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로버트 케네디와 조직 범죄
작성일 : 2023-06-01 11:56조회 : 531
로버트 케네디와 조직 범죄
1967년 1월, 영향력 있는 칼럼니스트 드루 피어슨(Drew Pearson 1897~1969)은 로버트 케네디가 카스트로를 암살하라고 CIA에 지시했으며 CIA는 존 로셀리 등 마피아 보스들에게 카스트로를 죽여 달라고 의뢰했다고 폭로했다. CIA의 극비작전인 ‘몽구스 작전’이 드러난 것이다. 피어슨은 워렌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앨렌 덜레스가 이에 대해 침묵했음은 물론이고 당시 법무장관이던 로버트 케네디도 이에 대해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워렌 위원회에서 실제로 조사에 참여했던 스태프들에게 이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자료를 모으고 관계자를 인터뷰해서 방대한 보고서를 만든 젊은 변호사들은 허탈감을 느꼈다. 케네디 형제가 마피아와 손잡고 카스트로를 살해하려고 했음을 알았더라면 워렌 위원회의 조사는 방향부터가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존슨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알고 있었을까 ? 존슨은 얼 워렌 대법원장에게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하면서 “당신이 공정하게 조사해서 발표하지 않으면 제3차 대전이 일어나서 첫 몇 시간 동안 미국인 수천만 명이 죽을 수 있다”고 겁을 주어서 워렌 대법원장은 할 수 없이 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케네디 암살은 오스월드라는 '외롭고 멍청한 놈'('lone nut')이 저지른 단독 범행이었어야 했다. 만일에 그 배후에 쿠바나 소련이 있음이 드러나면 제3차 세계대전을 각오해야 함을 노회한 정치인 존슨은 잘 알았다.
피어슨의 폭로는 1964년 선거에 상원의원으로 당선돼서 유력한 정치인이 돼 있는 로버트 케네디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로버트 케네디가 1968년 대선 출마를 주저했던 데는 이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 더 큰 문제는 로버트 케네디는 마피아 같은 조직범죄와의 싸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법무장관이 된 후에도 법무부에 특별반을 설치해서 조직범죄와의 전쟁에 나섰기 때문에 이러한 모순이 결국 케네디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로버트 케네디(Robert F. Kennedy 1925~1968. 6. 6)는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둘째로 태어난 형 존 F. 케네디(1917~1963. 11. 22)와는 나이 차이가 많아서 성장과정에서는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2차 대전을 해군 예비역으로 보내고 하버드와 버지니아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로버트는 1952년에 형이 상원의원 선거에 나서자 그를 도와서 형과 가까워진다. 그 후 부친의 소개로 조셉 매카시(Joseph McCarthy 1908~1957) 상원의원이 위원장인 상원 정부기능위원회에서 보좌관을 지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자 로버트는 같은 위원회에서 수석보좌관을 지냈으나 매카시 의원의 보좌관과의 불화로 그만두게 된다.
매카시 상원의원이 1954년 12월에 몰락한 후에 로버트 케네디는 다시 같은 위원회의 수석보좌관(Chief Counsel)이 되어서 조직범죄에 관한 자료를 검토하고 관계자를 만났다. 이런 과정에서 로버트는 이태리계 조직범죄가 전국적 현상임을 깨달았다. 1956년 대선이 다가오자 로버트는 민주당 후보 애들라이 스티븐슨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다. 1957년부터 59년까지 로버트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상원 특별조사위원회의 수석보좌관으로 일했다. 존 매클레런(John McClelllan : 1889~1977) 상원의원이 위원장인 특위에는 배리 골드워터와 존 F. 케네디가 위원으로 참여했는데, 매클레런 위원장은 자기가 바쁘다는 이유로 수석 보좌관인 로버트에게 위원회 운영을 맡기다시피 했다. 또한 매우 이례적으로 의원이 아닌 로버트로 하여금 자기를 대신해서 증인을 심문토록 했다.
로버트가 사실상 움직인 이 특별위원회는 팀스터 조합(Teamster Union)이라고 부르는 화물차 노조 내부의 비리를 추궁하고 더 나아가 조직범죄가 노사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문제를 다루게 된다. 이 때 로버트는 팀스터 유니온을 조직해서 트럭 노조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지미 호파(Jimmy Hoffa : 1913~1975. 7. 30 실종)를 신랄하게 심문해서 큰 화제가 됐다.
지미 호파는 불편한 질문에 대해선 헌법 수정 5조(‘누구든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를 들어서 답변을 거부했다. 호파는 무려 140 차례 수정 5조 묵비권을 들어서 답변을 거부했다. 호파가 답변을 거부할 때마다 로버트 케네디는 흥분해서 마구 인신공격을 했고 그 장면은 그대로 TV로 중계가 되어 전국민이 로버트 케네디와 지미 호파를 알게 됐다.
특별조사위원회가 막바지에 다른 1959년 3월, 로버트 케네디는 미국 남부 마피아 보스 카를로스 마르셀로(Carlos Marcello 1910~1993)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상원 조사위원회에 출두한 마르셀로 역시 로버트 케네디를 부잣집의 철없는 어린아이로 취급했다. 로버트가 마르셀로에 대해 직업, 소득, 소속 등 기본적 사항에 대해 질문을 하자 마르셀로는 선글라스를 쓴 채로 미소를 지으면서 15분 동안에 35회에 걸쳐 수정 5조를 들어서 답변을 거부했다. 로버트는 그것도 모르냐고 흥분해서 펄쩍펄쩍 뛰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르셀로는 총 152회에 걸쳐 수정 5조 묵비권을 행사해서 지미 호파가 세운 묵비권 행사 기록을 경신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열(熱) 만 받고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지미 호파에 대해선 법무부에 수사 의뢰를 하고 마르셀로는 의회 모독죄로 고발했으나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법무부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로버트 케네디는 1959년 여름에 조사위원회를 그만 두고 형의 대선을 도왔다. 그리고 1960년 11월 대선에서 케네디가 근소한 표 차이로 당선됐다. 케네디 대통령 당선자는 동생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했고, 법무장관이 된 로버트는 자기가 상원 특조위에서 당한 것에 대한 복수(vendetta)에 나섰다. 케네디 법무부는 지미 호파를 기소하고 미국 시민이 아닌 카를로스 마르셀로를 과테말라로 전격적으로 추방했다.
속설에 의하면, 미국 법무부 직원들이 이민국에 출두한 마르셀로를 그대로 체포해서 비행기에 실은 후 과테말라 정글에 낙하산을 달은 후 엉덩이를 발로 차버렸다고 하는데, 그것은 꾸며낸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발생한 일은 그런 속설과 많이 근접한다. 법무부 비행기는 과테말라 정글 한복판에 있는 작은 비행장에 내려서 마르셀로를 홀로 내려놓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태리 고급 양복과 구찌 구두 차림의 마르셀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반나절 동안 정글을 걸어서 인근 마을에 도착해서 뉴올리언스에 있는 부하들에게 전화를 할 수 있었다. 마르셀로가 “‘그 **들을 내 손으로 반드시 죽이겠다“고 맹세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사진 (1) : 상원 특조위원회. 존 매클레런 상원의원, 러버트 케네디, 존 F. 케네디 상원의원
사진 (2) : 로버트 케네디의 질문에 답하는 지미 호파.
사진 (3) : 선글라스를 끼고 나와서 로버트 케네디를 비웃는 카를로스 마르셀로.
다음글케네디 암살의 배후 ?
COPYRIGHT ⓒ 이상돈닷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