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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지 H.W. 부시와 제임스 베이커
작성일 : 2021-07-14 15:55조회 : 2,260
조지 H.W. 부시와 제임스 베이커
로널드 레이건은 과거의 대통령은 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조치를 몇 가지 취했다, 우선 부시의 친구이며 선거 참모였던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III 1930~ )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고향 휴스턴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베이커는 잠시 자기를 보자는 레이건의 전화를 받고 레이건을 만났다. 레이건은 베이커에게 비서실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베이커는 순간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나중에 술회했다. 베이커는 1976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포드 대통령의 선거참모로 레이건을 경선에서 떨어뜨렸고, 1980년 예비선거에선 부시의 선거참모로서 레이건을 패배시키려고 했는데, 그런 자기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제임스 베이커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레이건은 비서실 부실장에는 마이클 디버(Michael Deaver 1938~2007)를 임명하고 백악관 보좌관으로는 에드윈 미즈(Edwin Meeese 1931~ )를 임명했다. 변호사인 에드윈 미즈와 광고회사 출신인 디버는 레이건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낼 때 비서실장과 부실장을 지낸 ‘캘리포니아 사단’이었다. 레이건은 좀더 다른 경력과 배경을 갖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를 이들과 함께 일하게 해서 대통령 비서실의 운영이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언론은 이들을 '3인방(troika)'이라고 불렀다. 언론도 레이건이 부시의 사람인 제임스 베이커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레이건의 용인술을 주목했다.
제임스 베이커는 레이건 1기에는 비서실장, 그리고 2기에는 재무장관을 지냈고 1988년 대선을 앞두고 재무장관을 사임하고 부시의 대통령 선거를 총지휘하게 된다. 재무장관으로서 베이커는 ‘플라자 합의’를 타결해서 일본이 코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플라자 합의’가 엔화 절상(切上)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한국 제품이 수출경쟁력을 갖게 되었으니 당시 우리 경제의 호황은 베이커에 힘입은 바 크다. 부시의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재무장관을 사임하는 베이커에게 레이건은 “자네는 우리 성공의 비결이었네. 이제 조지를 위해 다시 하게나(Do it again for George.)"고 격려했다. 베이커는 부시 대통령 시절에 국무장관을 지내면서 동유럽 공산권 몰락과 걸프 전쟁 등 격동하는 국제정세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레이건은 부시 부통령에 대해 전에 없던 기회를 부여했다. 부시가 유엔주재 대사와 CIA 국장을 지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여토록 한 것이다. 국가안보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부시는 자신의 안보보좌관으로 CIA 출신인 도널드 그레그(Donald Gregg 1927~ )를 임명했다. 도널드 그레그는 외국 출장이 많은 부시 부통령을 수행하면서 세계를 누볐으니, 이들은 격동하는 세계정세를 현장에서 잘 습득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된 부시는 그레그를 주한 대사로 임명했다.
레이건은 다른 일정이 없는 한 매주 목요일 점심을 부시 부통령과 같이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두 사람의 목요일 점심은 8년 임기 내내 이어졌다. 임기를 마친 레이건은 부시에게 남긴 마지막 메모에서 함께 한 목요일 점심이 즐거웠다고 썼다. 부시는 레이건과 8년 동안 목요일 점심을 같이 했던 일이 자기 인생에 있어 가장 즐거웠던 추억이라고 술회했다.
부시가 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리차드 앨런(Richard Allen 1936~ )은 레이건 백악관에서 안보보좌관으로 일하던 중 일본 언론사가 낸시 여사를 인터뷰하면서 낸시 여사에게 건넨 사례금 수표를 사무실 캐비넷에 무심하게 보관해두고 있다가 이 사실이 언론에 누설되어서 1982년 초에 사임했다. 리차드 앨런과 도널드 그레그는 레이건 행정부 초에 사형당할 위기에 처했던 김대중 대통령을 전두환의 미국 방문을 조건으로 구해 냈다.
사진은 유엔안보이사회에서 베이커 국무장관과 부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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