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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기, 자서전, 회고록
작성일 : 2022-10-29 18:56조회 : 679
전기, 자서전, 회고록
전기(Biography)는 어떤 사람의 생애에 대해 제3자가 쓴 책이고 자서전(Autobiography)은 본인이 자기의 삶을 돌아보면서 쓴 책이다. 요새는 자서전 보다는 회고록(Memoir)을 많이 낸다. 회고록도 본인이 쓰는 책이지만 주로 특정 시기와 분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기록을 남기게 된다. 마가릿 대처는 상하권으로 된 자서전을 펴냈는데, 너무 방대해서 한권으로 합친 요약본을 많이 본다. 대처의 자서전은 전문적 스태프와 같이 작업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대처는 찰스 무어에게 4권으로 된 전기 집필을 맡겨서 실로 방대한 전기가 나온 바 있다. 이렇게 본인이 위탁해서 나온 전기를 ‘Authorized Biography'라고 부른다.
로널드 레이건은 1990년에 자서전 <An American Life>를 펴냈다. 어릴 적부터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은퇴할 때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썼는데, 방송 칼럼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문장을 워낙 잘 쓰는 레이건의 필치가 살아 있는 이 책에선 레이건의 인간적 체취가 진하게 느껴진다. 레이건의 전기는 여러 사람이 제각기 써서 많이 나와 있고, 레이건과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자기가 겪은 레이건에 대해 펴낸 책도 많이 나와 있다.
조지 H. W. 부시는 자신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남기지 않았고 단지 서신과 자기가 쓴 글을 엮어서 책으로 펴낸 바 있다. 부시는 말년에 토머스 제퍼슨의 전기를 펴낸 바 있는 욘 미첨(Jon Meacham)과 긴 인터뷰를 하고 갖고 있던 서신 등 자료를 주어서 2015년에 <Destiny and Power : The American Odyssey of George Herbert Walker Bush>라는 전기가 나왔다. 그러니까 이 책은 ‘Authorized Biography'인 셈이다. 이 책이 나오기 며칠 전인 2015년 11월 4일 뉴욕타임스는 ’Elder Bush Says His Son Was Served Badly by Aides'라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아버지 부시가 아들 부시의 부통령과 국방장관을 지낸 체니와 럼스펠드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끄집어내서 쓴 기사이다. 당시 우리 언론도 뉴욕타임스 기사를 요약해서 지면에 소개했다.
10월 27일자 중앙일보 박태균 칼럼은 “미국에서 두 명의 대통령과 한 명의 주지사를 배출한 부시 가문에서 2015년 때아닌 내부 논쟁이 일어났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2015년 출간된 자서전 『운명과 권력(Destiny and Power)』에서 아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강경파에 휘둘린 사례이며, 이러한 발언이 결국 외교적 실패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고 시작하는데, <Destiny and Power>는 자서전이 아니고 전기다. 원저를 읽지 않고 글을 쓰니까 이런 실수가 나오게 된다.
위 사진에 나온 <Reagan>은 요즘 필명을 날리고 있는 H. W. Brands 교수가 펴낸 전기이고, <Henry M. Jackson>은 잭슨 상원의원이 사망한 후 유가족이 의뢰해서 Robert Kaufman 교수가 펴낸 ‘authorized biography'이다. 토니 블레어와 조지 W. 부시도 각기 자신의 정치적 여정(旅程)에 대한 회고록을 펴냈다. 따라서 자서전이라는 장르는 사라져 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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