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가 케네디를 죽였나 ?

작성일 : 2023-06-20 09:19조회 : 417

누가 케네디를 죽였나 ?

미국 대통령이 암살된 경우는 네 차례 있었다. 링컨 대통령은 남부 동조자의 총격으로 사망했고, 제임스 가필드는 공직을 얻지 못한 정상배의 총격으로, 그리고 윌리엄 맥킨리는 무정부주의자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세 경우 모두 저격자는 대통령을 살해할 이유가 있었고 또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한 기회를 노렸으며, 기회를 포착해서 권총으로 근접 저격해서 뜻을 이루었다. 이에 비해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경위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하고 석연치 않아서 60년 지난 오늘날까지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케네디 암살을 다룬 책이 2000권이 넘게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다. 케네디 암살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람이 각기 책을 냈으며, 암살이 마피아, 쿠바, 그리고 CIA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책도 많이 나왔다. 근래에는 새로 발전된 음향 분석 기술을 동원해서 당시 녹음이 된 총성을 분석해서 제2의 저격수가 반대편 잔디 둔턱(grassy knoll)에 있었다는 주장을 담은 <Last Second in Dallas>(2021년, 캔자스대학 출판부)가 나와서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린든 존슨 대통령이 그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책도 여러 권 나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오랜 정치 참모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기여한 1등 공신인 로저 스톤(Roger Stone)이 쓴 <The Man Who Killed Kennedy>는 굉장히 많이 팔렸다. 물론 이런 책은 주류 출판사가 내지 않으며 주류 언론이 신간으로 소개하지도 않지만 팔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케네디 암살을 총지휘한 당사자가 존슨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음에도 존슨 대통령 가족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봤다. 이마도 상대할 가치가 없었다고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을 펴낸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의 오랜 측근이고 참모였다는 사실은 당혹스럽다. (여하튼 이에 비하면 기사 댓글에 한두 구절 썼다고 해서 자기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명예’는 세계에서 가장 고귀(高貴)한 편이다.)

케네디 암살을 조사한 워렌위원회는 그것이 리 하비 오스월드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워렌위원회는 오스월드를 살해한 재크 루비에 대해선 조사를 하지 않아서 위원회에 참여했던 검사 출신 조사관이 사임을 하기도 했다. 또한 오스월드가 그해 9월 27일부터 나흘 동안 멕시코시티에 머물면서 소련 대사관과 쿠바 대사관을 방문한 데 대해서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암살의 배후가 카스트로라는 주장과 마피아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재크 루비가 마피아 소속이며 범인의 입을 막기 위한 살인은 전형적인 마피아 수법이기 때문이다.

워렌 위원회의 보고서가 진실이라고 하면 케네디 암살은 기가 막힌 우연의 계속이다. 오스월드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이고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그는 멕시코시티에서 댈러스로 돌아 온 후 지인의 소개로 10월 16일부터 댈러스 교과서 보관소에 최저임금인 시간당 1.25달러를 받고 일하기 시작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텍사스 방문이 발표되고 바로 며칠 전에 케네디 대통령의 모터케이드가 댈러스 교과서 보관소 건물 앞의 딜리 플라자를 지나게 된다고 신문에 나오자, 오스월드는 11월 22일 아침에 출근할 때 갖고 있던 소총을 포장지에 말아서 모터케이드를 저격하기 좋은 위치인 그 건물 6층에 갖다 놓았다.

직원들이 점심을 하고 케네디 일행을 구경하려고 거리에 나와 있는 사이에 오스월드는 6층에 올라가서 케네디 대통령 차량을 기다리다가 노리쇠를 당겨서 장전해야 하는 볼트식 소총을 6초 남짓한 시간에 3발 발사해서 두 발을 명중시켰다. 오스월드는 소총과 탄피 3개를 남겨두고 태연히 1층으로 내려왔고 경찰관을 만나자 직원이라고 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집에 가서 권총을 갖고 나오고 때마침 그를 불심검문을 하려던 경찰관 티핏을 잔혹하게 권총으로 살해하고 극장에 피했다가 신고를 받고 달려 온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오스월드가 텍사스 교과서 보관소에 일하게 된 것도 우연이었는데 바로 그 건물 앞을 케네디의 모터케이드가 지나게 되자 오스월드가 바로 그 기회를 포착해서 케네디를 살해한 것이니, 그 우연이 확률상으로 얼마나 될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계속)

사진 (1) <Last Second in Dallas> (Univ. of Kansas Press, 2021)
사진 (2) <The Man Who Killed Kennedy>(2013 Sky H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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