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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포드 대통령 일본 방문
작성일 : 2022-12-18 14:58조회 : 559
포드 대통령 일본 방문
1974년 11월 18일 오후 포드 대통령 일행이 탄 전용기가 하네다 공항에 착륙했다. 일본 경찰은 사전에 좌익 단체를 단속해서 쇠몽둥이 등 위험한 물건 수천 점을 압수했다. 도쿄에서만 35,000명이 항의 시위를 해서 경찰은 이들이 포드 일행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차단시켰다. 일본 경찰은 공항 근처에서 시위하던 200 여명을 체포하는 등 도쿄는 비상상황이었다. 경찰이 시위대를 격리해서 포드 일행은 시위대를 보지 못했다.
1974년 기준으로 일본 유권자의 1/3은 사회당이나 공산당을 지지하고 있었다. 도쿄는 그 비중이 더 높아서 1967년부터 사회당 소속 미노베 료키치(美濃部亮吉 1904~1984, 1967~79 도쿄도 지사)가 지사를 지내고 있었다. (그는 도쿄제국대학 헌법 교수를 지낸 미노베 다쓰키치 美濃部達吉 1873~1948의 아들이다.)
보안을 염려한 일본 당국은 포드 대통령에 대한 공항 영접 행사는 간단하게 했다. 포드는 아카사카 궁(宮)으로 향해서 히로히토 천황과 그 가족을 만났다. 19일도 황궁(皇宮)을 방문해서 천황과 함께 의식를 치르는 등 의전 행사가 많았다. 일본 군악대는 천황과 함께 하는 의식에서 미국 국가를 연주했다. 이어서 포드의 모교인 미시건 대학 응원가를 연주하는 등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했으나 포드는 대체로 경직된 표정이었다. 오찬과 만찬 등 의례적인 행사가 이어졌고 다음 날에 포드는 총리와, 키신저는 외상을 만나는 등 회의가 이어졌다. (사진 1)
21일 아침 포드 일행은 오사카 공항에 도착해서 교토를 방문했다. 도쿄에선 사회당 소속인 미노베 도쿄 지사가 포드를 찾아 와서 인사를 했으나 역시 사회당 소속인 교토 시장은 포드를 면담하기를 거부했다. 포드와 키신저 등 일행은 교토에서 전통 일본 음식을 즐기는 등 여유있는 일정을 보내고(사진 2) 다음 날 서울로 향했다.
케네디, 닉슨, 포드, 그리고 부시는 2차 대전 참전세대로 이들은 모두 해군 장교로 태평양에서 일본군과 싸웠다. 따라서 이들은 일본을 좋아하지 않았고 히로히토 천황은 더우기 그러했다. 2차 대전 종전 후 젊은 시절의 포드는 주변 사람들에게 천황을 전범으로 다루지 않은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해진다.
2차 대전 중 포드는 경(輕)항모 몬트레이함(USS Monterey CVL-26) 함정장교로 필리핀 해전 등에 참가했다, 포드가 탔던 경항모는 다행히 일본군의 공격을 받지는 않았으나 1944년 12월 그가 속한 제3함대가 항해 중에 강력한 태풍을 만나서 큰 손상을 입고 침몰될 뻔 했다. 그 때 구축함 3척이 침몰해서 승조원 800명이 태평양의 거센 파도에 수장됐다. 미 해군 역사에 참사로 기록되는 그날은 포드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해군 조종사 조지 H. W. 부시도 경항모 샌자신토함(USS San Jacinto CVL-30)을 타고 제3함대 소속으로 같이 항해 중이었으나 샌자신토함은 작은 손상만 입었다. 일본군 포화로 격추된 부시는 미군 잠수함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조돼서 모함으로 귀환한 후 필리핀 해전에 참가했다. (태평양 전쟁에 참가한 미 해군 조종사 중 절반이 전사했다.) 포드와 부시는 1945년 초에 본국 기지로 각각 발령을 받고 다음 전투(일본 본토 상륙작전)를 기다리던 중 일본이 항복을 했다. 그런 포드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서 황궁에서 천황과 건배를 들었으니,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히로히토 천황은 1975년 9월 30일 백악관을 국빈방문하고 이어서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 이로써 2차 대전이 끝난 후 30년 만에 미국과 일본은 완전한 화해를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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