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례대표 자질론

작성일 : 2023-02-14 19:55조회 : 532

비례대표 자질론

국회의원 욕을 하는 것이 국민적 스포츠가 돼버린 것이 요즘의 우리나라인데, 그러면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것은 또 무슨 ‘자다가 일어나 봉창 뜯기’인지 알 수가 없다. 비례대표를 늘리면 국회가 정상화된다는 말도 엉뚱하다. 건물 속에서 자전거 타고 구급차를 택시처럼 불러 탄 의원은 지역구 의원인가 비례의원인가 ? 비례의원은 지역구 선거에 부담을 느끼는 좋은 인물을 정계로 이끌었던 시절도 있었다. 유승민, 박영선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고위 외교관이나 전문 학자를 국회로 보내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이제 비례의원은 전문성도 없을뿐더러 정치적 능력이라고 지역구 공천 받기 위해 당 지도부에 잘 보이기 위한 능력 뿐인 경우가 흔하다.

오늘날 국회가 이 모양이 된 보다 큰 책임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라는 시스템에 있다고 나는 본다. 월 수 금 아침 마다 모든 정당이 최고회의인지 뭔지를 한다면서 회의는 하지 않고 TV 카메라 앞에서 상대방 정당, 또는 같은 당의 라이벌을 온갖 자극적인 언어를 동원해서 공격하고 있다. 정치부 기자들은 그것을 그대로 베껴서 기사라고 쓴다. 최고회의에선 온갖 강경한 언어가 난무하지만 국가 정책이나 이슈를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직 정쟁(政爭) 뿐이다.

세상에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이렇게 시끄러운 나라가 우리 말고 어디 있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일본이 그런가, 미국이 그런가, 영국이 그런가 말이다. 당 대표라고 뽑아 놓으면 짧으면 6개월, 길어야 1년이면 무너지고 비대위가 들어서는 게 우리 정당이다. 이게 본질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 서유럽 국가도 정당에 대해 일정한 보조금을 주지만 우리처럼 정당 운영에서 정부 보조금이 절대적인 나라가 우리 말고 어디 또 있는가 ? 이런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무슨 선거 제도 탓을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회의장 직속으로 무슨 위원회를 두고 개헌과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떠드는 것 자체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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