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스월드, 뉴올리언스를 가다

작성일 : 2023-06-22 10:03조회 : 458

오스월드, 뉴올리언스를 가다

1963년 4월 24일, 오스월드는 뉴올리언스에 도착했다. 마리나와 딸은 루스 페인의 자동차 편으로 뉴올리언스에 5월 11일에 도착해서 오스월드와 합류했다 이들은 업타운 지역에 아파트를 빌려 살았다. 오스월드는 라일리 커피 회사에 일자리를 구해서 두 달 남짓 기간 동안 일을 했다. 오스월드가 뉴올리언스에 온 이유도, 뉴올리언스에서의 행보도 모두 미스테리다.

5월 26일, 오스월드는 뉴욕에 있는 친(親)카스트로 단체인 '쿠바를 공정하게 다루기 위한 위원회‘(Fair Play for Cuba Committee : FPCC)에 편지를 써서 자기가 그 단체의 뉴올리언스 지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FPCC는 오스월드의 요청을 거부했으나 오스월드는 독단적으로 자기가 뉴올리언스의 지부장이라면서 가입원서와 선전 팜플렛을 인쇄했다. 오스월드는 6월 15일부터 뉴올리언스 도심에서 이 유인물을 행인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오스월드는 커피 회사에서 7월에 해고를 당했고 그 후로는 수입이 없었다. 그러면 도대체 오스월드는 무슨 돈으로 뉴올리언스에서 아파트를 빌려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유인물을 인쇄해서 배포하고 자기 명함을 만들었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오스월드가 배포한 유인물에는 ‘캠프가(街) 544’(544 Camp Street)라는 주소가 스탬프로 찍혀 있었다.

이 주소 건물엔 가이 배니스터(W. Guy Banister 1901~1964. 6)라는 사립탐정의 사무실과 카스트로에 반대하는 단체의 사무실이 있었다. 배니스터는 뉴올리언스 경찰과 FBI 요원을 지내고 은퇴한 후 뉴올리언스에 사립탐정 사무실을 열었다. 바니스터는 데이비드 페리(David Ferrie 1918~1967. 2)와 가까이 지냈다. 데이비드 페리는 항공사 조종사로 근무했고 오스월드가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에 민간항공순찰대에서 교육을 받을 때 항공교관이었다. 페리는 그 후 뉴올리언스에 근거를 둔 마피아 보스 칼로스 마르셀로의 자가용 비행기 조종사로 일한 마르셀로의 측근이었다. 배니스터 또한 마르셀로에게 자문을 하는 관계였다.

오스월드는 8월 초에 반(反)카스트로 단체인 DRE의 뉴올리언스 지부장을 만나서 자기가 그 단체를 돕겠다고 했으나 거절 당했다. 며칠 후 오스월드와 DRE 회원 몇 사람이 뉴올리언스 도심에서 충돌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서 함께 경찰에 연행됐다. DRE 회원들은 25달러 벌금을 내고 풀려났으나 오스월드는 그것을 거부해서 사진(mug shot)을 찍히고 유치장에서 하루를 보냈다. 8월 16일에는 오스월드가 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친(親)카스트로 유인물을 나누어 주는 모습이 현지 TV 뉴스에 나왔다. 며칠 후 지역 라디오 방송은 쿠바 문제에 대해 오스월드와 DRE 대표를 초청해서 짤막한 토론을 했다. 오스월드는 자기가 공산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 후로 오스월드는 유인물을 나누어주거나 하는 대외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오스월드의 행보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소련에서 돌아 온 후 오스월드는 FBI에 의해 감시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상한 행동은 CIA 방첩단에게도 보고가 됐을 것이다. 워렌위원회는 뉴올리언스에서 오스월드가 가이 배니스터와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 오스월드와 CIA, 그리고 오스월드와 마피아와의 연결점이 될 수 있는 배니스터와의 관계를 전혀 조사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된다. 가이 배니스터는 1964년 6월에 급사(急死)했고, 데이비드 페리는 1967년 2월에 의문사했다.

올리버 스톤이 제작한 영화 <JFK>에서 뉴올리언스 지검장인 짐 개리슨(Jim Garrison 1921~1992)(케빈 코스트너)이 뉴올리언스의 사업가 클레이 쇼(토미 리 존스)를 케네디 암살에 대한 공모자로 기소하지만 싱겁게 무죄 평결이 나와 버린다. 짐 개리슨은 원래 가이 배니스터와 데이비드 페리를 기소하려 했으나 이들이 모두 별안간 죽어서 억지로 클레이 쇼를 기소했다가 재판이 이처럼 싱겁게 끝나버렸다. 따라서 두 사람의 죽음이 심상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뉴올리언스에서의 오스월드의 행보를 조사한 연구자들은 오스월드가 배니스터와 여러 차례 만났다고 본다. 배니스터는 당시 쿠바에서 반(反)카스트로 쿠데타를 기획하던 CIA 간부 데이비드 필립스(David A. Philips 1922~1988)으로부터 용역을 받아서 뉴올리언스에서의 반(反)카스트로 운동을 조장하고 있었다. 카스트로를 제거하기 위한 CIA 공작의 책임자인 데이비드 필립스는 마피아의 도움을 받아 카스트로를 제거하려고 했다. 또한 오스월드가 일하던 라일리 커피회사의 대표는 윌리엄 라일리라는 열렬한 반공주의 기업가였다. 따라서, 오스월드가 뉴올리언스에 오게 된 것이 CIA의 공작이라는 음모론적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이 해석에 의하면 오스월드가 친(親)카스트로 단체의 지부장이라면서 유인물을 배포한 행위는 첩보세계에서 흔히 하는 ‘카버를 만드는 작업’(building a cover)인 것이다. 오스월드가 7월에 커피회사를 그만 둔 것도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오스월드는 10월에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아서 공식적 수입이 없음에도 멕시코시티를 다녀왔다. 뉴올리언스에서의 활동을 중단한 오스월드는 버스 편으로 멕시코시티로 가서 쿠바 대사관과 소련 대사관을 찾아 간다. 오스월드는 쿠바 입국 비자를 얻지 못하자 나흘 만에 텍사스로 돌아온다. 오스월드는 자기가 공산주의자라면서 자기가 뉴올리언스에서 했던 활동을 제시했으나 소련 대사관과 쿠바 대사관은 비자 발급을 거절했다. 오스월드는 왜 쿠바를 가려고 했는가 ? 이런 움직임을 CIA는 알고 있었는가 ? 당시 CIA는 카스트로를 암살하려고 했다. 오스월드는 자기가 공산주의자라면서 쿠바로 가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렇다면 확고한 공산주의자인 오스월드는 여기에 대한 반발로 거꾸로 케네디를 암살했나 ? 그것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60년이 지나도 음모론이 식지 않는 것이다.

사진 (1) 뉴올리언스 다운타운에서 유인물을 나누어 주는 오스월드. 1963년 8월.
사진 (2) 오스월드의 유인물. 오스월드 이름과 주소 '544 Camp Street'가 찍혀 있다.
사진 (3) 영화 <JFK>의 한 장면. 개리슨 검사장(케빈 코스트너)이 스태프와 함께 뉴올리언스 도심 544 Camp Street 건물 입구를 보고 있다. 이 주소는 오스월드와 CIA, 그리고 마피아와의 연결점일 수 있는데, 워렌위원회는 무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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