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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진 매카시
작성일 : 2022-02-16 09:08조회 : 1,294
유진 매카시
미네소타 출신 상원의원 유진 매카시(Eugene McCarthy 1916~2005)는 1968년 대선을 앞두고 린든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 전쟁 정책에 반기(叛旗)를 들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뛰어 들어 파란을 일으켰다. 많은 젊은이들이 유진 매카시 선거운동에 자발적으로 뛰어 들었는데, 그 중에는 상원의원과 국방부 고위관리의 아들과 딸도 있었다. 나중에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는 제리 브라운(Jerry Brown 1938~ )도 매카시의 선거 운동에 참가했었다. 매카시가 자기 당의 현직 대통령에 대항해서 전쟁 반대를 외치며 대선에 뛰어들자 로버트 케네디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게 되고 존슨 대통령은 재선 출마를 포기했으니 매카시야말로 ‘격동의 1968년’을 촉발시킨 장본인이었다.
유진 매카시는 1916년 3월 미네소타 중부의 왓킨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계는 아일랜드인데, 조부모가 아일랜드를 떠나 미네소타에 정착했다. 그의 부친은 지방 우체국장을 하다가 1913년에 윌슨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자 그만두고 가축 거래업을 했다. 매카시의 모계는 독일계로 외조부가 1848년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후 미네소타로 이주해온 가톨릭 신자 집단의 일원이었다. 매카시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어머니는 총명하고 책을 좋아하는 매카시가 신부가 되기를 원했다.
유진 매카시가 태어나서 자란 중부 미네소타는 독일계 가톨릭 주민이 많이 사는 농업 지역이었다. 왓킨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독일계 베네딕트 수도회가 19세기 중반에 세인트존스 수도원과 나중에 세인트존스 대학(Saint John's University : SJU)이 되는 학교를 세워서 그 지역의 종교와 교육의 중심적 역할을 했다. 매카시는 SJU 부속 고교를 다니고 이어서 SJU에 진학해서 1935년에 우등으로 졸업했다. 매카시는 영어를 전공했고 시(詩)를 좋아 했으며 야구와 하키 선수를 했다. 베네딕트 수도회 전통에 따라 엄격한 윤리 교육을 했던 SJU에서 매카시는 버질 미첼 신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는 대공황으로 중서부 농부들도 어려움을 겪을 때였고, 미첼 신부는 이기적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무신론이 두 개의 거악(巨惡)이라면서 이는 강력한 사회연대(social solidarity)로 극복할 수 있다고 설파해서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19살에 대학을 졸업한 매카시는 미네소타 시골에 있는 작은 고등학교 두 곳에서 영어 교사를 지냈다. 22살이 되던 1938년, 매카시는 노스다코다 주 맨던이란 작은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직을 얻었다. 이 고등학교는 학생이 많고 교사도 많아서 매카시는 매우 좋아했고,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는 동료 교사 애비게일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매카시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경제학/사회학 석사학위를 따게 된다. 1940년에 매카시는 모교 SJU로 돌아와서 교육학/경제학을 가르치면서 대학 하키 팀 코치를 지냈다. 매카시는 훗날 이 시절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회고했다.
대학 교수 생활 2년을 뒤로 하고 매카시는 베네딕트 수도원에 수사(修士)가 되기 위한 예비생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수도원 생활은 너무 경직돼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데다 애비게일과의 관계도 단절하지 못했고, 결국에는 선배 수사와 충돌로 1년도 못가고 수도원을 떠났다. 매카시는 애비게일과 결혼하고 고향 왓킨스에서 농장을 열어서 조합(co-op)을 실제로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농업에 서툴러서 농장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매카시는 육군에 입대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워싱턴에 있는 정보부대에서 근무했다.
전쟁이 끝난 후 매카시는 고향으로 돌아 왔으나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당시는 2차 대전 참전용사 장학금(G.I. Bill)으로 학생들이 대학에 모여들 때였고, 대학은 넘쳐흐르는 제대군인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했다. 매카시는 미네소타의 주도(州都) 세인트폴에 있는 가톨릭 학교인 세인트토머스 대학(St. Thomas College)에 교수 자리를 얻어서 애비게일과 함께 세인트폴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매카시는 사회학을 가르쳤으며, 노동조합과 가톨릭계 인사들과 교류하게 된다.
세인트폴은 독일계와 아일랜드계가 많이 살고 있는 도시로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었다. 1944년에 미네소타 민주당은 농민/노동당과 연대해서 민주농민노동당(DFL)을 결성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데, 1946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DFL은 공산주의 성향의 후보자를 내서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1948년 선거가 다가오자 DFL은 개혁성향이면서 반공주의자인 후보자를 물색했는데, 매카시가 물망에 올랐다. 이렇게 해서 매카시는 DFL 후보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그 후 매카시는 하원의원으로 5선을 했고, 1958년에는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해서 성공했고, 1964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1948년 하원의원 선거에 매카시가 도전할 때 미네소타 민주당(DFL) 내의 우파, 즉 반공주의 개혁파의 리더가 미니애폴리스 시장을 지내던 휴버트 험프리(Hubert Humphrey 1911~1978)였다. 험프리는 시장 4년 임기를 끝내고 1948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됐고, 1954년과 1960년에도 당선되어 3선을 기록하고 1964년 대선에서 존슨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이 된다. 1968년 대선에 존슨 대통령이 불출마하고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됨에 따라 민주당 후보 지명전은 유진 매카시와 조지 맥거번, 그리고 휴버트 험프리의 3파전으로 치러졌는데, 존슨 대통령이 지지한 험프리가 후보로 지명됐다. 험프리는 그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리차드 닉슨에게 패배했다.
매카시는 1970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고 그 자리는 험프리가 출마해서 차지했다. 험프리는 1976년 선거에서도 당선됐으나 1978년 1월, 미네소타의 병원에서 암으로 67세 나이에 사망했다. 상원을 떠난 매카시는 강연과 집필을 했고 책을 여러 권 펴냈다. 매카시는 그 후에도 대선 출마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점차 잊혀져 갔다.
매카시는 아내 애비게일과 1969년에 별거에 들어갔고,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에서 살다가 2005년 12월에 89세로 사망했다. 매카시는 가톨릭 신자라서 이혼을 하지 않고 별거를 했는데, 1968년 대선를 앞두고 여기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애비게일은 매카시와 별거했지만 2001년에 먼저 사망할 때까지 동료로서 지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다섯 아이를 두었으나 둘은 매카시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매카시가 사망한 후 매카시의 모교 SJU는 그가 한때 몸 담았던 수도회 대성당에서 사회정의에 각별한 신념이 있었던 그 지역이 배출한 정치인을 추모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 사진 (1) 세인트존스 대학(SJU)과 대성당(Abbey)
- 사진 (2) 1968년 민주당 프라머리에서 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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