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존 F. 케네디

작성일 : 2023-04-10 08:41조회 : 606

존 F. 케네디

케네디의 여성 편력은 통상적으로 이해가 어려울 정도였다. 당시 백악관에서 일했던 케네디의 참모들이 그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이들은 쉬쉬하면서 모르는 체 했을 뿐이다.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암살 됐을 당시의 경호 상황은 허술했는데, 백악관에 여자들이 수시로 드나들어서 경호실 자체의 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에드가 후버 FBI 국장과 CIA 간부들, 그리고 합동참모본부의 장성들도 케네디의 여자 문제와 심각한 건강 문제를 모를 수가 없었다. FBI, CIA, 그리고 군부는 항상 백악관의 내부 동향을 감시하기 때문이다.

케네디 본인은 여자 문제에 대해 남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18~19세의 여자 인턴이던 미미 알포드(결혼하기 전 이름은 Mimi Beardsley)는 2012년에 나온 회고록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가 막바지이던 1962년 10월 27~28일 밤을 케네디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근처의 호텔에서 보냈다고 밝혔다. 당시 재클린 여사와 두 아이는 만일에 대비해서 버지니아에 있는 케네디의 사저(私邸)로 피난을 가 있었다.

미미는 경호실에서 보낸 리무진을 타고 호텔에 도착해서 케네디와 밤을 같이 보냈다는 것이다. 대학 1학년이던 그녀도 핵 전쟁 위기로 온 나라가 긴장을 하고 있을 때 대통령과 호텔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케네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전해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케네디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케네디가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면서 평화주의자로 바뀌어서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소련과 본격적인 평화 공존시대를 열려고 했기 때문에 죽어야만 했다는 ‘음모 이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논조로 쓰인 책도 여러 권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9월에 시작해서 10월 29일에 흐르시쵸프와 타결을 이루어서 해소됐다. 쿠바 위기가 해소되고 난 후 6개월이 지난 1963년 4월, 케네디는 프레데릭 놀팅 남베트남 주재 대사를 경질했다. 놀팅은 케네디가 임명했으나 사이공에 간 후 디엠 대통령과 그 동생 누 부부와 친하게 지내면서 디엠 정부를 옹호했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1960년 대선에서 닉슨의 러닝메이트였던 공화당 중진인 헨리 캐봇 롯지(Henry Cabot Lodge 1902~1985)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케네디와 맥조지 번디 등 그의 안보 팀은 디엠 대통령이 부패했을 뿐더러 도무지 공산주의자들과 싸울 의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케네디는 롯지를 사이공에 대사로 보내면서 필요하면 디엠을 갈아 버리라고 지시했다. 케네디는 롯지가 공화당 중진이기 때문에 롯지 대사가 나서면 공화당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즉, 사이공에서 미국이 사주한 쿠데타가 발생해도 그 책임은 케네디 뿐 아니라 공화당도 같이 부담하는 것으로 보았다. 사이공에 부임한 롯지 대사는 칸, 티우, 끼 등 젊고 야심에 찬 지휘관들을 불러 모아서 쿠데타를 부추겼다. 1963년 11월 2일, 쿠데타가 발생해서 디엠과 그 동생 누는 쿠데타 군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리고 3주일 후 케네디는 사망했다.

이 처럼 케네디는 죽을 때까지 베트남에서 발을 뺄 생각이 없었다. 그린 베레라고 부르는 특수부태를 파견하고 라오스와 중부 베트남 산간에 사는 고산족(高山族)인 몽족과 몬타냐드족에게 무기와 보급품을 주어서 북베트남군과 라오스 공산군과의 전쟁을 확대시킨 장본인은 바로 케네디였다.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하고 얼마 후에 자신이 승인한 쿠바 침공 작전이 실패해서 낭패를 겪었다. 1961년 4월 17일, 쿠바 난민들로 구성된 1500명 규모의 부대(Brigade 2506)를 쿠바의 피그스 만(灣)에 상륙시켰으나 대기하고 있던 카스트로 공산 정부군에 의해 포위됐다. 상황에 나쁘게 돌아가자 이들은 지원 폭격을 요청했다. 미 공군은 출격 대기하고 있었고 부근에는 미 항공모함이 있었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출격 명령을 거부했다. 약속했던 공중 지원이 오지 않자 2506 부대는 침공 3일 만에 항복을 하고 말았다. 2506 부대원 중 100여 명이 전사하고 상당수는 카스트로 군대에 의해 처형됐으며 작전에 동원됐던 구형 폭격기 7대가 격추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케네디 정부는 포로가 된 1200명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카스트로에게 거액의 몸값을 지불해야만 했다. (의원내각제 같았으면 내각이 당장 와해됐을 것이다.)

이것을 두고 케네디가 잘못을 깨달았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케네디 형제는 자기들이 카스트로 때문에 심각한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복수에 나섰다. 이들은 CIA로 하여금 카스트로를 제거하기 위한 비밀작전을 세우도록 했다. 베트남에서 디엠 정권을 수립하는 데 성공한 비정규전의 귀재 에드워드 랜스데일 장군을 책임자로 한 몽구스 작전(Operation Mongoose)은 1962년 말에 시작됐다.

CIA는 카스트로에 원한이 많은 샘 지앙카나, 산토 트라피칸테 등 마피아 거물들을 몽구스 작전에 끌어 들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쿠바 하바나에 세운 카지노 호텔이 카스트로에 의해 국유화돼서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카스트로를 제거해서 자신들의 재산을 되찾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이들은 CIA의 비밀작전에 기꺼이 가담했다. 이들은 카스트로 암살을 몇차례 시도했고 거의 성공할 뻔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케네디가 암살됨에 따라 몽구스 작전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 사진 (1) 2012년 회고록 출판 후 케네디와의 관계에 대해 인터뷰하는 미미.
- 사진 (2) 백악관 풀장 부근 야외에서 일광욕하는 미미. (1962년 또는 1963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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