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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작성일 : 2022-11-06 22:28조회 : 626

핼러윈

내가 겪었던 핼러윈에 대해 간단히 적어 보려 한다. 핼러윈은 미국적인 풍습이다. 1979년 가을 미국에서의 첫 학기 중 박정희 대통령의 갑작스런 유고로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핼러윈이라고 이름만 들어본 생소한 날이 다가왔는데, 아파트에는 핼러윈을 모르는 외국 학생들을 위해 친절한 안내문이 걸렸다. 문을 똑똑 두드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미리 캔디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문 밖에 크게 X자를 종이에 표시해서 내 걸라는 것이었다.

핼러윈을 앞두고 슈퍼마켓은 캔디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팔았다. 캔디 회사들에게 핼러윈은 대목인 셈이다. 이상한 옷을 걸친 아이들이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캔디를 얻어 오면 아이들 방에는 사탕이 작은 동산을 이루게 된다. 그 많은 사탕을 아이들이 다 먹다간 소아 당뇨로 병원에 실려 갈 수 있으니까 부모들이 얼마 후 내다 버리게 된다.

핼러윈에는 사람의 눈 코 입을 도려낸 큰 호박 등불을 걸어 놓는다. 큰 집에는 여러 개를 걸어 놓고 불을 밝힌다. 그것을 보고 나는 그 호박 속은 수프를 만들어 먹는지 어떤지 궁금해서 미국 사람에게 물어 보았더니 웃으면서 속은 버린다고 알려주었다. 큰 호박을 재배하는 농가는 오직 핼러윈을 바라보고 1년 농사를 하는 것이다.

그 시절에 핼러윈이 특히 화제였던 것은 1978년에 나온 영화 <Halloween> 때문이기도 했다. 1980년대에 유행했던 ‘공포 영화’(Horror Movie)의 시작이 바로 <Halloween>이었다. 끔찍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인데, 제작비의 100배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대단한 흥행을 거둔 셈이다. <Halloween>의 눈부신 성공에 자극을 받아서 1980년에 나온 영화가 <Friday the 13th>인데, 공포감은 <Halloween>을 능가한다. 이 영화도 제작비의 100배 매출을 올렸고 이에 힘입어서 2편, 3편, 4편, 최종편이 줄줄이 나왔다. <Friday the 13th> 스토리의 주인공은 ‘제이슨’(Jason)인데 후속편에는 흉측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으스스한 핼러윈 복장을 하고 참가하는 핼러윈 퍼레이드는 뉴욕 맨해튼의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1970년대 말에 작은 규모로 시작됐다고 한다. 1980년대 들어서 다른 도시에서도 핼러윈 퍼레이드가 성행하게 된 것은 영화 <Halloween>과 <Friday the 13th>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며, 그것이 나중에 일본과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한다.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렛 선물을 하는 유행이 일본과 우리나라에 전파된 것과 비슷한 현상일 것이다.

1980년대 들어 태어난 미국 남자 아이 이름 중 ‘제이슨’이 흔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미국인들은 아들을 낳으면 존(요한), 제임스(야고보), 피터(베드로), 폴(바오로) 같은 예수님 제자나 리차드, 에드워드 같은 영국 왕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는데, 1980년대 들어 공포영화의 주인공을 따라서 아들 이름을 ‘제이슨’으로 짓는 바람이 불었으니, 그것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여하튼 나에게 핼러윈은 1979년~1980년대 초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핼러윈 축제를 하다가 대형참사가
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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