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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회의장의 황당한 구상
작성일 : 2023-01-11 19:52조회 : 922
국회의장의 황당한 구상
김진표 국회의장이 3월내로 선거법을 개정하고 선거구 획정을 마치겠으며, 개헌을 위해 헌법개정절차법을 만들어서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115390000845?fbclid=IwAR2pM769nnyThqs3GBEoJ5UBDY-CtVRhPEQx2-oqFH4x02ZI4mYBCEPMoQI
20대 국회 때 정세균 국회의장도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으나 정 의장은 개헌을 위해 특위를 만들고 개헌특위가 주도권을 갖고 다루도록 했다. 하지만 김진표 의장은 선거법 개정과 개헌절차법 제정을 3월까지 하도록 하겠으며, 더 나아가서 내각제는 아니지만 국회가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괴상한 정부 형태가 좋다는 자기 의견을 내어 놓았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선거법과 개헌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또 그럴만한 신뢰를 향유하고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선거구는 그 획정이 쉽지 않은데, 그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서 우리나라를 딱히 비난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헌법재판소가 인구 기준을 정해 놓아서 선거 때마다 조정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훌륭한 편이다. 미국도 연방법원의 판결 때문에 하원 선거구를 선거 때마다 획정하며, 다만 상원은 주(州) 전체가 선거구이니까 선거구 획정이 필요치 않다.
선거구를 소선거구로 하느냐, 요즘 말하는 중대선거구로 하느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정치를 오래 해 온 국회의장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단지 소선거구에 책임을 미루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중대선거구는 우리가 해 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서 따져 볼 문제가 많다. 대선거구 선거는 선거비용이 소선거구 선거 보다 몇 배가 들어가는 데 그것을 국비로 보전해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부터 있다. 지금 국회의원들 하는 꼴을 보면 선거비용 보전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올 판인데, 소선구제 보다 3배~4배가 많은 선거비용을 국비로 보전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툭하면 선거법 위반으로 보궐선거를 하는데, 대선거구 선거에서 한 당선자가 당선무효가 되면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선거구가 넓은 대선거구 선거를 하면 지명도가 있는 올드 보이 정치인들이 유리하게 된다. 대선거구에선 3등, 또는 4등을 해도 당선이 되니까 이미 은퇴했어야 할 올드 보이들이 유리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중대선거구 제도의 최대의 수혜자는 70이 넘은 민주당 노(老)정치인, 특히 국민의힘이 진입할 수 없는 호남에 연고가 있는 그런 이들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중대선거구 선거를 하면 양대 정당의 패권정치가 바뀐다고 보는 것도 나이브하다. 양대 정당이 패권 지위를 누리는 배경 중의 하나는 정부가 예산으로 정당에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다. 즉, 막대한 보조금을 계속 받고 있어서 양대 정당은 위기에 처해도 무너지지 않고 불사조(不死鳥)처럼 살아나는 것이다. 중대선거구로 바꾼다고 해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는 한 두 정당의 패권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만일에 정당에 주는 보조금을 없애 버린다면 신생 정당 여럿이 중대선거구 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하고 어느 정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이스라엘, 또는 과거의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정국은 매우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김 의장은 "행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을 강화해야 하며 조약이나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권부터 실질화해야 한다"며 "감사원의 회계 감사 권한 역시 국회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 제안 법안은 많이 보이지 않고 국회를 통과하는 법안은 대부분 국회의원이 발의한 의원입법이다. 문제는 의원입법이 날림이 많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의원들은 보좌진을 총동원해서 죽기 살기로 법안을 만들어서 발의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것이 오히려 문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제출하는 법안 숫자는 세계적 기록이라고 할 만하고, 통과되는 법률안도 결코 적지 않다. 의원들이 워낙 날림 법안을 많이 내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율이 적은 것이지 국회가 입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의회의 입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20대 국회 말에 민주당이 정의당과 작당해서 패스트트랙으로 무리하게 통과시킨 공수처법과 정당명부 선거법,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제멋대로 밀어 붙인 종부세법, 임대차법, 그리고 검수완박법 등 이른바 개혁법안은 모두 의원입법이다. 이런 나쁜 입법 덕분에 정권을 국민의힘에게 내주었는데, 이런 법안을 민주당이 만들고 통과시킬 때 김진표 의장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김 의장은 개헌에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개헌 방식과 시한 등을 명시하는 헌법개정절차법 입법을 준비해 오는 3월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하겠다는 데, 그것도 웃기는 일이다. 헌법 개정 절차는 헌법 128조부터 130조까지 규정되어 있다. 국회가 헌법을 개정하려면 하는 것이지 그렇게 하도록 국회가 특별한 절차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국회가 갖고 있는 자율적 권한과 책임을 무시하는 치졸한 발상이다. 그것은 국회가 스스로 권능을 부정하는 꼴이니, 그런 법률을 통과시키는 국회라면 국회 자격도 없다. 도무지 누가 이런 황당하고 유치한 발상을 김 의장에게 갖다 주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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