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리 메이어 살인 사건 (3)

작성일 : 2023-05-13 18:17조회 : 488

매리 메이어 살인 사건 (3)

그러면 매리의 일기장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 있었을까 ? 여기에 대해선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매리는 CIA 간부이던 코드 메이어와 이혼한 후에 친구들과 만나면 CIA를 비난해서 CIA 방첩단장이던 제임스 앵글턴(James Angleton 1917~1987)의 주목을 샀다. 수많은 요주의 인물을 도청하고 사찰했던 앵글턴은 매리의 전화를 당연히 도청했을 것이고, 매리가 나중에 케네디와 연인관계라는 것을 알고 매리를 더욱 더 감시했을 것이다. 앵글턴은 매리가 케네디와 만나서 마리화나를 같이 하고 평화주의자인 매리가 쿠바와 베트남에 대한 미국 정책을 비난하고 케네디가 매리에 동조함도 알았다.

케네디의 암살을 조사한 워렌 보고서가 나오자 매리를 그것을 읽고서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주위에게 말하고 다녔다. 매리를 도청했던 앵글턴은 매리가 자신의 일기장에 케네디와의 관계, CIA에 대한 케네디의 생각 등 많은 기록을 남겼음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매리가 죽던 날 앵글턴은 매리와는 대학 동창이기도 한 자신의 부인과 함께 매리의 일기장을 회수하기 위해 매리의 집에 침입했고, 거기서 매리의 동생이기도 한 부인 토니와 함께 도착한 벤 브래들리 부부를 만났다. 당시 브래들리는 뉴스위크 워싱턴 주재원이었으나, 이 엄청난 특종 기사감인 사실에 대해 침묵했다.

이러한 벤 브래들리의 행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 피터 재니는 CIA에서 일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벤 브래들리가 2차 대전 후 파리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1년 남짓 동안 공보관으로 일할 때 CIA 소속이었으며. 워싱턴포스트와 뉴스위크에서 일했던 1960년대 초까지도 그는 CIA가 심어 놓은 정보원(CIA asset)이었음을 알아냈다. 벤 브래들리가 CIA 간부로서 비밀작전(covert operation)을 관장하던 코드 메이어와 동서(同壻) 관계이고, CIA의 방첩단장으로 많은 사람들을 도청하고 감시했던 제임스 앵글턴과 가까웠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브래들리는 앵클턴에게 보고를 했던 정보원이었다. 그러던 브래들리가 1970년대 들어서 워터게이트 보도로 유명해 지자 자신의 그러한 과거가 나타나는 것을 꺼려했는데, 매리의 죽음으로 인해 그 실마리가 다른 사람도 아닌 그날 브래들리에게 전화를 해준 위스타 재니의 아들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그러면 피터 재니가 매리 메이어를 죽였다고 보는 윌리엄 미첼 중위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나 ? 피터 재니는 미첼이 1939년에 태어나서 코넬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ROTC로 장교가 됐음을 알아냈지만 그 후 그의 군대 관련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CIA 비밀요원으로 펜타곤 등 소속을 커버를 이용했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매리 살해범 재판에 증인으로 출두한 후에 흔적이 없어져 버렸다. 피터 재니는 윌리엄 미첼이 매리를 살해한 범인일 것이라고 2012년에 나온 초판에서 주장했다.

매리 메이어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고 그것을 공표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죽어야 했으며, 매리 살해 계획은 CIA 방첩단장이던 제임스 앵글턴이 기획했으며, 매리의 전 남편 코드 메이어와 자신의 아버지 위스타 재니가 그 음모에 가담했으며, 실제로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윌리엄 미첼이었다고 제시한 피터 재니의 책 <Mary's Mosaic>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초판이 나온 후 피터 재니는 윌리엄 미첼이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됐고 그가 은퇴하고 북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음도 알아냈다.

피터 재니는 무턱대고 70대 노년에 접어 든 미첼을 그의 집으로 찾아가서 조우(遭遇)했으나 미첼은 화를 내고 피터 재니를 문전 박대했다. 피터 재니는 미첼이 매리 살인사건 재판에서 증언을 한 후 런던에 있는 경제대학원(LSE)에서 공부를 했음도 밝혀냈다. 미첼은 그 후 사회보장번호를 새로 바꾸고 자기가 알았던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한 후 헤이워드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영학 교수로 재직한 후 1989년에 퇴직했음도 밝혀냈다. 1974년에 그는 이름을 빌 미첼(Bill Mitchell)로 개명을 해서 검색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미첼은 자신의 과거가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과는 인연을 끊고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조용하게 살아왔다.

재니 피터는 변호사와 함께 자신이 매리 메이어 살인사건에 특별한 이해관계 당사자로서 2013년에 워싱턴 법원에 미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놀랍게도 미첼은 변호사를 통해서 소송을 철회하면 피터 재니의 질의에 응하겠다고 답을 해왔다. 미첼은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와서 피터 재니가 묻는 모든 질문에 대해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한 사람이 자기가 어디서 근무했는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없었던 것이다. <Mary's Mosaic> 2016년 수정판에는 미첼을 만난 기록이 추가돼있다.

피터 재니는 매리를 죽인 구도가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매리의 경우에 음모자들은 매리를 추적하다가 바로 그날 범인으로 몰아서 희생양이 될 만한 흑인 크럼프를 보고 시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크럼프는 총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윌리엄 미첼을 검찰측 증인으로 내보내는 위험을 감수했으나 크럼프의 변호사는 이를 간과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흑인 여성 변호사 라운드트리는 증인들의 진술이 모호하고 도무지 증거가 없음을 입증해서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크럼프가 유죄판결을 받고 사형집행이 됐더라면 크펌프는 완벽한 희생양(patsy)이 될 뻔했다.

케네디 대통령을 댈라스에서 저격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리 하비 오스월드는 이틀 후 경찰서 지하 주차장으로 경찰관들의 호송을 받으면서 나오던 중 재크 루비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오스월드는 자기는 대통령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고 “자신은 단지 희생양”("I am just a patsy.")라는 말을 댈라스 경찰국 조사과정에서 했다. 댈라스 시내에서 누드 술집을 경영하고 있던 재크 루비는 자기가 케네디를 좋아했는데, 오스월드가 케네디를 죽여서 그를 보는 순간 화가 치밀어서 총을 쐈다고 경찰서에서 진술했다.

누드 술집이나 포르노 영화관은 원래 마피아가 하는 것이며 재크 루비가 운영하는 술집도 마피아 소유였음은 당시에도 알려진 사실이었다. 댈라스에서 누드 술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케네디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누가 들어도 우습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면 이마에 총알이 박힐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스월드가 댈라스 경찰에서 말했다는 ‘patsy'는 잘 쓰는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마피아가 사람을 죽일 때 하수인을 시켜 죽이고 그런 다음에 하수인을 죽일 때 그 하수인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피터 재니는 케네디 암살 ’음모설‘이 제기하는 시나리오가 매리 마이어를 죽인 장르와 매우 흡사하다고 보았다. 진짜 범인들은 숨어서 시행을 하고 그럴싸한 희생양을 구해서 덮어 씌우는 것이다.

피터 재니는 <Mary's Mosaic>가 나온 후 여기저기에서 강연을 하는 등 유명해졌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 <JFK>를 제작한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책을 극찬했다. CNN도 이 책을 소개했고, 보스턴 글로브는 “존 그리셤의 소설과 올리버 스톤의 영화가 겹치는 것처럼 읽힌다”고 책을 소개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이 책과 피터 재니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억울하게 체포돼서 재판을 받은 흑인 크럼프가 무죄로 풀려났을 때 워싱턴포스트는 크럼프가 사람을 죽이고도 풀려났다고 재판 결과를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 워싱턴포스트에서 워터게이트를 파헤치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Mary's Mosaic>은 흥미진진하지만 결코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과 사실이 촘촘히 엮여 있기 때문이다. 35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해서 자기의 아버지의 어두운 면마저 밝혀낸 저자의 인내심과 용기가 돋보인다.) (끝)

사진 (1) 피터 재니 인터뷰 광고. 안경 쓴 남자는 제임스 앵글턴.
사진 (2) <Mary's Mosaic>을 소개한 CNN.
사진 (3) 대담하고 있는 피터 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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