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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의 복지 개혁론

작성일 : 2022-04-05 18:06조회 : 2,424

닉슨의 복지 개혁론

최근에 기본소득 이야기가 나오면 면 닉슨 대통령도 기본소득을 도입하려고 했었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4월 5일자 중앙일보 칼럼(‘보수주의 시대는 착각이다’)에도 윤석열 정부에게 대해 유연해지라면서, 닉슨이 기본소득을 주창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기본소득은 일정 소득이 되지 않는 국민에게 최저 소득을 보장하자는 의미로 생각되는데, 닉슨이 임기 첫해에 주장했다는 이른바 기본소득은 이와는 맥락이 다르다.

닉슨은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이 재앙적이라고 생각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게토로 전락했고, 혼자 자녀를 부양하는 가정에 지급하는 복지수당(AFDC)는 가족해체와 비혼(非婚) 자녀 출생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다. 원래는 일하는 가정을 돕고자 했던 AFDC가 흑인 가정의 해체를 조장하고, 그 예산이 연간 6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재정적 지출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AFDC 프로그램에 의해 지급되는 생활비는 뉴욕 뉴저지 같은 부유한 동북부 주(州)와 미시시피 같은 남부의 가난한 주(州) 간에 격차가 컸다. 이에 따라 남부의 흑인들이 보다 많은 복지수당을 타기 위해 북동부로 이주하는 경향을 조장했다. (이런 현상을 '복지 사냥' welfare hunting이라고 부른다.)

닉슨은 이런 현상을 시정해야 한다고 보고 참모진에게 연구를 하도록 했다. 닉슨은 기존의 AFDC 등 복지제도가 일을 하지 않는 주로 흑인들을 지원하고 일을 하는 저임금 백인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닉슨의 구상은 AFDC를 대체하는 것으로 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에 대해 소득을 지원하는 것인데, 비혼 자녀 가정 뿐 아니라 남자가 일하는 가정이라도 일정한 수준의 소득에 미달하는 경우에 차액을 보전해 주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아무런 수입도 없고 재산도 없는 4인 가정은 연간 최고 1600 달러(현재 가치로는 1만 달러에 해당)를 지원 받을 수 있어서 기본소득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닉슨의 제안을 잘 보게 되면 이 같은 최고 액수를 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닉슨의 구상에 대해 보건교육복지장관 로버트 핀치와 대통령 보좌관으로 국내 문제에 대해 자문을 하던 패트릭 모이니핸(나중에 상원의원을 지냄)은 찬성했으나 경제자문 아서 번즈(나중에 연방준비제도 위원장을 지냄)은 재정적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고, 상무장관 모리스 스탠스는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냈다. 당시 노동부 장관이던 조지 슐츠(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냄)는 복지 수당을 받기 위해선 노동부에 등록을 해서 구직을 하거나 직업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닉슨은 슐츠 장관의 견해를 수용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닉슨의 ‘가정 지원 플랜’(Family Assistance Plan : FAP)인데,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선 노동부 구직/교육훈련 프로그램에 등록을 해야만 했다.

닉슨은 1969년 8월 이 제안을 직접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백인 저임금 노동자들은 찬성했고, 남부 흑인들도 찬성했지만 북동부 흑인들은 복지 수당이 삭감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남부 흑인들에 대한 복지가 늘어나면 흑인들의 북동부로의 이주를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넬슨 록펠러 뉴욕 주지사는 찬성했다. 이 내용을 담은 법안은 1970년 4월, 하원을 무난하게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심의하는 동안에 많은 반대에 봉착해서 상원은 그해 회기 중 다루지 않기로 해서 무산되고 말았다.

닉슨의 이 구상에 대해서 보수적 기업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반대했고, 진보성향인 미국민권협회 및 흑인과 빈민을 대변하는 세력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양쪽에서 반대하자 닉슨의 구상은 실패로 돌아갔고, 기존의 AFDC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 후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 대선에서 복지병 문제를 이슈화했으나 임기 중 개혁을 이루지는 못했다. 노동 요소를 가미한 복지 개혁은 클린턴 행정부에 들어와서 비로소 양당 합의로 이루어 졌다. 따라서 클린턴의 복지 개혁은 1969년 닉슨 구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닉슨이 기본소득을 도입하려 했다는 주장은 대체로 이야기해서 사실이 아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닉슨은 무분별한 복지를 개혁하려고 했다. 아래 동영상은 2010년 6월 닉슨 기념 재단과 조지워싱턴 대학이 주최한 대담으로, 당시 닉슨 백악관에서 FAP를 다듬었던 참모들이 그 때를 회고하고 있다. 가운데 앉아 있는 폴 오닐은 조지 W. 부시 정부 초기에 재무장관을 지냈는데, 부시 정부의 재정 정책에 반대해서 1년 만에 그만 두었다.

사진 : 리차드 닉슨과 패트릭 모이니핸

https://www.c-span.org/video/?293844-1/richard-nixon-origins-welfare-reform&fbclid=IwAR39HnBw3H2_8DRbMcq2y8yrM75onCeUv6RiPA0Sw0abVLUChykL6f9Jx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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