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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작성일 : 2021-07-17 11:52조회 : 1,850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윤석열 전 총장의 출마선언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고 있는데, 우리 헌법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구절이 들어간 연혁부터 살펴야 할 것으로 본다.
3공 헌법은 5.16 후 채택된 헌법이지만 매우 잘 만들어진 헌법인데, 사법부가 위헌법률심사권을 갖도록 한 것이 특히 그러했다. 또한 3공 헌법은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신나치 극우정당이나 계급혁명을 전파하는 공산당을 해산할 수 있도록 한 서독 헌법의 ‘방어적 민주주의’를 채택했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대법원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대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한 헌법 제7조가 바로 그 조항이다. 이렇게 해서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가 우리 헌법에 들어왔다.
그 후 헌법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는 정당을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조항은 4공 헌법 제7조, 5공 헌법 제7조, 그리고 현행 헌법 제8조에 그대로 내려오고 있다. 정당 해산을 하는 기구만 대법원, 헌법위원회 그리고 헌법재판소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유신헌법은 서문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역사적 사명에 입각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서,”라는 구절을 두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가 헌법으로 들어 온 것인데, ‘평화적 통일’과 결부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언급되었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1972년 5월, 이후락 정보부장이 평양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 덥석 받아들고 온 ‘자주적 평화 통일’이 논란을 일으키자 그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유신헌법 서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집어넣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즉, 평양에서 받아 들고 온 '7·4 남북공동성명'은 1972년 7월 4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 발표되는데, 이는 '남북 간 최초 공식 합의문서'이기도 하다. 그 핵심은 '민족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 3대원칙'이었다. 이것은 외세를 배격한 민족자주 평화통일을 말하는 것이니, 이후락은 북한의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받아 들고 와서 박정희 대통령도 곤혹스러웠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당시 보수 야당인 신민당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7·4 남북공동성명’을 그대로 둔 채 남북통일을 위해서 유신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보기에 따라선 박정희가 김일성과 합작해서 무슨 연방제를 획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니까 유신헌법에 그런 논의를 불식하기 위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고 못을 박았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10월 유신의 근거 중 하나가 통일이고, 그걸 위해서 유신헌법은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조직을 두었는데, 그러면서도 통일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근거해야 함을 확실하게 선언한 것이다.
전두환이 만든 5공 헌법의 서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한다는 구절이 있다. 유신헌법이 평화적 통일과 결부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한데 비해 5공 헌법은 이를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영역으로 일반화시켰다.
여야 합의로 만든 1987년 현행 헌법은 서문에서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규정해서 5공화국 헌법 서문과 다르지 않다. 또한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한다. 통일과 관련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다시 언급된 것이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우리 헌법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헌법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세상의 많은 사물이 그러하듯이 이 용어도 논리적 산물이라기보다 역사적 산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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