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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빌 마르, 카멀라 해리스를 저격하다
작성일 : 2022-10-04 08:40조회 : 1,364
빌 마르, 카멀라 해리스를 저격하다
우리나라에 와서 미국이 ‘Republic of North Korea'와 동맹(alliance)이라고 크게 소리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드디어 진보 논객이 비판을 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만만치 않다. HBO 케이블 채널의 <Real Time with Bill Maher>라는 토크 쇼를 20년 간 진행하고 있는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진보 논객인 빌 마르(Bill Maher 1956~)가 바로 어제 자신의 프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주 잘하고 있어서 그의 나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카멀라 해리스가 한국에 가서 미국의 적국인 북한을 동맹국으로 불렀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해리스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공개 홀 생방송 청중들이 박수를 열렬히 쳤다. 이처럼 이제는 폭스 뉴스 같은 보수 매체 뿐 아니라 진보 본진(本陣)으로부터 해리스는 안 되겠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빌 마르는 코넬 대학을 나오고 스탠딩 코미디로 시작해서 여러 방송에서 고정 토크 쇼를 진행해 온 영향력이 큰 인물이고, 클린턴 부부와 교분이 깊다.
사실 카멀라 해리스가 선글라스 쓰고 혼자 서서 동맹국 북한에 대해 떠든 장면은 미국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할 만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폭스 뉴스 기자에 대해 'stupid s.o.b.'라고 말한 것은 해리스의 이 유명한 장면에 비하면 근처에 오지도 못한다. 해리스는 선글라스를 쓰고 미국의 동맹국인 ‘Republic of North Korea'와의 유대를 강조하는 연설을 한 후 미국 장교 두 명 및 한국군 장교 한 명과 함께 전망대를 방문했다. 해리스는 쌍안경으로 북쪽을 보고 나서 북이 가까워 보인다고 하자 동행한 미국 장교가 북쪽이 50미터라고 알려 주었다. 그러더니 해리스는 미국이 최근에 개발한 웹(Webb) 천체망원경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 망원경으로 30억 년 전 우주를 볼 수 있다고 천체망원경 이야기를 장황하게 해서 동행했던 장교 3명이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DMZ에 와서 북쪽을 쌍안경으로 보고 나서 기껏 한다는 말이 천체 망원경 이야기였으니, 한국과 한국 전쟁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재선에 나서는 대통령이 현직 부통령 대신 다른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우기는 쉽지 않다. 부통령이 마음에 안 들어도 웬만하면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를 내세우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1976년 대선 때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현직 부통령 넬슨 록펠러 대신에 밥 돌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웠던 것이 2차 대전 후에 있었던 단 한 번의 그러한 경우였다. 그런데 2024년 대선은 2년이나 남았고, 더구나 금년 중간선거를 불과 한달 앞두고 해리스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은 워낙 바빠서 중간선거에 지원유세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부통령이 그런 역할을 많이 하는데,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빌 마르(Bill Maher)가 2024년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를 해리스에서 다른 후보로 교체해야 한다면서, 해리스는 나쁜 정치인(bad politician)이라고 지칭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이 나이가 많아서 만일에 바이든이 사망하면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면서 해리스는 곤란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빌 마르는 미국 민주당이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과 유색인종이 없는 민주당 후보진(ticket)은 상상할 수 없는데, 이러다간 동성애 라틴계도 등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OK, so here’s the problem with the Democratic party. They’re so boxed in by identity politics that you cannot conceive of a Democratic ticket that doesn’t have a woman and person of color on it. And pretty soon you’re gonna line up behind that gay Latino and you’re gonna have to have, you know, a deaf Eskimo be the…”)
정체성(identity)과 다양성(diversity)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겨왔던 진보 본진(本陣)에서 그것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능력주의(competency)로 돌아갈 것을 암시했으니 카멀라 해리스가 많은 교훈을 준 셈이다. 여하튼, 우리나라 언론은 해리스의 ‘Republic of North Korea' 발언을 아예 쓰지 않을 모양이다. 해리스의 ‘자질론’을 쓰게 되면 우리 쪽의 ‘자질론’이 다시 부각될까 봐 두려워서 인가.....
한편, 카멀라 해리스가 우리나라에 와서 언론이 'disinformation'을 전달한다고 말했다면서, 그것을 갖고 여권은 카멜라 해리스가 MBC를 비판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모양인데, 웃기는 이야기이다. 해리스 같은 사람이 무슨 생각이 있겠는지, 정말 생각을 좀 해보기 바란다. 또한 우리나라 언론이 미국 부통령이 DMZ에서 한 'Republic of North Korea' 발언을 보도하지 않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말 실수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 마치 미국 정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말 실수 또는 막말은 그 정치인의 자질을 보여 주는 것이고, 국민은 그런 정치인의 자질을 알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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