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직권남용 기소와 재판지연

작성일 : 2023-06-15 09:01조회 : 475

직권남용 기소와 재판지연

김명수 대법원 하에서 재판이 너무 지연된다는 비판 기사를 많이 보게 된다. 오늘 중앙일보 기사(아래)도 그런 것이다. 재판, 특히 형사재판이 너무 지연된다는 비판이 많지만, 그런 비판을 듣는 법원은 조금은 억울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영장실질심사를 도입한 후 불구속 재판이 늘었고, 변호사, 특히 대형 로펌 변호사를 고용한 피고인들은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되니까 자연히 형사재판이 지연되는 것이다.

오늘 중앙일보에 나온 김명수 대법원에 대한 비판기사는 사안의 한 단면 만 보고 쓴 것이다. 재판이 지연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통상적으로 일반 여론에 의해 비판 받는 것으로 끝나고 그것을 개선하면 되는 사안을 무리하게 직권남용죄로 기소하는 검찰이다. 형사재판은 검찰이 기소를 해야 비로소 법원이 심리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에 있었던 인사들에 대한 기소는 무리한 면이 많았다. 정치적 책임을 묻고 그것을 일반 여론에 회부하면 충분한 사안을 무리하게 기소해서 결국은 무죄 판결이 나온 경우가 많았다.

그 같은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피고인들이 감당해야 했던 심리적 및 경제적 부담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천신만고 끝에 최종 무죄판결을 받아든 사람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상태가 된다. 영미법계와 달리 우리는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와도 검찰은 항소하고 상고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무죄가 확정되기 위해선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 판결을 받아내야 한다. 나는 이런 것을 개혁하지 못한 이른바 진보 법률가들은 모두 짝퉁이라고 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지연을 비판한 오늘 중앙일보 기사는 그 주된 책임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돌렸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를 해야 법원은 재판을 하는 것이다. 검찰은 기소권을 갖고 있고, 그것은 남용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통상적인 사건이라도 일선 검사는 기소를 할 때 상부에 품의해서 승인을 얻는다. 전직 대법원장을 기소하려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의 재가를 받았을 것이다. 또한 그 정도 사안이라면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서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을 것이고, 대통령은 최소한 묵시적으로 승인 또는 동의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판이 지연된 것을 탓하기 전에 이런 무리한 기소를 한 검찰을 비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 중앙일보 기사는 재판을 신속하게 하지 않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판/비난하기 전에 그런 무리한 기소를 한 전 정권 하의 검찰을 먼저 비판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펴려면 아주 곤란할 것이다. 왜냐하면 문 정권 당시 박근혜 정권 인사에 대한 기소 드라이브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이상한 기사가 된 것이다.

- 방희선 변호사 논평
안 그래도 제가 언젠가 현 정권 핵심인사(법조인이며 윤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에게 저런 이상한 재판을 계속하는 건 문제이며 우리 사법에도 큰 짐덩어리 같읜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법농단 사건들을 모두 공소취소하는 결단을 내려 원천 정리토록 함이 어떤지(공소취소는 소송법상 공판검사의 권한이긴 하나 실제 송무규정과 검찰사무지휘상 법무부장관의 승인 사항이라 검사들이 알아서 하지 못하는 관계) 한번 진지하게 검토하고 논의해 보라 했더니 "공소취소요?" 하며 엄두도 못낼 대상으로 황당한 듯 반문하기에 암담한 느낌만 받았습니다. 지난 정권하 잘못한, 무리한 법적용 사안이라면 그걸 되짚어 보아 더 이상 그런 걸로 국가 사회를 어렵게 하지 않는 게 도리라는 차원에서 마땅히 공소취소로 풀어줘야 하지 않는가 하는 게 제 소견입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억지 사건 소송으로 2년 여가 넘게 많은 전직 판사들을 공판에 끌고 다니며 괴롭히며 담당 재판부도 힘 들고 공판수행 검사들도 암담하게 끌려 다니는 짓을 왜 저리 하도록 놔 두는 것인지 실로 무책임하고 비겁한 작태라 보고 있습니다(제가 아는 어떤 후배는 그 재판으로 3년째 시달려 변호사로서의 생업도 꾸리지 못한 채 매주 2번씩 열리는 공판에 사건기록만도 수십 만 페이지에 달하고, 거기에다 증인만 해도 수십 명씩이라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리지도 알 수 없는 기약 없는 일정에 변호인 선임도 못한 채(그런 사건을 맡아 해 줄 변호사조차 구할 수 없는 실정) 자신이 스스로 변론 진행하느라 생활 자체가 망가진 상태로 연명하고 있는데 그런 비정한 짓을 하게 하다니 실로 참담한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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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3년 6월14일자 기사
“엇갈린 증언, 상반된 해석...물음표 커지는 ‘사법 농단=직권남용’”
[280번의 재판,잊혀진 정의]③
입력 2023.06.14 05:00
문현경, 오효정, 이병준, 김정연 기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9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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