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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긴스버그, 브라이어, 테드 올슨
작성일 : 2022-07-07 08:57조회 : 890
긴스버그, 브라이어, 테드 올슨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민주당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카터 대통령은 4년 동안 재임하면서 여성을 연방항소법원과 연방지방법원에 대거 임명하는 등 연방 사법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으나 대법관은 임명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카터는 컬럼비아 로스쿨에서 성차별법을 가르치던 루스 긴스버그(Ruth Bader Ginsburg 1933~2020) 교수와 하버드 로스쿨의 저명한 행정법학자 스티븐 브라이어(Stephen Breyer 1938~) 교수를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해서 이들이 나중에 대법관이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1993년 3월, 바이런 화이트(Byron White 1917~2002) 대법관이 6월 말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정치인이나 이름 있는 학자를 선호했으나 결국은 청문회 통과를 고려해서 법관 경력이 있는 인물을 찾게 됐다. 클린턴 자체도 결코 진보적인 성향이 아니었고 그의 참모들은 너무 진보적인 인물을 내세우면 로버트 보크 사태가 역(逆)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클린턴은 첫 법무장관 후보 조 베어드가 불법 체류자를 가정부로 두었다는 이유로 낙마하는 곤혹을 치룬 후였다. 결국 클린턴은 워싱턴 DC 관할 연방항소법원 판사이던 루스 긴스버그를 선택했다. 긴스버그는 유태인이라서 에이브 포터스가 대법관직을 사퇴한 후 대법원에서 24년 만에 유태계 대법관이 다시 등장하게 됐다. 긴스버그는 상원에서 96대 3으로 무난하게 인준 동의를 받았다.
1994년 4월, 논란이 많은 Roe v. Wade 판결문을 쓴 해리 블랙먼(Harry Blackmun 1908~1998) 대법관이 은퇴를 선언했다. 블랙먼은 닉슨에 의하여 임명됐으나 닉슨의 기대와는 달리 갈수록 진보 성향으로 흘러가서 보수 평론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클린턴은 블랙먼의 후임으로 제1 연방항소법원 판사이던 스티븐 브라이어를 지명했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이며 저명한 행정법학자 출신인 브라이어는 87 대 9로 인준 동의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1995년을 기준으로 보면, 대법원은 확실한 보수 3인(렝퀴스트, 스칼리아, 토머스), 온건 보수/진보 또는 중도 4인(존 스티븐스, 오코너, 앤서니 케네디, 데이비드 수터), 진보 성향 2인(긴스버그, 브라이어)으로 구성이 되었다. 주목할 점은 1995년을 기점으로 레이건이 임명한 오코너 대법관과 부시가 임명한 수터 대법관이 대학교수 출신인 긴스버그 대법관 및 브라이어 대법관과 함께 진보 블록을 이루어 판결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 점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보수 평론가들은 불편한 눈길을 보내게 됐다.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격돌한 2000년 대선은 플로리다 재검표를 두고 심각한 논란이 벌어지더니 재검표를 마감한 플로리다 국무장관의 조치를 두고 부시 측과 고어 측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주 대법원이 6만여 표에 대한 재검표를 명령하자 부시 측이 이에 불복하고 재검표를 중지해 달라고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소송에서 부시 측이 승리하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것이라서 양측은 법률가를 동원해서 다투었다. 이 때 부시 측을 대리한 변호사가 테드 올슨(Ted Olson 1940~ )이었다. 테드 올슨은 1982년 4월 예일 로스쿨에서 열린 The Federalist Society 창립 모임에 안토닌 스칼리아 그리고 로버트 보크와 함께 참석했는데, 당시 그는 법무부 법무차관보였다. 레이건 행정부 1기가 끝나자 정부를 나온 올슨은 그 후 헌법 변호사로서 명성을 쌓았다.
Bush v. Gore 판결에서 대법원은 5대 4로 부시를 지지했다. 렝퀴스트 대법원장이 대표한 전체 의견은 전면 개검표가 평등 원칙에 어긋나며, 재검표 시한을 정한 플로리다 정부의 결정은 합법적이라고 판시했다. 여기에 대해 스티븐 브라이어, 루스 긴스버그, 존 스티븐스, 그리고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냈다.
대통령에 취임한 조지 W. 부시는 대법원에서의 승리를 가져단 준 테드 올슨을 법무부 송무차관(Solicitor General)으로 임명했다. 올슨은 16년 만에 법무부 고위관료로 돌아온 것이다. 테드 올슨의 부인은 변호사이며 정치평론가인 바버라였다. 바버라 올슨(Barbara Olson 1955~2001. 9.11)은 힐러리 클린턴을 비판한 베스트셀러 책을 펴내는 등 보수 서클에서는 각광 받는 평론가였다.
2001년 9월 11일, 바버라 올슨은 LA를 가기 위해 아메리칸 항공 77편을 탔다. 그 비행기는 테러범들에 의해 납치돼서 펜타곤에 추락했다. 바버라는 원래 그 전날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9월 11일이 남편 생일이라서 생일 아침을 같이 하기 위해 일정을 하루 늦추어서 테러에 희생되고 말았다. 그날 CNN은 바버라 올슨이 테러 희생자로서 처음으로 신분이 확인됐다고 뉴스를 내보냈다.
바버라 올슨은 두 번째 책 <The Final Days> 출간을 앞두고 있었다. 클린턴은 자신의 기념 도서관에 기부를 약속한 범죄인을 임기 직전에 사면하고(‘사면 게이트’), 힐러리는 클린턴 임기 종료 며칠을 앞두고 백악관 가구와 식기를 임의로 반출해서 뉴욕에 새로 산 그들의 저택으로 실어 갔다는(‘백악관 약탈 사건’) 등 클린턴 부부의 권력 남용을 폭로한 이 책은 출간 즉시 수퍼 베스트셀러가 됐다. The Federalist Society는 그들의 오랜 멤버였던 바버라 올슨을 추모하기 위한 강연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 사진 (1) 왼쪽부터 안토닌 스칼리아, 데이비드 수터, 클라렌스 토머스, 루스 긴스버그, 스티븐 브라이어 (2005년 전후로 추정됨) (2) Bush v. Gore 판결 후 기자들에 둘러 쌓인 테드 올슨 (3)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에 이어 펜타곤에 항공기가 추락했음을 알리면서 바버라 올슨의 사망을 전하는 CNN 긴급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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