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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 닉슨 (2)

작성일 : 2022-10-16 21:51조회 : 750

패트 닉슨 (2)

닉슨의 부인 패트(Pat Nixon 1912~1993) 여사의 결혼 전 이름은 델마 라이언(Thelma Ryan)이었다. 패트는 별명이었는데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아버지는 광부 등 여러 가지 노동을 했고 위로 오빠가 두 명 있었다. 12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하자 패트는 아버지와 두 오빠를 위해 집안 살림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17살 때에는 아버지가 진폐증으로 사망해서 10대에 부모를 모두 잃었다. 속기사, 타이피스트, 점원 등 여러 일을 하면서 초급 대학을 나오고 남가주 대학(USC)에 편입해서 경영학으로 졸업을 했다. 이처럼 대학을 어렵게 나오고 직장 생활을 하던 중 듀크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 닉슨을 만났다.

패트가 살아온 과정을 알게 된 닉슨은 힘들게 살아 온 자신과 너무 닮았음을 알고 첫 눈에 반해서 청혼을 했다. 결혼에 관심이 없었던 패트는 거절했는데, 하도 집요하게 청혼을 해서 자기가 결혼해 주지 않으면 이 남자한테 큰 일이 생길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 후 곧 2차 대전이 발발해서 닉슨은 워싱턴 정부 기관에서 잠시 일하다가 해군에 입대해서 태평양 섬에서 보급 장교로 복무했다.

전쟁이 끝난 후 제대하고 고향 휘티어로 돌아온 닉슨은 변호사 사무실을 냈는데, 그 지역 공화당 유지들에 의해 하원의원 후보로 스카웃 돼서 당시 하원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이던 민주당 소속 제리 부리스(Jerry Voorhis 1901~1984) 하원의원을 상대로 출마해서 승리를 거두고 33세 젊은 나이로 하원의원이 됐다. 1946년 선거 때부터 패트는 남편과 함께 선거운동을 앞장서서 했다.

닉슨과 패트가 성장한 과정을 본다면 두 사람은 공화당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당시 공화당은 동북부 중심의 자본가의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닉슨은 공화당에 스스로 입당한 것이 아니라 공화당이 지긋지긋한 부리스 하원의원을 떨어뜨릴 수 있는 지역 출신의 후보를 구했던 것이다. 그 지역 출신 변호사이고 해군 장교로 태평양에서 참전하고 고향에 돌아 온 닉슨은 공화당이 찾던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닉슨이 대통령이 된 후에 사회복지와 건강보험 확충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자신의 성장 배경과 관련이 있다. 닉슨이 워터게이트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미국은 1970년대에 이미 ‘오바마 케어’를 도입했을 수도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부통령 부인(세컨드레이디), 그리고 대통령 부인(퍼스트레이디)이 된 패트 여사는 국내외에 일정이 있을 때면 어려운 아이들을 만나고 고아원을 찾아 격려했는데, 그것은 물론 자신이 10대에 부모를 잃어버려서 그런 어려움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패트 닉슨이었지만 케네디 신화와 재클린의 매력에 가려진 데다가 워터게이트로 인해 닉슨이 도중에 사임함에 따라 그녀는 가장 불행한 퍼스트레이디가 되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 사진 (1) 1953년 10월 서울을 방문한 닉슨 부통령 부부가 화환을 들고 나온 한복을 입은 소녀를 보고 활짝 웃는 모습.
- 사진 (2) 1969년 7월 30일 하루 일정으로 사이공을 방문한 닉슨 대통령을 따라온 패트 여사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야전병원을 방문해서 부상당한 장병들을 위로했다.
(우리나라 퍼스트레이디라는 사람들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정말 창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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