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쿠바 미사일 위기와 피그스 만 포로 송환

작성일 : 2023-04-18 21:01조회 : 558

쿠바 미사일 위기와 피그스 만 포로 송환

케네디 대통령은 앨런 덜레스 CIA 국장과 리차드 비셀 부국장을 해임했다. 이들은 1961년 연말에 CIA를 떠났다. 케네디는 기업인 출신으로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에 원자력위원장을 지낸 존 매콘(John McCone 1902~1991)을 CIA 국장으로 임명하고 부국장에는 리차드 헬름스(Richard Helms 1913~2002)를 승진시켜 임명했다. 헬름스는 2차 대전 중 스위스의 OSS 지부에서 앨런 덜레스 아래에서 유럽 첩보전을 이끌었던 CIA 창업 멤버였다.

케네디는 피그스 만 실패에 대해 사과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한 작전을 하도록 CIA에 지시했다. 카스트로 암살 시도는 케네디가 암살될 때까지 계속됐고, 이래서 혹시 카스트로가 보복으로 케네디를 암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한때 나오기도 했다.

1962년 여름, 카스트로와 흐르시쵸프는 비밀리에 쿠바에 소련의 핵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카스트로는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그해 10월 미국의 고공 정찰기 U-2기는 쿠바에 소련의 미사일이 반입되고 있음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1962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쿠바에 탄도 미사일이 들어와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상황을 케네디 대통령은 묵과할 수 없었다.

2차 대전 때 독일 대공습 작전과 도쿄에 대한 네이팜 공습을 이끌었던 커티스 르메이(Curtis LeMay 1906~1990) 공군참모총장은 전면적인 공습을 주장했다. 하지만 케네디는 맥나마라 국방장관의 견해를 따라서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를 명하고 소련에 대해 미사일을 철수하도록 요구했다. 케네디는 미군의 방위태세를 데프콘 III로 격상하고 전략공군 사령부에는 데프콘 II를 발령했다.

10월 27일에는 미 공군 정찰기 U-2가 쿠바 상공에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는 등 긴장은 높아만 갔다. 그러면서도 케네디는 로버트 케네디로 하여금 배후에서 흐르시쵸프와 협상을 하도록 했다. 로버트는 터키와 이탈리아에 배치돼 있는 미국의 핵 미사일을 철수하는 조건으로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도록 합의를 이끌어 냈다. 케네디는 미국 미사일 철수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합의는 미국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해서 인류는 핵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한편, 피그스 만에서 포로로 잡힌 1200명의 운명은 불안하기만 했다. 카스트로는 이들을 쿠바 여러 도시와 마을에 끌고 다니면서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널리 홍보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들을 석방시켜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감당해야 했다. 1961년 5월, 카스트로는 2800만 달러 상당인 불도저 500대를 주면 포로를 송환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었고 불도저가 군사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서 케네디 정부는 결정을 하지 못했다.

1961년 9월 8일, 카스트로는 포로 전원을 참석시킨 가운데 군사재판을 열고 포로 중 5명에는 사형, 9명에게는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바티스타 정권 하에서 있었던 일을 문제 삼아서 재판을 한 것이다. 사형을 선고 받은 5명은 즉시 총살형에 처해 졌다. 총살된 포로 중에는 조르지 김(Jorge Kim)이란 한국계 쿠바인이 있었다. 1935년생인 그는 바티스타 정부군의 육군 장교였는데, 카스트로에 당당하게 대해서 처형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00년대 초에 멕시코로 이민을 간 한국인들 중 일부가 1920년대에 쿠바로 이민을 가서 정착했는데, 그는 그 후손인 것으로 보인다.)

케네디 대통령은 브라질 대통령을 통해서 미국은 쿠바 내정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니 포로를 처형하지 말도록 요구했으나 석방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1962년 3월 20일, 카스트로는 미국이 성의가 없다면서 포로 1,179명 전원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선언했다. 4월 8일, 카스트로의 군사법정은 포로 전원에 대해 반역죄로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다만 6200만 달러를 내면 석방하겠다고 선언했다. 1년 만에 몸값이 두 배 이상 올라 간 것이다.

케네디는 브라질을 통한 협상 외에도 소련에서 격추된 U-2 기 조종사를 서방에서 체포된 소련 간첩과 교환해서 석방시킨 제임스 도노반(James Donovan 1916~1970)을 통해서 카스트로와 비밀 협상을 직접 진행했다. CIA의 전신인 OSS에서 근무했던 해군 장교 출신 변호사인 제임스 도노반은 카스트로와 직접 비밀협상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쿠바 미사일 위기가 해소된 후 진행됐다. 1962년 12월 21일 카스트로와 도노반은 포로 1113명을 석방하고 미국은 5,300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과 유아 식품을 제공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5300만 달러는 주로 미국 기업들이 낸 기부금으로 충당했으며 출연한 기업에는 세금 공제 혜택을 주었다.)

12월 21일, 1년 8개월 동안 억류되어 있던 2506부대원 1113명은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2월 29일, 마이애미 오렌지 볼 구장에서는 이들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고, 케네디 대통령과 재클린이 참석했다. 케네디는 이들이 겪은 고초에 대해 사과하면서 자유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며, 2506 부대의 깃발이 언젠가는 하바나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클린은 스페인어로 짤막한 연설을 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제임스 도노반은 쿠바의 정치범 수용소에 있던 반(反)카스트로 인사들의 석방도 추진해서 1964년까지 약 10,000명이 마이애미로 올 수 있었다. 1971년, 마이애미의 다운타운 ‘리틀 하바나’에는 2506 부대를 기리는 기념탑에 세워졌다.

- 사진 (1) 쿠바 해상 봉쇄 조치를 보도한 NYT.
- 사진 (2) 포로 귀환 환영행사에 참석한 케네디 부부. 1962년 12월 29일
- 사진 (3) 2506 부대 기념탑. 마이애미 ‘Little Hav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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