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화 <대부 II>와 케네디

작성일 : 2023-04-12 09:45조회 : 545

영화 <대부 II>와 케네디

1974년에 나온 영화 <God Father Part 2>은 마피아와 미국 정치인, 그리고 쿠바를 다루고 있다. 마리오 푸조는 1950년대에 마피아가 운영하는 하바나의 카지노 호텔에서 미국 정치인들이 겨울 휴가를 보냈음을 알고 <대부 II>를 썼다. <대부 II>의 주요 무대는 네바다 주 레이크 타호(Lake Tahoe) 물가에 있는 마이클 콜리오네(알 파치노)의 대저택이다. 네바다 주 출신의 상원의원은 팻 기어리인데, 콜리오네의 돈을 받으면서도 콜리오네를 경멸한다. 마이클은 “당신 정치인들은 우리 보다 더 위선적”이라고 한마디 하자 기어리는 거만하게 자리를 뜬다. 마이클은 저런 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우리가 편해진다고 주변에게 말한다.

기어리 의원은 마이클의 형 프레도가 운영하는 매춘업소에서 젊은 여자와 즐기던 중 잠시 정신을 잃는다. (네바다는 매춘이 합법이다.) 그가 깨어보니까 옆에 있던 여자가 피투성이로 죽어 있었다. 어쩔 줄 모르는 기어리 앞에 마이클의 형인 변호사 톰 헤이건(로버트 듀발)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해결할 테니 걱정 말라”고 달랜다. 이때부터 기어리는 콜리오네 가문의 충실한 대변인이 된다. 마이클은 조직범죄를 다루는 상원 청문회에 참석하게 되는데, 청문회 위원인 기어리 의원은 “이태리계 미국인들은 훌륭한 애국 시민”이라고 말을 해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든다.(사진 1)

1958년 12월 말, 마이클은 마이애미의 마피아 보스인 하이먼 로스와 하바나에서의 호텔 사업에 대한 담판을 짓기 위해 하바나에 도착한다. 마이클은 혁명이 일어날 듯한 하바나의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투자를 보류하며, 이로 인해 하이먼 로스와 관계가 위험한 상태에 도달한다. 마이클은 로스를 그곳에서 제거하려 했으나 실패한다. 12월 31일 저녁, 하바나의 화려한 호텔에선 새해를 축하하기 위한 대연회가 열린다. 마이클은 팻 기어리 의원과 플로리다 출신 페이튼 상원의원, 메릴랜드 출신 림 상원의원, 그리고 뉴욕에서 온 드말코 판사를 만나 인사를 나눈다.(사진 2) 기어리는 마이클에게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마이클은 그렇게 해준다.

그러나 신년 축하 연회는 소란하게 끝났다. 카스트로 혁명군이 하바나 시내에 진입했고 쿠바 대통령 바티스타(Fulgencio Batista 1901~ 1973) 장군은 더 이상 자기가 나라를 통제할 수 없다고 연회장에 나와서 밝히고 비행장으로 향한다. 연회장에 있던 미국인들과 쿠바 상류층은 놀라서 뛰쳐나간다. 이들은 플로리다로 가는 보트를 타기 위해 부두로 달려가고, 기어리 의원은 미국 대사관으로 간신히 피신한다.(사진 3) 마이클은 비행기 편으로 미국으로 돌아온다. 하이먼 로스는 하바나에 투자한 막대한 재산을 잃고 마이애미로 돌아오나 마이클이 보낸 자객에 의해 피살된다. 마이클은 하이먼 로스와 내통한, 조금 모자라는 작은 형 프레도를 없애기로 결심한다. 레이크 타호에서 총소리가 울리고 영화는 끝난다.

여기까지가 <대부 II>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대부 II>는 실제와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마이클의 숙적인 하이먼 로스는 유태인인데, 실제로 마이애미 마피아 보스였던 마이어 랜스키는 유태인이었다. (랜스키는 살해 당하지는 않는다. 랜스키는 영화 <벅시>에 나온다.) 그렇다면 팻 기어리 상원의원도 실제 인물을 극화(劇化)한 것은 아닐까 ?

1958년 12월 카스트로 혁명 전까지 하바나는 최고의 휴양지였다. 추운 겨울을 피해서 부유한, 또는 유력한 미국인들이 연말 휴가를 하바나의 화려한 호텔에서 보냈다. 하바나의 카지노 호텔은 마피아가 소유하고 운영했다. 마이애미가 본거지인 마이어 랜스키(Meyer Lansky 1902~1983), 탬파가 본거지인 산토 트라피칸트(Santo Trafficante Jr. 1914~ 1987), 시카고가 본거지인 샘 지앙카나(Sam Giancana 1908~1975) 등이 하바나의 화려한 카지노 호텔을 운영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하바나를 찾는 상원의원 등 유력인사를 각별하게 챙겼다. 젊은 상원의원 존 F. 케네디도 그 중의 한명이었다. 마피아는 케네디가 유망한 정치인임을 잘 알았고 그의 부친 조셉 케네디와도 알았다. 상원의원 케네디가 하바나에 도착하면 마피아는 그를 좋은 객실에 늘씬한 혼혈미녀 2명과 함께 배정했다. 모든 비용은 물론 마피아가 감당했다.

카스트로가 이끄는 혁명군이 하바나를 점령하자 마피아가 갖고 있던 카지노 호텔은 모두 몰수되고 말았다. 트라피칸트는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서도 그대로 사업을 할 줄 알고 머물러 있다가 카스트로 군에 잡혀서 감옥에 갇혔다. 그는 몸값을 내고 간신히 플로리다로 돌아 올 수 있었다. 트라피칸트와 랜스키는 평생 번 돈을 카스트로에게 몽땅 갖다 바친 꼴이 됐다.

196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존 F. 케네디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케네디는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쿠바를 해방하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 후보 닉슨은 그러면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국제법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반박했지만 오히려 닉슨만 이상한 사람이 됐다. 미국으로 건너 온 쿠바 난민들은 물론이고 마피아도 케네디를 지지했다. 케네디의 선거운동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사람은 아버지인 조셉 케네디였다. 존 F. 케네디는 헨리 잭슨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으려 했으나 조셉은 텍사스 출신인 린든 존슨을 러닝메이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존슨이 부통령 후보가 됐다.

1960년 대선은 매우 치열했다. 케네디는 텍사스와 일리노이에서의 승리에 힘입어 당선됐다. 시카고에선 죽은 사람들이 대거 무덤을 열고 나와서 케네디를 찍었다. 닉슨의 참모들은 일리노이 선거에 부정이 많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하자고 했으나 닉슨은 그것이 헛된 일임을 알고 패배를 인정했다. 일리노이와 텍사스에서 마피아가 케네디를 지지하는 작업을 많이 했음은 나중에 여러 정황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해서 케네디가 대통령이 됐고, 마피아는 케네디가 자신들의 숙원을 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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