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네디 암살의 배후 ?

작성일 : 2023-06-01 11:42조회 : 526

케네디 암살의 배후 ?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 로버트 케네디 2세(Robert Kennedy, Jr. 1954~)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나의 아버지가 형의 사망 소식을 듣고 본능적으로 처음으로 느낀 바는 CIA가 죽였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RFK Jr: My Father Bobby Kennedy's FIRST INSTINCT Was That CIA Killed JFK.”) 그는 자신의 아버지는 케네디 대통령이 리 하비 오스월드의 단독범행으로 사망했다고 한 워렌 위원회의 결론을 믿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케네디 암살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금년 11월이면 케네디 대통령 암살이 60주년이 되는데다 작년에 바이든 행정부가 케네디 암살에 관한 비밀문서를 공개하면서도 아직도 일부 문서를 기밀로 분류해서 공개하지 않는데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데, 그런 논란에 기름을 부은 형상이다.

로버트 케네디 2세가 한 말은 대체로 맞는 말이다.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저격을 당한 시간은 중부 시간으로 오후 12시 30분이며 사망선고는 오후 1시, 동부 시간으론 오후 2시였다. 그 날 로버트 케네디는 버지니아 맥린에 있는 자택에서 점심을 한 후 에드가 후버 FBI 국장으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로버트는 자신 형제와 가까운 존 매콘(John McCone 1902~1991) CIA 국장을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해서 두 사람은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버트는 매콘 국장에게 “당신네 조직이 저지른 일이 아니냐?”고 물었다. 피그스 만 침공 사건으로 물러난 앨런 덜레스의 후임으로 1962년 초에 CIA 국장이 된 매콘은 원래 기업가 출신으로 CIA 내부를 장악할 수가 없어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그들이 형을 죽였다고 주변에 이야기했다. 그러면 도대체 '그들(they)'은 누구일까 ? 케네디 대통령 재임 2년 10개월 동안 그와 법무장관인 동생 로버트는 적(敵)을 많이 만들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남부에서의 흑백인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민권법(The Civil Right Act)을 추진했다. 흑백인 분리(segregation)를 금지하는 민권법은 케네디가 죽고 나서 존슨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해서 통과하게 된다. 이 법안은 남부 지역에서 심각한 반대 운동을 야기했다.

당시 상원의 거물이던 리차드 러셀(Richard Russell 1897~1971) 의원은 물론이고 풀브라이트 장학금 제도를 만들고 베트남 전쟁에 반대해서 유명한 윌리엄 풀브라이트(J. William Fulbright 1905~1995) 상원의원도 이에 반대했다. 이들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러셀 의원은 조지아 주지사를 지냈고 풀브라이트 의원도 아칸소 출신이다. 모두 남부 출신인 것이다. 케네디가 죽었다는 소식이 뉴스에 나오자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등 ‘deep south'의 술집에선 “그 xx, 잘 죽었다"고 축배를 들었다. 상당수 학교에선 학생들과 교사들이 교실에서 박수를 쳤다. 케네디 때문에 흑인들과 공부를 같이 하게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로버트 케네디는 남부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자기 형제를 싫어하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이 미국 대통령을 죽일 능력은 없다고 생각했다. 로버트는 형을 죽일 이유와 능력을 갖고 있는 집단으로 카스트로, 마피아, 그리고 CIA를 떠 올렸다. 케네디 대통령이 약속했던 항공 폭격을 거부해서 CIA가 기획한 피그스 만 침공이 실패로 돌아가서 CIA 내부에선 케네디 형제에 대한 반감이 많음도 잘 알고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피그스 만 침공 사건을 이유로 CIA 창업공신인 앨런 덜레스 국장과 리차드 비셀 부국장을 경질해서 CIA 내부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

로버트 케네디가 형의 죽음의 배후에 카스트로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 것도 당연했다. 임기 초에 있었던 피그스 만 침공이 실패함에 따라 TV에 나가 자신의 책임임을 밝혀야 하는 수난을 당한 케네디는 동생 로버트를 불러서 카스트로를 암살하라고 지시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CIA에게 이를 지시해서 '몽구수 작전'(Operation Mongoose)이 시작됐다. CIA는 암살에 탁월한 실력을 갖고 있는 마피아에게 이를 위탁했다. 마피아는 저격수를 침투시키고 독살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카스트로에게 아바나의 화려한 카지노 호텔을 빼앗겨 버린 마피아는 카스트로를 없애야 할 나름대로의 동기가 있었다.

카스트로는 마이애미에 정보원을 많이 심어 놓아서 케네디 형제와 마피아가 자기를 죽이려 하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정부가 위태롭다고 느낀 카스트로는 소련에 도움을 청했고 흐르시쵸프 소련 수상은 소련군 병력은 물론이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미사일을 쿠바에 보냈다. 이렇게 해서 1962년 가을에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케네디가 암살되자 리차드 헬름스 CIA 부국장은 오스월드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아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에드가 후버 FBI 국장도 같은 지시를 내렸다. 1959년 9월, 해병대에서 전역한 리 하비 오스월드(Lee Harvey Oswald 1939~1963)는 선편으로 유럽으로 가서 헬싱키에서 소련 비자를 얻어 소련에 입국했다. 소련에 정착하고 싶어 한 오스월드는 모스코바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미국 국적 포기 의사를 밝혔다. 오스월드는 소련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젊은 여인을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나 1962년 5월, 돌연히 미국 대사관에 나타나서 귀국할 뜻을 밝히고 부인과 아이를 데리고 어머니가 있는 댈러스로 돌아온다. 이런 이유로 FBI와 CIA 방첩단은 오스월드를 위험인물로 분류해서 감시해 왔다. 그래서 케네디를 저격한 범인이 오스월드로 알려지자 FBI와 CIA는 그들에 대한 책임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서 오스월드 관련 자료가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존슨 대통령은 케네디 암살을 분명하고 공명정대하게 조사한다면서 얼 워렌 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조사위원회(워렌 위원회)를 구성했다. 존슨은 흑백 인종 분리를 위헌으로 판결한 얼 워렌을 싫어하는 리차드 러셀 상원의원과 피그스 만 침공으로 CIA 국장직을 물러난 앨런 덜레스를 위원으로 임명했다. 러셀 의원은 위원회 일에 관심이 없었다. 앨런 덜레스는 CIA 책임 문제가 나오는 것을 막는데 관심이 있었다. CIA는 덜레스가 보호했다면, FBI를 보호한 위원은 제럴드 포드 하원의원이었다. 닉슨이 사임한 후에 대통령이 되는 포드는 젊은 시절에 하원의원이 된 때부터 ‘FBI의 사람’이었다. 즉, FBI는 포드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하고 포드는 하원에서 FBI를 위해 예산 등 모든 일을 앞장서서 해결해 왔다. 이렇게 해서 백주(白晝)에 대통령이 총에 맞아 죽었음에도 FBI와 CIA는 책임을 벗어났다. 1964년 9월, 워렌 위원회는 오스월드가 혼자 케네디를 죽였으며 배후는 없고, 재크 루비도 혼자 오스월드를 죽였고 배후는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 (1) : 케네디 암살에는 배후가 있다는 로버트 케네디 2세의 발언 보도. "그게 압도적 증거가 있나?“
사진 (2) : 존 매콘 신임 CIA 국장에 대한 선서를 진행 한 후 얼 워렌 대법원장(왼쪽 두번째), 존 매콘, 케네디 대통령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3) : 1963년 여름, 백악관을 방문한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인권단체 대표들과 기념 촬영을 한 로버트 케네디와 존슨 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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