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샤스 비니어드 2022년 가을

작성일 : 2023-01-23 19:44조회 : 541

마샤스 비니어드 2022년 가을

지난 2019년 오바마가 1200만 달러를 들여 대저택을 사서 정착한 매사추세츠 대서양 쪽에 있는 섬인 마샤스 비니어드(Martha's Vineyard)는 백인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투표성향은 전적으로 민주당이다. 클린턴이 대통령 재직시 그곳에 사는 민주당 후원자인 억만 장자 저택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선물을 사서 젊은 여자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에 주었던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서 화제가 됐다.

마샤스 비니어드는 1999년 여름 세계적 뉴스의 장소가 됐다. 그해 7월 16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들 존 2세는 부인과 처제와 함께 한밤중에 케네디 가문의 대저택이 있는 히아니스 포트에서 파이퍼 경비행기를 직접 몰고 어머니인 재클린 여사가 살다가 남겨 준 마샤스 비니어드 저택으로 가다가 바다에 추락해서 전원 사망했다. 야간에 바다와 하늘을 혼동해서 추락했을 것으로 추측됐다. 사람들은 케네디 가에 내린 저주가 끝이 없다고 했고, 재클린이 존 2세 보다 먼저 죽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2020년 들어 세계가 코로나 때문에 난리였지만 마샤스 비니어드에 사는 부자들은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별로 없어서 안전했다. 코로나가 유행하지 직전에 마샤스 비니어드로 이사해 온 오바마 가족도 코로나를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그런 마샤스 비니어드에 대해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가 ‘엄청난 일’을 벌려서 마샤스 비니어드는 또 다시 뉴스 전면에 나왔다.

2022년 9월 14일.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는 멕시코에서 텍사스를 거쳐 플로리다로 넘어온 중남미 불법 이민자 수십 명을 전세 비행기에 태워서 마샤스 비니어드 공항에 내려 놓았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개방 정책(Open Border Policy)에 따라 텍사스, 애리조나 등 국경 주(州)로 넘어 온 사람들로, 국경 주는 더 이상 관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이고,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개방 정책을 지지하는 동북부 주(州)는 모두 민주당을 지지하는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다. 그래서 텍사스와 플로리다에는 “당신들이 국경을 개방했으니까 당신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정서가 많이 있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그리고 남서부 주가 겪고 있는 중남미 이민자 문제에 대한 경고를 울리는 차원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는 전세 항공기 편으로 불법이민자 수십 명을 마샤스 비니어드로 보낸 것이다.

부자들만 사는 섬 마을에 남루한 불법이민자 수십 명이 나타나자 마샤스 비니어드의 부자 주민들은 벌컥 뒤집혔다. 당황한 매사추세트 주 정부는 이들을 섬에서 매사추세츠 본토로 이송했다. 매사추세츠 본토는 불법 이민자들이 있어도 되지만 마샤스 비니어드에는 있어서는 안 되는 꼴이 됐다. 동북부의 진보 언론은 물론이고 영국의 진보 언론인 가디언까지 디샌티스 주지사를 비난했다. 반면에 폭스뉴스는 이것이 모두 무책임한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정책 때문이라고 민주당 정부를 비난했다. 여하튼 이 사건으로 디샌티스는 세계적 인물이 됐고, 작년 11월 주지사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재선에 성공하고 이제 2024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1순위로 부상했다.

흑인 인권을 강조하고 사회의 다양성을 지지하는 미국의 진보적 정치인들의 본거지는 버몬트, 매사추세츠 등 동북부와 미네소타 등 흑인 인구가 적은 화이트 스테이트(White State) 출신이다. 휴버트 험프리, 월터 먼데일은 미네소타 출신이고 버니 샌더스는 버몬트 출신이다. 미네소타와 버몬트는 흑인 인구가 가장 적은 주로 뽑힌다. 그래서 흑인 인구가 많아서 일찍이 생활 속에서 인종 문제를 겪어 온 남부 사람들은 이들을 위선자로 보는 것이다. 본인이 흑인임을 내세워 대통령이 되고 흑인 등 소수인종을 위한 정책을 폈다는 오바마가 백인 억만장자들이 사는 곳을 은퇴지로 삼았고, 공화당 차기 주자인 플로리다 주지사는 거기다가 크게 한방 먹인 형상이다.

사진 (1) 부자들이 모여 사는 마샤스 비니어드
사진 (2) 오바마 부부와 1200만 달러 짜리 저택
사진 (3) 마샤스 비니어드 시내에 내려진 중남미 이민자들을 경찰들이 난감하게 보고 있다.
사진 (4) 기자회견을 하는 디샌티스 주지사. 2022년 9월 16일. ‘대통령감’으로 부상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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