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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피격

작성일 : 2023-06-05 08:55조회 : 704

케네디 피격

1963년 11월 22일 12시 30분, 케네디 대통령 일행을 태운 모터케이드는 댈러스 시의 딜리 플라자를 지나던 중 저격을 당했다. 워렌 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교과서 보관소 건물 6층에서 리 하비 오스월드가 총을 3발 발사했다. 두 번째 탄환이 케네디의 등에서 목으로 관통해서 앞자리에 타고 있던 존 코넬리 주지사를 관통해서 중상을 입혔다. 세 번째 탄환은 케네디의 오른쪽 뒤 머리를 맞추어서 두개골 부분이 떨어져 나갔고 피와 뇌수가 케네디와 재클린의 옷을 흥건하게 적셨다.

오스월드가 수동식(볼트 방식) 이태리제 소총으로 3발을 발사해서 달리는 차량에 탄 사람을 그렇게 명중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됐다. 머리에 총알을 맞은 케네디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뒤로 젖혀졌기 때문에 그 총알이 전면의 잔디 둔턱(grassy knoll)에서 쏜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됐다. (올리버 스톤이 제작 감독한 영화 <JFK>(1991)에서 짐 개리슨 검사도 이런 주장을 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당시의 경호는 허술하기가 이를 데 없다. 높은 건물 사이 도로를 오픈카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그러했다. 지금 같으면 경호실과 현지 경찰이 건물 창문을 단속할 텐데, 그런 생각이 없었다. 당시 경호실은 인력도 많지 않았다. 길가의 사람들을 막아섰던 댈러스 경찰관들은 케네디 차량이 오니까 주변 건물을 올려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서 케네디와 재클린을 쳐다보았다. 케네디를 저격한 교과서 보관소 건물 6층은 방금 커브를 돌아서 차량 속도가 늦어 진 차량을 위에서 내려 보고 저격하기 좋은 지점이었다. 저격 지점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대단한 프로페셔널 같지만 저격 후 총기와 탄피 3개를 그대로 남겨 두었다는 점에서 프로의 행적은 아니었다.

모터케이드가 교과서 보관소 건물을 앞두고 턴을 하기 위해 속력을 늦추면서 엘름스가(街)로 접어든 12시 30분 총성이 울렸다. 이 때 케네디가 탄 차를 뒤따라가던 경호차 왼쪽 앞 러닝 보드(running board)에 서서 가던 클린트 힐(Clint Hill 1932~) 경호원이 대통령 차로 뛰어 갔다. 순간 두 번째 총성이 나고 케네디가 기울어져서 힐은 그것이 총격임을 깨달았다. 그가 대통령 차 트렁크 고리를 붙잡고 차에 올라가려는 순간에 케네디는 세 번째 총탄을 머리에 맞았다. 케네디의 머리가 파열되고 피와 뇌수가 폭발하듯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는 순간 재클린은 비명을 지르면서 차 트렁크로 기어 나갔다.

트렁크에 올라탄 힐은 재클린을 좌석으로 밀어 넣고 자기 몸으로 재클린과 머리가 부서진 케네디를 감쌌다. 불과 2초 동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케네디 차 운전석 옆 좌석에 탄 경호원은 급하게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고 무선으로 연락했다. 힐 경호원도 “병원으로 가! 병원으로 가!‘라고 외쳤으며 차는 전속력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 때 힐은 케네디의 눈이 허공을 보듯 했고 뇌는 파열됐고 뇌 속이 비어 있어서 케네디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댈러스 경찰 경호차를 따라서 시속 70마일로 달린 케네디 차는 12시 36분에 파클랜드 메모리얼 병원에 도착했다. 부상을 당한 코넬리 주지사와 케네디는 급히 응급실로 옮겨졌다. 케네디는 두개골이 파손된 상태에서 뇌수가 흘러나와서 이미 죽은 후였다.

12시 34분에 UPI가 처음으로 케네디 피격을 알렸고, TV로서는 CBS의 월터 크롱카이트가 12시 40분에 긴급뉴스로 케네디가 피격됐음을 알렸다. 12시 45분, 응급실 의사는 케네디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그 즈음 힐은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의 전화를 받았다. 로버트는 얼마나 심각하냐고 물었고 힐은 죽었다는 말은 못하고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오후 1시, 병원은 케네디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모든 일이 30분 동안에 일어났다. 케네디 암살은 CIA의 실패였고, FBI의 실패였으며 대통령 경호실(SS)의 실패였다. 하지만 그 날 클린트 힐이란 경호원이 보여 준 모습은 미국인들에게 한 가닥 위안을 주었다.

클린트 힐은 대학을 나오고 군 복무를 한 후에 경호실에 취직을 해서 아이젠하워 대통령 임기 말부터 백악관에서 근무했다.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재클린과 아이들의 경호를 맡았다. 힐은 케네디 가(家)의 저택이 있는 매샤추세츠 히아니스포트와 플로리다 팜비치는 물론이고 재클린의 국내 일정과 외국 일정을 따라 다녔다. 재클린은 워낙 인기가 좋아서 외부 일정이 많았을 뿐더러 케네디가 바람을 피도록 일부러 백악관을 비웠기 때문에 30세 시골 출신 젊은이는 재클린을 수행하면서 꿈만 같은 근무를 했다. (말년에 클린트 힐은 당시를 회고하면서 세상에 재클린 같이 우아한 여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성이 울리고 재클린이 비명을 지르자 케네디 차 운전자는 무의식 중에 브레이크를 잠시 밟았으나 곧 상황을 파악하고 급가속을 했다. 케네디가 머리에 치명상을 입자 재클린은 트렁크로 기어 나갔다. 자동차가 급가속을 해서 힐이 재클린을 좌석으로 밀어 넣지 않았으면 재클린은 자동차 밖으로 튕겨 나가서 죽거나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클린트 힐은 자기 몸으로 케네디와 재클린을 덮어서 경호원은 대통령 대신 총을 맞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경호원의 수칙을 실천했다. 힐이 그렇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암살범이 한방을 더 쏘았다면 재클린이 맞았을 것이다. 재클린은 자기가 트렁크로 기어 나간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힐과 앞 좌석에 탄 코넬리 부부는 재클린이 “내가 그의 뇌를 손에 잡고 있어. 오!, 잭 당신을 사랑해”라고 외쳤다고 증언했지만 재클린은 그것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케네디 장례식이 끝난 후에 재클린은 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힐은 1967년까지 재클린의 경호를 담당했고 그 후로는 존슨 대통령과 애그뉴 부통령의 경호를 하다가 1975년에 은퇴했다. 케네디 암살 50주년이 되던 해에 그는 당시 상황과 재클린에 대한 책을 펴내고 몇 차례 인터뷰를 했다. 30세 청년 경호원은 80이 넘은 노년이 돼있었으나 또렷하게 그 때를 생각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자기가 1초 만 더 빨리 케네디의 차에 올라탔더라면 케네디의 생명을 구했을 수 있지 않았나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댈러스 현장에선 암살범이 경호 팀 보다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사진 (1), (2) : 재클린이 트렁크 위로 기어 나오고 힐이 차에 오르려는 순간.
사진 (3) : 힐이 재클린을 좌석으로 밀어 넣고 그 위를 자기 몸으로 커버하는 순간.
사진 (4) : 3번째 총탄을 머리에 맞는 모습을 찍은 필름(‘제프루더 필름’) (영화 <JFK>에 나와서 유명해졌다.) 313은 머리가 3번째 총탄을 맞는 순간, 321은 머리가 잠시 뒤로 젖혀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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