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단임 대통령이 어때서 ?

작성일 : 2023-01-16 12:21조회 : 623

단임 대통령이 어때서 ?

대통령제 국가가 개헌을 통해서 의원내각제 국가로 바꾸거나, 반대로 의원내각제 국가가 개헌을 통해 대통령제로 바꾸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통령제를 하다가 의원내각제로 바꾼 경우는 4.19 후 우리나라다. 의원내각제를 하다가 대통령제로 바꾼 경우는 1958년 프랑스다. 프랑스 3공화국 의원내각제 헌법을 이어 받은 4공화국이 알제리아 사태로 야기된 위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자 여론은 드골의 등장을 요구했고, 드골은 강력한 대통령제를 요구해서 개헌을 거처 프랑스 5공화국이 탄생했다. 2017년에는 트루키에(터키)가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정부 형태를 바꾸었다. 터키의 개헌은 에르도안의 장기집권을 위함이어서 우리의 1987년 개헌 보다는 1972년 유신 개헌에 가깝다. 이처럼 실제로 정부 형태를 바꾸는 개헌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헌과 관련해서 듣기 거북한 이야기가 우리는 단임제 대통령이라서 국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중임제 개헌 주장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중임을 허용하면 대통령 아들이 감옥에 가고 대통령 본인이 퇴임 후에 변고를 당하거나 감옥에 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이런 일은 대통령 본인의 잘못과 주변의 비리로 인한 것인데, 중임을 허용하면 그런 일이 안 생긴다는 주장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가 제멋대로 만들어서 국회에 던져 버린 개헌안도 대통령 4년 중임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5년 임기도 그 모양으로 했는데 4 +4 해서 8년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을 해 보기 바란다.

대통령에 중임을 허용하면 4년 임기를 선거를 통해 평가 받는 것이 아니라 4년을 더 해먹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선거에 유리하게 경제를 운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니까 5년 단임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본인의 자질이 문제인 것이다. 대통령제 정부는 의원내각제와 달리 대통령 본인의 자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 문제이지, 중임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제11대 대통령 제임스 포크(James Polk 1795~1849)는 하원의원과 하원의장, 그리고 테네시 주지사를 지내고 1844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와서 여유 있게 당선됐다. 포크는 선거에서 자기는 4년 임기만 채우겠다고 스스로 단임을 약속했다. 제임스 포크는 4년 동안 미국의 영토를 지금의 모습으로 키워냈다. 텍사스와 오리건을 편입하고 멕시코와 전쟁을 해서 알라모 요새에서 당한 치욕적인 패배를 설욕하고 방대한 서부 지역을 미국 영토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노예주가 늘어나서 남북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당시 미국인들은 포크 대통령과 그의 매력적인 부인 새러 여사한테 열광했다.

포크 대통령은 당시 팽배했던 ‘Manifest Destiny'(미국은 강해 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의미다)를 실현시켰고, 독실한 기독교인인 새러 여사는 이것이 신(God)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4년 동안 대통령을 하느냐고 지친 포크는 임기를 마치고 고향에서 쉬고 싶었지만 국민들은 그가 전국을 순회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건강을 해친 그는 퇴임 후 반년 만에 사망해서 미국인들을 슬프게 했다.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Jr. 1858~1919)는 부통령으로 있다가 하딩 대통령이 별안간 사망해서 대통령이 됐다. 그는 독점금지법을 강력하게 집행하고 열악한 노동자들의 여건을 개선하는 등 개혁을 추구한 대통령이었다. 1904년 대선에 압도적으로 당선된 루스벨트는 자기는 1908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당시에는 중임 제한이 없었으나 대통령을 오래하면 권력남용이 생긴다고 생각한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1909년 3월에 임기가 끝나기까지 루스벨트는 최선을 다해서 국정을 운영했고 미국은 경제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당당한 강국(强國)이 됐다.

그러니까, 단임 임기 동안도 제멋대로 국정을 운영해서 나라를 어렵게 만들거나 또 그럴 수준 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공연히 대통령 단임이 문제라면서 중임제 개헌을 하자고 떠드는 것이다. 주어진 임기 동안 헌신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물러난 제임스 포크나 시어도어 루스벨트처럼 박수 받으면서 퇴임하는 대통령을 우리가 볼 수 있을까 ?

사진 : 제임스 포크와 시어도어 루스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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