영했다고 비난했다. 부시는 체니가 부인 린 여사의 통제를 받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린 체니는 탁월한 학자였지만 공고한 보수주의 철학으로 논란을 빚은 적도 있다. 부시는 럼스펠드를 ‘거만한 자식’(an arrogant guy)이라고 표현했다.

조지 W. 부시는 자기 아버지가 럼스펠드를 싫어하는 것을 알고 럼스펠드를 국방장관에 지명하기 전에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알면 반대할 것을 뻔히 알았기 때문이라고 나중에 인정했다. 조지 H. W. 부시가 아들 부시의 각료 인선에 대해 의견을 묻자 “새 행정부는 내 아들의 것”이라고 답한 것도 럼스펠드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사진은 딕 체니를 신임 국방장관으로 소개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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