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돌이를 떠내 보내면서

작성일 : 2022-10-16 22:09조회 : 703

돌이를 떠내 보내면서

우리 돌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태어난 지는 15년 3개월, 우리 집에 들어 온지는 15년하고 한 달 만에 수명을 다했다. 2007년 9월, 우연한 계기로 주먹 사이즈 밖에 안 되는 페키니즈 애기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우리 부부와 한 가족이 됐다. 작은 녀석의 눈이 워낙 똘똘해서 우리는 이름을 ‘돌이’라고 지었다.

50대 중반이면 부부가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는 나이인데, 우리는 그 때부터 아이를 하나 더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공기 좋은 동네의 널찍한 아파트에 들어온 돌이는 그 때부터 우리 부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아내는 주로 집에 머물렀기 때문에 돌이는 심리적으로도 편안하게 컸다. 내가 저녁 늦게 귀가하면 자다가도 깨어 나를 반기는 돌이를 번쩍 안아주는 것이 나의 행복이었다. 주말에는 함께 산책을 하거나 낮은 산을 올라가곤 했는데, 젊은 날의 돌이는 산책과 등산을 좋아했다. 내가 책을 보거나 컴퓨터 앞에 있을 때면 돌이는 내 옆에 자리를 잡고 나를 지켜보았다. 돌이는 우리에게 자식이었다.

세월이 흘러서 2019년 7월에 돌이는 만 12세가 됐다. 반려견은 12살, 13살은 꽤 있어도 14살, 15살은 흔치 않다. 반려견이 12살이 되면 이제 이별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는 돌이와 함께 멋진 가족사진을 찍어서 책장 위에 놓았다. 그리고 돌이는 귀가 잘 안 들리고 잠을 많이 자는 등 점차 노견(老犬)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금년 들어서 이따금 경련을 하더니 여름부터는 걸음걸이가 비틀거리고 기침을 하곤 했다. 노령이라서 심장과 폐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그런 돌이를 나는 많이 안아 주었다.

지난 주말 돌이는 별안간 의식을 잃어버리고 쓰러졌다. 물을 입에 넣어 주려고 해도 완강하게 거부하고 코마에 빠져 버렸다. 점차 몸에 경직이 오고 괴로워해서 우리 부부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 그런 중에도 돌이는 엄마(아내) 품에 안기면 편안해 했다. 그리고 한글날 오후 늦게 엄마 품에 안겨서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자는 듯이 이 세상을 떠났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어려운 과정일 텐데 돌이는 15년 동안 자기를 돌봐준 엄마 품에서 두려움을 떨치고 하늘나라로 건너갔다. 좋은 부모를 만나서 돌이는 행복하게 살았지만, 행복이 컸던 만큼 이별의 아픔도 클 수밖에 없다. “15년 동안 너와 같이 해서 행복했다.”

(페북에 돌이 사진을 몇 차례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동안 돌이를 사랑해 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 사진 (1) 2017년 10월 : (2) 2020년 6월

이전글정부 여당은 정녕 위기를 보지 못하는가(한국)

다음글패트 닉슨 (2)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