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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왜 패배했나

작성일 : 2022-03-18 16:11조회 : 1,193

민주당은 왜 패배했나

민주당이 자신들이 어디에서 실패했는지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세금을 올리고 선거에 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몰랐다는 사실은 놀랍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에 처음 종부세를 도입했을 때는 종부세는 인별(人別)로 공시가 9억 원이 넘는 가액에 세율을 적용했다. 여기에 대해선 큰 반발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노무현 정부는 2007년에 가족 합산으로 6억 원이 넘는 경우에 종부세를 부과하도록 했고 세율도 가파르게 높였다. 이렇게 되니까 2007년에는 ‘종부세 폭탄’을 맞는 가구가 훨씬 늘어났다. 종부세 때문에 이혼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하고 사학법 개정 등으로 노무현 정부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었는데, 종부세 폭탄까지 터졌으니 대선은 보나 마나 한 결과였다. 더구나 종부세 고지서가 나오고 두주일 후에 투표를 했으니 그 결과는 뻔했다. 나중에 헌법재판소는 가족 합산 과세는 위헌으로, 그리고 과다한 종부세율은 헌법 불합치로 판정했다. 가족 합산이 위헌인 것은 우리는 부부 별산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법을 개정해서 1주택자는 인별로 9억 원, 다주택자는 6억 원으로 하고 세율도 인하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대상자가 전체 유권자의 2%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종부세는 개인에게 부과되지만 배우자 자식 부모 등 가족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종부세를 내는 사람과 그 가족은 대체로 중상층 유권자이고, 교육수준도 유권자 평균 보다 높고 사회적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크다. 정권을 창출하고 싶으면 세금다운 세금을 내고 여론 형성력이 큰 중상층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런 판단력이 없었다. 민주당은 종부세를 내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들을 찍을 것이라는 황당한 기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증세를 하면 선거에 패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유권자들은 증세하는 정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납세자들은 수긍하기 어려운 정책수단으로 증세를 하는데는 특히 저항한다. 주택가격이 올라가면 기존의 종부세, 양도세, 상속증여세를 그대로 두어도 세금은 올라가기 때문에 기존 제도를 그대로 두어도 세수는 증가하게 돼 있었다.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 많은 나라는 상속세가 없거나 거의 없다시피 하다. 미국도 기초 공제가액이 높아서 웬만한 사람은 상속 증여세를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싱가포르는 주택 보유세는 높지만 반면에 상속 증여세가 없음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영국 노동당 정부를 오랫동안 이끌었던 토니 블레어의 회고록 <나의 여정>(My Journey)>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블레어가 신참 하원의원일 때 노동당은 대처와 메이저가 이끄는 보수당에게 선거만 하면 패배했다. 블레어는 당시 노동당 대표가 “우리는 패배하고 또 패배해도 우리 길을 간다”고 열변을 토하는 것을 보고 “정당은 선거에 이기는 것이 목표인데, 저게 도무지 무엇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제3의 길’을 내걸고 노동당 당권을 장악하고 기존의 사회주의 강령과 정책을 폐기한 후에 두 사람이 이끄는 노동당은 총선에서 승리해서 오랫동안 영국을 이끌었다.

민주당이 “패배하고 또 패배해도 자기들만의 길을 갈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어떤 길을 택하든 그것은 당사자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똑 같은 실책을 범하는 그들의 실력으로 미루어 볼 때 패배하고 또 패배하는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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