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네디의 측근

작성일 : 2023-06-03 09:17조회 : 481

케네디의 측근

백악관에 비서실장(Chief of Staff)이라는 공식 직책을 만든 사람은 닉슨 대통령이다. 그 전까지는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비서관이 있었을 뿐이다. 케네디 백악관에선 케네스 오도넬(Kenneth O‘Donnell 1924~1977) 비서관이 그런 역할을 했다. 오도넬은 로버트 케네디와 하버드 시절 친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군 폭격기 대원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해서 독일 상공에서 격추되어 포로가 되기도 했다. 전후에 하버드를 나오고 보스턴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다.

백악관에서 케네디의 일상을 돌본 비서관은 데이비드 파워스(David Powers 1912~1998)이다. 고등학교를 나오고 보스턴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2차 대전이 발발하자 공군에 입대해서 미얀마 전선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케네디가 처음 하원의원에 출마할 때 파워스는 우연하게 케네디를 만나서 선거를 돕고 그 후 케네디가 의원 생활을 할 때부터 케네디의 일상적인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케네디는 파워스와 함께 있으면 가장 편안하게 느꼈다고 하며, 자연히 파워스는 케네디의 사적 생활을 세세하게 관리하게 됐다.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자 파워스는 보좌관이란 직책으로 케네디의 일상을 돌보는 집사 역할을 했다. 케네디가 입을 옷을 준비하고 밤에 잠들 때까지 그의 소소한 시중을 들었으며 여행을 갈 때도 동행을 했다.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저격을 당할 때 오도넬과 파워스는 케네디가 탄 차의 바로 뒷 차에 타고 있었다. 오도넬과 파워스는 총 소리가 양쪽에서 났다고 진술을 했으나 나중에 FBI가 총탄이 한 곳에서 날라 온 것으로 정리하자 마지못해 동의하게 된다. 2차 대전에 참전해서 숱하게 총소리를 들어 본 두 사람이기에 이들의 진술을 간단히 무시하기는 어려웠으나 워렌 위원회는 이를 무시했다. 두 사람 외에도 총소리가 양쪽에서 났다고 증언한 사람들이 여럿이 있었다. 당시 댈러스 경찰관들은 오스월드가 총을 쏜 교과서 보관소 건물 반대 방향에 있는 잔디 둔턱(grassy knoll)으로 달려갔고, 그 때 군중에서 교과서 보관소 건물 6층에 사람이 있다고 가르치자 경찰관들은 그 건물로 뛰어 갔다. 경찰이 건물을 봉쇄하기 전에 오스월드는 건물을 빠져나와서 버스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총소리가 양쪽에서 났다는 주장은 오스월드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후 많은 가설과 추측을 자아내게 된다.

케네디와 관계를 가졌던 여인 중에서 샘 지앙카나의 연인이기도 했던 주디스 켐벨 엑스너는 자기가 백악관에 들어갈 때 데이비드 파워스가 연락을 하고 안내를 했으며, 백악관에는 자기 뿐 아니라 콜걸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책에서 밝혔다. 엑스너는 암으로 죽기 전에 케네디와의 관계에 대해 TV와 인터뷰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백악관 인턴으로 있으면서 케네디와 1년 반 동안 관계를 가졌던 미미 알포드는 말년에 펴낸 책에서 파워스가 케네디와 자기를 연결시켰고 백악관 풀장에서 셋이서 같이 섹스를 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케네디가 암살 된 후 파워스는 케네디 기념 도서관에서 일하다가 1994년에 은퇴하고 1998년에 사망했다.

케네디의 바람기는 부친의 DNA라고 하기도 하지만 케네디는 애디슨 병(病) 때문에 코티손을 상시 투입하고 또 허리 통증이 심해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자주 맞아서 그 부작용으로 성적 욕구가 강했다고 전해진다. 케네디는 애디슨 병이 알려지면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를 철저하게 숨겨왔고, 백악관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케네디는 허리 통증 때문에 외부 행사에 나갈 때면 철심을 두른 복대(腹帶)를 셔츠 속에 둘러야 했다. 댈러스에서 케네디가 첫 번째 총탄을 맞고도 자세가 곧아서 두개골을 파열하는 두 번째 총탄을 계속 맞게 된 것도 복대 때문에 몸이 금방 굽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 (1) 암살 직전의 케네디 일행 모터케이드. 앞 차 뒷 좌석에 모자를 쓴 재클린과 케네디가 보이며, 바로 뒷 차는 경호원이 타고 있는데, 이 경호차에 케네스 오도넬과 데이비드 파워스가 타고 있었다.
사진 (2) 케네디, 피에르 샐린저 공보비서, 케네스 오도넬. 1962년 10월 노스캐롤라이나.
사진 (3)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나오는 케네디와 데이비드 파워스, 1961년 초. 그렇게 바람을 피면서 어떻게 성당 미사를 참가할 수 있는지는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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