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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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등록임대주택 세금감면
작성일 : 2021-07-17 14:54조회 : 4,330
등록임대주택 세금감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어느 정도 부동산 세금이 오를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공시가를 실거래 가격에 근접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을까 했다. 국회 입법이 없이도 정부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인 정부 들어서 나온 첫 부동산 정책이 등록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통해 임대를 활성화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공시가 6억 원 이하 주택에 한한다고 했던 것을 보면 그것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이 정책을 만들어서 시행한 사람은 김수현 수석과 김현미 장관이다.
외국에는 흔히 있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임대아파트가 우리나라엔 없다, 우리나라 임대 시장의 기본은 전세이다. 전세라는 제도는 세계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 1960~70년대에 독일에서 민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 학자 중에는 전세를 주제로 논문을 쓴 사람도 몇몇이 있었다. 독일 학계에서 보기에는 신기한 제도이기 때문에 비교법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주제였을 것이다.
고금리 시대가 지나가면 전세는 자연히 없어지고 외국처럼 월세로 바뀔 것이라고 했지만 그 예측은 어긋나고 말았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자 돈이 풀려서 집값이 오르는 추세가 됐기 때문이다. 집값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 정점을 찍었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공급 확대 기대감이 나온데다 당시 세계를 덥친 경제위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집값이 계속 내려가서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는 집값이 2008년 고점에 대비해서 반 토막이 났고, 영종 등 외곽지역은 미분양 사태가 심각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금리를 인하해서 집값을 띠우려 했던 것이 이 시점이었다. 집값이 내려가니까 사람들은 집 사기를 기피하고 전셋집을 구했다. 그러자 전세가격이 집값에 비해 많이 올라갔다. 이런 기회를 포착하고 갭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런 갭 투자자들이 로비를 한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새 정부 부동산 1호 정책으로 등록임대주택 세금감면 제도를 도입했다. 갭 투자자들이 만세를 불렀고, 많은 사람들이 덩달아서 갭 투자 대열에 참여했다. 나는 그 때 도무지 이 사람들(김수현 김현미 등)은 우리나라에 전세라는 제도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나 싶었다. 외국처럼 아파트 건물을 지어서 임대하려면 큰 돈이 들어가는데, 그런 경우를 활성화하는 데는 등록임대주택제도가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그런 시장이 생기지 못한다. 전세라는 제도가 존재하고 전세를 중심으로 임대주택 시장이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천 가지 이유로 남의 집에 전세를 살기도 하도 자기 집을 전세로 내어 놓기도 한다. 우리는 그 동안 전세 사는 사람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확정일자 제도를 도입했고 전세금 융자라는 제도도 개발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시중의 보통사람도 아는 전세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고 이상한 세금감면 제도를 도입해서 부동산 광풍에 불을 붙이고 말았다.
아래 한겨레 기사가 지적하듯이 박근혜 정부가 다주택을 조장한 것은 맞다. 그러면 새로 들어온 문재인 정부는 그것을 규제하기 위한 대책을 취했어야 하는데, 거꾸로 등록임대주택 세금면제라는 기가 막힌 정책으로 다주택 보유를 조장했다. 여기서 조심해서 볼 포인트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등록임대주택 세금면제 정책을 내어 놓았을 때 이른바 보수신문과 경제신문은 덤덤하게 보도했다. 속으로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을 것이다. 한겨레 등 이른바 진보 신문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감각이 없었거나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부가 내어 놓은 정책이니까 비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보언론이니 보수언론이니 할 것 없이 이런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비판을 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나는 부동산 문제를 공부하거나 특별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법과대학을 나온 사람은 전세라는 제도가 우리나라에 특유한 제도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전세를 살지 말고 월세를 살면 된다고 했던 김현미 장관이야말로 평생 월세를 살아 보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선 월세를 살기가 쉽지 않다. 미국 등 외국처럼 월세 아파트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아파트는 월세를 사는 공동주택을 의미하고 우리나라처럼 분양을 하는 아파트는 콘도미니엄이라고 부른다.(우리나라 휴양지의 콘도는 영어로 하면 타임 세어링 리조트 Time Sharing Resort이다.)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보고 내가 느낀 점은, 사람이 외국에서 공부도 하고 살아보기도 해야 견문이 넓어지고 지혜가 생긴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실패의 첫 단추는 등록임대주택 세금감면제였다고 나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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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7년 7월 15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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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파시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 첫 부동산 종합대책인 2017년 8·2 대책에 대해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했던 두 발언은 요란했던 다주택자 규제 속에 숨은 모순을 보여준다. 4개월 뒤인 12월13일 발표된 ‘등록임대 활성화 대책’은 단 1호만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면적 상관없이 공시가격 6억원 이하면 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합산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줬다. 2018년에만 주택임대사업자는 14만8천명, 등록 임대주택은 38만2천호 각각 늘었다. ‘집 많이 가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매물로 나왔어야 할 38만2천호를 되레 세제 혜택을 줘 ‘보호’한 것이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1003685.html?fbclid=IwAR0iHym4LPqjZ6hi9ZZONPZSoaXNx8b1uaCdCO4wzglotuoX1FUESWh2VAI#csidx97be68469a0d2d5a09403ef377a2f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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