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이트 밀럿 (1934~2017)

작성일 : 2021-08-08 13:46조회 : 1,474

케이트 밀럿 (1934~2017)

내가 대학 1학년이던 1970년 미국은 ‘지구의 날’(The Earth Day) 행사가 크게 열려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이에 따라 의회가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 같은 해에 케이트 밀럿(Kate Millet 1934~2017)이 ‘성(性)의 정치학’(Sexual Politics)을 펴내서 주목을 샀다. 타임지는 밀럿을 표지인물로 내세워서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가 됐다.

케이트 밀럿은 미네소타 출신으로 미네소타 대학과 옥스퍼드에서 문학과 예술을 공부하고 여자대학인 바너드 칼리지에서 강의를 했으나 당시 미국을 휩쓴 반체제 운동에 가담해서 결국 강단에 서지 못하게 됐다. 밀럿은 컬럼비아 대학의 박사과정에 들어가서 여성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이것을 'Sexual Politics'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베티 프리던(Betty Friedan 1921 ~2006) 같은 1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스스로가 질곡(桎梏)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데 비해 케이트 밀럿은 여성 문제를 여성 자신의 문제가 아닌 정치제도의 억압(oppression) 문제로 접근했다. 지금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당시로서는 과격한 정치이론이었다.

1960년대 후반기는 프리 섹스와 마리화나, 그리고 히피 스타일이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다. UC 버클리와 컬럼비아는 그런 카운터 컬처 운동의 지적(知的) 중심이었다. 'Sexual Politics'으로 유명해진 밀럿은 글로리아 슈타이넘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당시 성행하던 반(反)체제 운동의 흐름과 보조를 맞추었다.

30대에 명성을 얻은 밀럿의 삶은 기복(起伏)이 많았다.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만난 남편과의 결혼도 얼마가지 못했다. 밀렛은 자신이 바이 섹슈얼(bi-sexual)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후에도 책을 여러 권 펴냈지만 첫 책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녀는 평생 디프레션과 불면증 증상에 시달렸다고 한다.

1960년대 여성해방운동이 시작됐을 때 매춘(prostitution)은 여권주의자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제기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여성해방운동 시위가 벌어졌을 때 그 도시의 매춘여성들이 참여했으며, 일부 여권론자는 매춘여성을 ‘가장 해방된 여성’('the most liberated wome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밀럿은 일찍이 “매춘은 결혼보다 더 강압적인 종속(從屬)‘이며, ’남성의 권력과 여성의 인간성 저하가 매매되는 것‘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도 밀럿은 매춘죄를 없애서 매춘을 비(非)범죄화(decriminalization)하고 매춘여성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럿의 이런 입장은 매춘을 포르노그라피와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 자체로 규정한 캐세린 맥킨논(Catharine MacKinnon 1946~ )과 다르다. 미시건 대학 로스쿨 교수인 맥킨논은 현존하는 대표적인 과격한 페미니즘(radical feminism) 학자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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