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스월드와 카케노 라이플

작성일 : 2023-06-22 09:49조회 : 425

오스월드와 카케노 라이플

1962년 6월, 2년 반 동안의 소련 생활을 마치고 텍사스 포트워스로 돌아온 오스월드는 그해 가을 마리나와 아이를 데리고 멀지 않은 댈러스로 이사를 했다. 댈러스에서 오스월드 부부는 러시아계 미국인 및 러시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1962년 11월 추수감사절에 오스월드 가족은 형인 로버트의 집에서 오랜만에 모였다. 오스월드는 사진 현상소에 취직을 해서 다녔다. 모든 것은 순조로운 것 같았으나 그렇지 못했다. 그 즈음부터 오스월드는 마리나를 구타하는 등 폭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도 동료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오스월드는 알렉 하리델이란 가명으로 우체국 사서함을 열고 미국 공산당과 사회주의노동당, 및 쿠바의 카스트로 혁명을 지지하는 단체로부터 유인물을 받아 보았다.

당시 미국 남부는 흑백 인종 통합 문제가 뜨거운 이슈였다. 텍사스 출신으로 육군 소장이던 에드윈 워커(Edwin Walker 1909~1993) 장군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흑백인 통합 정책에 반대하면서 사임하고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존 버치 협회 편에서 흑인 민권운동을 비난했다. 워커는 미시시피 주립대학에서의 흑백인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를 이끌어서 폭력사태를 야기하기도 했다. 오스월드는 워커 장군이 미국의 히틀러라면서 그가 죽어야 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했음이 나중에 확인됐다. 오스월드는 댈러스에 있는 워커 장군의 자택을 알아내서 관찰하고 그를 저격할 지점을 가보는 등 예행연습을 했음이 케네디가 암살된 후에 밝혀졌다.

1963년 3월 12일, 오스월드는 3월 12일 이태리제 만리허-카케노(Mannlicher–Carcano) 38M 모델 소총 중고품을 가명인 알렉 하이델 이름으로 우편판매를 통해 주문했다. 오스월드는 같은 방법으로 이미 38구경 권총을 구매한 바 있었다. 해병대에서 반(半)자동식인 M-1 갈랜드를 사용한 오스월드가 생소한 이태리제 소총을 주문한 이유는 경제적일 것이다. M-1 소총은 90달러에 달했으나 카케노는 조준경과 함께 29.95달러에 살 수 있었다. 카케노 소총은 2차 대전 중 이태리 육군이 사용했으나 전후에 남아서 시장에 내어 놓은 볼트 방식 라이플이다. 조준경이 달린 소총을 구매하는 것은 저격을 한다는 것이기에 이례적이었다.

카케노 소총이 도착하자 오스월드는 총을 들고 마리나에게 리플렉스 카메라로 기념 촬영을 하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오스월드가 소총을 들고 뒷 마당에 서있는 유명한 사진으로, <Life>지 커버에도 나왔다. 케네디 암살이 있은 후 경찰은 마리나의 방에서 이 사진 몇 장을 압수했으며, 중요한 증거가 됐다. 오스월드는 댈러스 경찰에서 자기는 총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이 사진은 자기 얼굴 사진을 갖다 붙인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케네디 암살이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리버 스톤이 제작한 영화 <JFK>에도 짐 개리슨 검사장(케빈 코스트너)이 그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 사진을 조사한 워렌위원회는 물론이고 하원 암살조사위원회도 전문가의 감정 끝에 사진이 조작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무엇보다 사진을 찍은 마리나의 진술이 있었다.

4월 1일, 오스월드는 일하던 사진 스튜디오에서 해고됐다. 그리고 며칠 동안 오스월드는 저녁에 사격장에서 가서 카케노 소총으로 사격 연습을 했다. 4월 10일, 오스월드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궁금해진 마리나는 밤 10시 쯤 오스월드의 방을 들어가 보았더니 러시아어로 쓴 편지와 키 체인이 놓여 있었다. 편지는 우체국 사서함을 열어서 옷을 가져오고 가능한 많은 돈을 남겨두었다고 했다. 마리나는 무슨 영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날 밤 11시 30분, 오스월드는 땀에 흠뻑 젖어서 집에 도착했다. 바로 그날 저녁 자택 서재에 있던 워커 장군은 창문을 통해 날라 온 총탄을 간신히 피했다. 다음날 이 사건은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 총격 사건을 풀지 못했다.

그러다가 케네디 암살 후에 이 총격이 오스월드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마리나는 오스월드가 자기가 워커 장군을 저격했다고 말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워커 장군의 서재에 남은 총탄 파편은 오스월드의 카케노 소총에서 발사된 총탄과 같은 종류임도 확인됐다. 만일에 마리나가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면 케네디 암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1963년 3월, 마리나는 루스 페인(Ruth Paine 1932~)이라는 미국 여성을 어느 모임에서 알게 됐다. 퀘이커 신자인 루스는 러시아 사람과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러시아어를 공부했으며, 마리나를 알게 된 후 가까이 지내면서 러시아어 회화를 연습했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마리나는 오스월드와 러시아어로 대화를 했고 루스 페인 외에는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4월 24일, 오스월드는 홀연히 버스 편으로 자기 고향인 뉴올리언스로 향했다. 5월 들어서 오스월드는 뉴올리언스의 한 커피 회사에 취직했고, 마리나는 딸과 함께 루스 페인의 자동차 편으로 뉴올리언스에 도착했다. 오스월드 가족이 뉴올리언스에서 정착을 하는가 했으나 오스월드는 뉴올리언스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활동을 한다. 이런 활동이 케네디 암살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두고 많은 논란과 추론을 야기했다.

사진 (1) 카케노 소총을 들고 권총을 오른쪽 허리에 찬 오스월드. 1963년 3월 사진.
사진 (2) 교과서 보관소 6층 건물에서 습득한 카케노 소총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는 댈러스 경찰 수사관. 중요한 증거물인 소총을 이렇게 마구 다루었다. FBI의 지문 감식반은 나중에 오스월드의 지문 한 곳을 어렵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요새 케이블에서 보는 <CSI>가 증거물을 다루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피와 뇌수로 범벅이 된 대통령 리무진도 병원에 도착하자 누가 걸레로 깨끗하게 닦았고 대통령을 추모한다면서 뒷 좌석에 꽃 다발을 올려놓았다. 중요한 범죄 현장이 훼손된 것이다. 일단의 음모론자는 FBI가 없던 지문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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